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이 지난달 31일 갑작스럽게 두루넷과의 통합 논의 결렬을 선언한 이후 이홍선 두루넷 부회장이 하나로통신의 관련 임원에 대한 소송문제를 제기하는 등 양사의 감정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따라서 양사의 통합을 통해 국내 통신시장 3강구조 개편 밑 그림을 완성하려던 정보통신부의 통신정책에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양사의 감정대립이 일찍 해소되지 않을 경우 오는 6월말까지 완료하기로 한 파워콤 민영화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로통신-두루넷, 양사 모두 통합논의 깨지기 바랬다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은 일제히 통합논의 결렬의 원인이 서로 상대방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결렬을 선언한 것은 하나로통신이지만 통합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과정에 사업의 일부를 다른 사업자에게 매각해 논의 결렬의 중요한 단초를 마련한 것은 두루넷이므로 결렬의 책임은 두루넷에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두루넷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용선 사업과 건물등 유휴자산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새삼스레 전용회선 사업 매각을 이유로 통합논의를 결렬시킨 것은 전적으로 하나로통신의 책임이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주변의 정황을 살펴보면 하나로통신과 두루넷 양사는 모두 지난 3월 진행중이던 통합논의에 대해서는 결렬을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내심 결렬을 정해놓고 일련의 수순을 밟아온 것이 아니냐는 것.
금융권과 통신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난 3월 중순부터 "하나로통신이 경영권 분할 절대불가와 4대1 이하의 통합비율 불가등 두루넷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하면서 통합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하나로통신은 양사의 통합이 아니라 하나로통신이 두루넷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홍선 두루넷 부회장은 "하나로통신이 엄연히 존재하는 두루넷 경영진을 도외시한채 대주주인 소프트뱅크와의 협상을 통해 두루넷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합병논의를 진행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두루넷은 이같은 방식의 통합을 용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결정, SK텔레콤과의 전용선 사업 매각을 위한 MOU를 급히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루넷의 한 관계자는 "4월 초 하나로통신의 통합논의에 대한 결론이 발표된다면 이는 소프트뱅크와 하나로통신의 협상이지 두루넷과의 협상은 아닌게 된다"고 밝혔다.
결국 두루넷은 4월초 소프트뱅크와 하나로통신간의 협상결과가 발표되기 이전에 결렬을 유도하기 위해 서둘러 MOU를 체결했다는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난달 25일 두루넷과 체결한 MOU는 양사간 전용선 매각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기로 한 것 외에는 세부적인 내용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당장 3월 25일에 체결해야 할만큼 긴급을 요하는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이홍선 두루넷 부회장은 SK텔레콤과의 MOU체결 직후 손정의 소프트뱅크사장을 만나 "두루넷도 경영진이 존재하고 있으므로 하나로통신과의 통합협상은 두루넷 경영진에 맡겨달라며 소프트뱅크가 협상에서 빠져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하나로통신-두루넷 통합협상 결렬은 양사가 모두 통합 이후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자기 계산만을 진행, 더 이상 협상을 진행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파워콤 민영화에는 어떤 영향?
협상결렬 발표로 인해 하나로통신과 두루넷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가장 먼저 이슈로 부상하는 것은 파워콤 민영화 참여 문제이다.
양사는 지난 2월 파워콤의 전략적 지분매각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 입찰참여 의향서를 냈었다.
그러나 현재의 감정상태로는 더 이상 공동컨소시엄 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게 업계의 예측이다.
양사가 모두 협상 결렬에 대한 책임전가와 공식사과를 요구하고 있어 감정해소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통신업계에서는 양사의 감정대립으로 인해 파워콤 민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하나로통신은 "신한맥쿼리가 아직 컨소시엄 파기를 전달해 오지 않은 상황이며 다른 투자가를 영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파워콤 지분매입에 독자적으로라도 참여할 가능성을 비치고 있다.
특히 하나로통신은 파워콤의 가입자망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두루넷을 배제하고라도 파워콤 민영화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반면 두루넷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혀 파워콤 민영화에 불참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두루넷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전용선 사업을 매각하면서까지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는데 파워콤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진단하고 있다.
아직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하나로통신이 단독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파워콤 민영화에 참여하는 방안이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LG그룹, 대통합에 나설까?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의 협상이 결렬된 상황에서 더 이상 양사가 자체적으로 통합논의를 재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업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감정적으로 멀어진 양사의 통합을 중재할 수 있는 제3의 세력이 등장해야 통합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조심스럽게 LG그룹의 등장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박운서 데이콤 부회장이 이미 지난달 "데이콤 증자를 통해 파워콤, 하나로통신, KT등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운을 띄워놓은 상황에서 LG그룹이 데이콤을 통해 파워콤을 인수하고 두루넷 통합을 추진, 이미 대주주로 있는 하나로통신과 합칠 수 있다는 시나리오이다.
그러나 파워콤 인수에만 약 7천억원 가량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LG텔레콤의 적자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는 LG그룹이 통신사업에 추가 투자를 단행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또 하나의 중재세력으로는 해외의 자본투자가들이 거론되고 있다.
사실 해외 투자가들은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을 합쳐 세계 최고의 인프라로 꼽히는 한국의 초고속인터넷 인프라의 45%를 차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게 증권가의 후문이다.
이미 AIG가 통합된 회사에 대한 투자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약 10억달러 가량의 펀드를 조성하는 컨소시엄 구성 논의도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 자본이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의 통합을 추진, 통합회사의 경영권을 차지하는 대주주가 될 경우 국내 초고속인터텟 인프라의 절반을 고스란히 해외사업자에게 넘겨주는 일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서는 정보통신부로서도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통합논의 재개하는 것이 양사의 생존해법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의 통합논의는 조속한 시일내에 재개돼야 국내 초고속인터넷 인프라와 하나로통신, 두루넷등 3자를 모두 살리는 방향이 될 것이라는게 통신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이 겉으로는 '독자생존 가능'에 대해 자신하고 있으나 외부자금 유입없이 독자생존은 불가능하고 외부자금 유입의 동기는 양사 통합 뿐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하나로통신의 통합협상 결렬 발표 이후 하나로통신의 주가가 급락한 이유가 바로 그동안 통합을 통한 생존모색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졌기 때문이라는게 증권가의 해석이다.
해외 투자가들의 국내 중개역할을 맡고 있는 국내 한 전문가는 "해외 투자가들은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이 모두 독자적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으며 양사가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기간이 길수록 양사의 값어치는 더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양사가 독자생존을 주장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투자가들은 헐값에 양사의 지분과 경영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양사는 통합회사의 주도권 문제가 아니라 국내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를 보호하고 보다 좋은 조건에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전향적인 자세로 통합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구순기자 cafe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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