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신간소개]스티브 잡스 네 번의 삶


[김익현기자] IT시장에서 스티브 잡스란 이름은 '혁신'과 동의어로 통한다. 늘 새로운 것에 도전했고, 또 그 도전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지난 달 초 잡스가 죽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큰 상실감을 느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삶에 영광과 성공만 있었던 건 아니다. 출생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잡스는 길지 않은 인생을 사는 동안 적잖은 부침을 겪었다.

다니엘 이치비아의 '스티브 잡스 네 번의 삶'은 잡스의 인생을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고 있다. 즉 잡스의 청년 시절을 다룬 첫 번째 삶을 비롯해 초기 애플의 모험담을 담은 두 번째 삶, 그리고 애플을 떠난 뒤 넥스트 등을 통해 모험 가득한 인생을 살았던 세 번째 삶을 묘사하고 있다. 저자는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등으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최근의 잡스를 네 번째 삶으로 구분했다.

저자의 이런 구분이 아니더라도 잡스의 삶은 온갖 극적인 요소로 가득차 있다. 서른 살이 채 되기 전에 세계 IT 시장의 강자로 화려하게 떠올랐다가,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자신이 영입한 사람의 친위 쿠데타로 무참하게 쫓겨나기도 했다. 독선적이고 완벽주의자였던 젊은 시절의 잡스는 안하무인이었다. 자기가 늘 세계의 중심이어야만 했다.

두고 두고 회자되고 있는 2005년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을 통해 잡스는 두 번째 삶이 얼마나 비참하게 끝났는지 고백한 적 있다.

"저는 쫓겨났습니다. 그것도 아주 공개적으로 말이죠. 저는 인생의 초점을 잃었고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비참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잡스는 1985년 자신이 영입했던 존 스컬리의 '배신' 때문에 빈 손으로 쫓겨났다. 그리곤 넥스트컴퓨터를 만들었고, 픽사를 통해 애니메이션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이 시기의 시련들은 이후 잡스가 네 번째 인생을 사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한 단계 더 성숙한 경영자로 거듭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위대한 기업가였던 잡스의 면모 뿐 아니라 괴팍하고 예민했던 인간적인 모습까지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파란만장했던 잡스의 일생과 애플의 성공신화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묘사하고 있다.

1996년 잡스가 어떤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빌 게이츠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일화는 그가 강인한 경영자일 뿐 아니라 섬세한 인간이기도 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당시 잡스는 컴퓨터 역사를 다룬 어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마이크로소프트를 호되게 비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는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없어요. 분명히 자기 제품인데 그 안에 자기 문화가 없다고 해야 할까요. 마이크로소프트가 성공하든 못하든 관심이 없습니다. 성공할만하니까 성공했겠죠. 하지만 정말 나쁜 품질을 갖고 성공했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240쪽)

호기롭게 마이크로소프트와 빌 게이츠를 비판했던 잡스는, 그 프로그램이 방영되자 곧바로 태도를 돌변한다. 어쩔 줄 몰라 빌 게이츠에 전화를 건 그는 자기 말을 용서해달라고 했다.

"빌, 내가 했던 인터뷰 말인데, 절대 공개적으로 한 말은 아니었네!" (240쪽)

이처럼 스티브 잡스의 생생한 면모까지 가감 없이 담고 있는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다. 이 책이 출간 직후 프랑스 아마존닷컴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끈 것 역시 이런 미덕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잡스가 삶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저지른 일을 기꺼이 용서한다. 스티브, 가능한 한 우리 곁에 오래 머물러 오리를 꿈꾸게 해 주길…"이란 말로 이 책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잡스는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나고 말았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에필로그 형식의 글을 통해 다음과 같은 헌사를 남겼다.

"잡스는 CEO가 아니라 영원한 성배를 찾는 진짜 예술가였으며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기대감에 부푼 미학자였다. 이제 잡스는 우리 곁에 없지만, 우리는 그가 남기고 떠난 메시지를 따르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352쪽)

(다니엘 이치비아 지음/ 위민복-정유진 옮김, 에이콘 1만5천원)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신간소개]스티브 잡스 네 번의 삶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