
[박웅서기자] 저가TV 인기는 단순히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일까?
모든 소비자들은 제품 값에 민감하다. 비단 생필품의 문제만은 아니다. 가격이 비싼 전자기기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해지기도 한다.
저가TV에 대한 해외 사례도 당연히 있다. 중국은 물론 미국, 뉴질랜드, 프랑스 등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이쯤되면 단순한 몇개의 사례가 아니라 세계적인 트렌드라고 봐도 무방하다.
해외 저가TV 사례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중국 기업의 약진이다. 중국 업체들의 선전은 TV 외 다른 IT기기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번 MWC에서 ZTE, 화웨이 등 중국 휴대폰 제조사들이 줄줄히 쿼드코어 스마트폰을 공개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 저가TV 시장에도 중국 업체가 본격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중국의 대표적인 가전업체 하이얼은 지난 12일 40만원대 저가 32인치 LED TV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특히 기존 유통업체의 저가TV와 달리 하이얼 자체 브랜드로 한정 수량 없이 상시 판매하는 것이 눈에 띈다.
해외에서 저가TV가 이슈화된 사례들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모아봤다.

◆저가TV 천국 '중국', 미국에선 저가TV 힘입어 비지오 성장
중국 시장은 저가TV 천국이다. 2004년과 2005년 중국 로컬기업들이 저가 정책을 먼저 시작해 한때는 시장 점유율 80%를 가져가지도 했다. 그러나 이후 외국계 LCD TV 업체들이 가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중국 시장에서 저가TV 정책을 펼친 업체들 가운데 하나다. 삼성전자의 보급형 40인치 LCD TV의 경우 가격이 2005년 10월 2만4천위안에서 2008년 6월 5천990위안으로 70% 가량 하락했다. 중국 최대 성수기엔 5월 노동절이나 6월 단오절 때에는 삼성, 소니 등이 할인율 30%의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단행했다.
이러한 과정으로 인해 2008년 상반기 외국 TV 브랜드 점유율은 무려 50%를 넘을 정도였다.
미국 시장에서 '저가TV' 하면 비지오(VIZIO)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02년 설립된 비지오는 북미 평판TV 시장에서 저렴한 가격대의 TV 제품으로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늘려 왔다. 그 결과 연매출 수준은 2003년 기준 약 1천700만달러에서 6년 뒤인 2009년에는 약 25억 달러로 150배 가량 급성장했다.
실제 비지오는 2009년 하반기 2천 달러 수준의 55인치 LED TV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는 타사 동급 모델 대비 약 1천500 달러 정도 싼 가격이다.
비지오에는 혁신 기술이 없다. 제품 역시 눈을 번쩍 뜰 정도로 놀랍지도 않다. 160여명에 불과한 직원들은 대부분 상품 기획과 디자인, 고객 서비스 등의 업무에만 집중한다.
비지오는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연구·개발은 물론 생산과 유통 등은 다른 곳에 아웃소싱한다. 위탁 생산으로 생산원가를 줄여 제품 가격을 낮췄다. 매출의 1% 수준에서만 광고비를 집행한 것도 제품 가격에 한몫 했다.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형업체 및 소매점과 적극적인 제휴관계를 맺어 유통망을 확대하는 전략을 병행했다.
비지오가 업계에서 영향력을 늘려 나가자 비지오의 저가정책은 다른 TV 제조사들의 가격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뉴질랜드, 프랑스에도 이미 중국산 저가TV 상륙
지난 2010년에는 뉴질랜드에 중국산 저가 LCD TV가 범람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SONIQ'와 'KONKA' 등의 업체가 인기를 끌었다.
물론 품질은 다른 제품에 비해 뒤떨어졌다. 예컨대 당시 22인치 LCD TV의 경우 품질은 삼성전자 TV가 우세했다. 그러나 KONKA의 TV는 367 달러에 불과해 567 달러였던 삼성 제품보다 약 200 달러(35%) 더 저렴했다.
중국발 저가TV는 지난해 프랑스 TV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 TV 시장은 특히 전반적인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하이얼, TCL, 창홍 등 중국업체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중국 업체들은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생산시설까지 유럽으로 옮기고 있다. 구체적으로 TCL은 폴란드에, 창홍은 체코에 제조공장을 설립하면서 14%의 관세와 기타 물류비를 절감하고 있다.
이들은 판매량 기준 점유율이 아직 10% 미만인 서유럽을 공략해 점유율을 20~25%대로 높이고 이후 미국과 일본까지 접수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고가제품은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 선두업체들과의 경쟁을 철저히 피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TV는 가격경쟁력을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운다. 여기에 최근에는 품질까지 향상시키고 디자인 등 미적인 요소도 신경쓰기 시작했다는 것이 눈 여겨 볼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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