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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삼성-애플 특허전쟁 어디로 가나?


건곤일척

[로스앤젤레스(미국) 이균성 특파원]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 분쟁이 모바일 시장 전체를 내건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싸움’으로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지방법원에 삼성전자의 갤럭시S 등에 대해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하면서 시작된 두 회사 사이의 특허 분쟁은 이미 최소 10개국 이상에서 20여개의 소송으로 확전된 상태다.

삼성과 애플의 소송에서 일부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결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양쪽의 신경전이 더 가열되고 있다. 세계 모바일 시장에서 진정한 최고수를 가리기 전에는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배어난다. 그러나 결국에는 양측 협상을 통해 최악의 국면은 피해갈 것으로 보는 분석도 적잖다.

삼성전자, 대대적인 공세로 전환

삼성전자는 지난 10월5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밀라노 법원에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4S를 대상으로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이 아이폰4S를 발표한 지 불과 15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취해진 조치다. 삼성은 또 17일에 일본과 호주에서도 아이폰4S 판매금지 소송을 추가로 제기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이 소송에서 애플이 WCDMA 통신표준에 관한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이 때문에 판매가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삼성은 스마트폰 분야에서 자사 특허를 무시한 애플의 무임승차가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며, 추가 검토를 거쳐 아이폰4S 가처분 소송 대상 국가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 소송은 그동안 애플의 공격에 대해 수세적인 입장에서 점잖게 대응해오던 삼성의 전략이 적극 공세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플의 공세가 예사롭지 않고 실제로 몇몇 가처분 소송에서 삼성이 패배한 것으로 나타나자 삼성으로서도 계속 소극적으로 나간다면 전체 판도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와 관련 “(애플을) 제1 거래선으로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좌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애플이 삼성의 LCD와 반도체 등 부품을 제일 많이 사주는 제1의 고객인 것과는 별개로, 소송에서는 ‘배려’나 ‘봐주기’ 없이 논리대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특히 “지금까지는 저쪽에서 고른 장소, 고른 논리로 페널티킥을 찬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패널티킥을 저쪽에서 찼으니까 우리는 그중에 한두 개만 막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근 소송에서 잇따라 애플에 유리한 판결이 나온 것에 대한 해명이다. 최 부회장은 또 “패널티킥은 (한 골로 안 끝나고) 5골은 찬다”고 말해 앞으로 계속될 소송 전에서 삼성전자의 선제공격이 적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를 테면 아이폰4S에 대한 판매금지 소송은 삼성전자가 찰 패널티킥인 셈이다.

초반 특허 전쟁 판세는 애플이 우세한 상황

이처럼 삼성이 적극적인 공세로 전환한 것은 최근 애플이 제기한 몇 개 지역의 소송에서 그 결과가 애플에 유리한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삼성과 애플의 소송에서 가장 먼저 판결이 나온 곳은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이었다. 이 법원은 애플이 삼성전자 태블릿PC ‘갤럭시탭 10.1’에 대해 요청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지난 8월10일 유럽 내 판매금지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뒤셀도르프 법원은 1주일 뒤 판매금지를 독일 내로 제한하는 판결을 다시 내렸다.

삼성전자는 특히 9월 4일에는 독일에서 열린 ‘IFA 전시회’에서 공개했던 태블릿 신제품 ‘갤럭시탭7’을 전시 하루 만에 철수해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애플이 이 제품에 대해서도 전시 및 판촉을 금지하는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8월25일에는 네덜란드 헤이그 지방법원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3종에 대해 애플이 보유한 특허를 침해한 혐의로 판매 금지 명령을 내렸다. 10월13일에는 호주 시드니 법원이 갤럭시탭 10.1의 호주 내 판매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 제품의 애플의 터치스크린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다.

이들 3개 판결은 모두 애플이 제기한 소송이어서 패소 자체가 삼성한테는 큰 충격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삼성이 작심하고 제기한 소송에서도 삼성이 패소한 것으로 나타나 전체 소송이 삼성한테 불리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10월14일 네덜란드 법원은 삼성이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을 상대로 제기한 첫 번째 판매금지 소송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다. 삼성 특허는 이른바 ‘프랜드(FRAND)’ 조항 대상으로 두 회사가 특허 사용료 협상을 하면 될 사안이지 판매금지까지 할 내용은 아니라고 네덜란드 법원은 판단했다. 프랜드는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을 줄인 말로, 특허가 없는 업체가 표준특허로 우선 제품을 만든 다음 나중에 특허 사용료를 낼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한편 미국 산호세 지방법원은 최근 애플이 삼성전자 제품을 대상으로 제기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공판에서 ‘갤럭시탭’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긴 했으나 애플 또한 특허의 정당성을 입증해야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며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따라서 애플 특허의 법적 유효성이 산호세 법원 판결의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삼성과 애플은 왜 싸우는가

두 회사는 세계 IT의 ‘노른자위’인 모바일 기기 시장의 맞수가 됐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자리에서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지난 2분기 기준으로 애플이 2천30만대, 삼성전자가 1천920만대를 판매하며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2010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2010년 4분기 이후 급성장하더니 불과 1년도 안 돼 시장 1위를 넘보는 상황까지 올라섰다.

실제로 3분기에는 애플을 제치고 1위에 자리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직까지 무적을 자랑하고 있는 태블릿 PC 분야에서도 삼성전자의 제품이 스마트폰처럼 급성장할 수 있다는 게 애플의 판단으로 보인다. 애플이 최근 소송에서 집요하게 갤럭시탭 판매금지에 매달리는 것도 같은 이유로 해석된다.

결국 애플로서는 향후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에서 어떤 형태로든 삼성을 견제해야만 할 상황이 됐고, 특허 침해 소송은 그 실질적인 수단이었던 셈이다. 애플은 또 차기 애플 모바일 제품의 CPU인 A6 칩의 생산을 대만의 TSMC에 맡기는 등 부품 공급처 다각화를 통해 삼성을 견제하고 있다.

애플의 공세가 계속되면서 삼성 또한 마냥 피할 수많은 없는 상황이 됐다. 애플이 자사 부품을 사가는 최대 고객 가운데 하나인 것은 분명하지만, 삼성으로서도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에 애플이 원한다면 한 판 대결이 불가피한 셈이다.

극적인 화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애플과 삼성의 특허 분쟁 겉모습은 시간이 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결국에는 합의로 해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대부분의 특허 소송이 결국 협상을 통해 해결된다는 점을 볼 때 삼성과 애플 또한 격화하는 특허 분생 속에서도 물밑으로는 총체적인 합의의 실마리를 찾아갈 것이라는 관측도 적잖다.

특허 분쟁을 통해 두 회사 모두 상대에 어느 정도 타격을 가하고 싶기는 하겠지만 자사가 결정적인 타격을 받는 것은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스티브 잡스가 사망하고 삼성전자가 특허 라이선스 협상에 밝은 지재완 삼성SDI 법무팀장을 IP센터로 인사 발령한 것을 두고 두 회사 모두 협상을 통해 특허 분쟁을 마무리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초대로 스티브 잡스 추도식에 참석해 차후 협상 가능성을 높였다. 이 사장은 출국 직전 기자들에게 애플과의 관계에 대해 “삼성과 애플은 동반자가 돼야 하고, 시장에서는 공정하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추도식 이후 삼성전자와 애플의 고위 관계자들이 협상을 위한 테이블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두 회사 모두 이런 관측을 부인하는 분위기 또한 있다. 합의가 이루어진다 해도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는 것이다.

삼성 측은 지재완 전무의 인사를 확대 해석하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눈치다. 특히 최지성 부회장은 “(애플이) 우리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좌시할 수 없다”고 강경 대응 방침을 확인했다. 그는 또 “패널티킥은 (한 골로 안 끝나고) 5골은 찬다”면서 삼성이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는 역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애플 측도 최근 호주에서 진행된 소송에서 삼성 측이 제시한 모종의 합의안을 거부함으로써 이번 소송이 장기전에 들어갈 것임을 암시한 바 있다.

/로스앤젤레스(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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