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신은 그에게 혁신과 리더십, 그리고 재능을 선물로 줬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줬다고 생각한 걸까? 그에게 건강은 허락하지 않았다.
혁신 정신으로 세계인의 삶에 지울 수 없는 영향력을 끼친 스티브 잡스가 5일(현지 시간) 향년 56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애플은 이날 스티브 잡스 사망 사실을 공식 발표하면서 "그의 총명함과 열정, 힘은 우리 모두의 삶을 풍부하게 하고 발전시키는 끊임없는 혁신의 원천이었다"고 논평했다.
잡스의 뒤를 이어 애플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팀 쿡도 이날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무척 슬픈 소식을 전하게 됐다. 잡스가 오늘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애플은 독창적인 천재를 잃었고 세상은 놀라운 사람을 보지 못하게 됐다"고 애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 AP통신 등 세계 주요 외신들도 일제히 잡스 사망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
스티브 잡스와 경쟁하면서 IT 세상의 변화를 이끌었던 빌 게이츠는 올싱스디지털에 보낸 애도문을 통해 "스티브와 함께 일할 기회를 가졌다는 것은 엄청난 영광이자 행운이었습니다. 저는 스티브를 대단히 그리워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혁신 아이콘'으로 IT 혁명 이끌어
스티브 잡스의 삶은 영화보다 더 강렬했다. 부모의 이혼 때문에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잡스는 리즈대학에 진학했지만, 끝내 학업을 마치지 못했다.
그는 1976년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애플컴퓨터를 창업하면서 IT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애플1, 2 등으로 연이어 히트 행진을 하면서 20대 갑부로 떠올랐다.
특히 잡스는 1984년 매킨토시를 내놓으면서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란 새로운 흐름을 주도했다. 하지만 독선적인 성격에다 최고 제품에 대한 지나친 집착 때문에 1980년대 중반 이후 힘든 생활을 해야만 했다.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한 것.
이후 13년만인 1997년 다시 복귀한 그는 2000년대 들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연이어 성공시키면서 IT 시장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것.
하지만 그의 삶은 강렬했지만, 그의 육체는 그렇지 못했다. 2007년 췌장암 발병 사실을 공개하면서 애플에 병가를 내고 요양에 들어간 것. 이후 놀랄만큼 초췌한 모습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결국 지난 8월 팀 쿡에게 CEO 자리를 물려주면서 애플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지 2개월 여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잡스 떠난 애플, 어떻게 될까?
잡스가 사망하면서 애플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삼성전자 등 경쟁업체와의 치열한 공방이 어떻게 전개될 지도 관심사다.
잡스는 지난 8월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팀 쿡에게 CEO 자리를 넘겼다.
쿡은 2002년부터 매킨토시 컴퓨터 부문을 맡았으며, 2004년 잡스가 췌장암 수술을 받을 때는 두 달 동안 회사를 이끌기도 했다. 3년 뒤인 2007년부터는 COO로 애플의 내부 살림을 책임져 왔다. 오랜 기간 잡스 밑에서 2인자 역할을 해 온 셈.
특히 지난 해 잡스의 건강이 악화된 이후엔 대부분의 일상 업무를 사실상 지휘해 오다시피 했기 때문에 당장 큰 틀의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2, 3년 이후 차세대 성장 동력을 찾는 부분에선 '잡스의 부재'가 아프게 다가올 수도 있을 전망이다. '애플=혁신 기업'이란 이미지가 상당 부분 잡스의 지도력 덕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차세대 성장 동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찰스 골빈은 지난 8월 잡스 사임 당시 "1년 반에서 2년 정도는 잡스 퇴진의 공백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면서 "결국 관건은 최종 결정을 해줬던 (잡스란) 한 인물이 없는 상태에서 공동 작업을 통해 얼마나 효과적으로 운영하느냐는 것"이라고 전망한 적 있다.
이런 책임은 '잡스'란 거인이 짊어지고 있던 짐을 넘겨 받은 팀 쿡에게 맡겨졌다. 과연 팀 쿡이 잡스의 유산을 제대로 계승하면서 애플의 성장 엔진을 계속 가동할 수 있을까? 이 부분은 '뛰어난 천재' 잡스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을 애플에게 넘겨진 숙제가 아닐 수 없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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