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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민영화 제대로 가고 있나-2] "'공룡'을 풀려면 재갈부터 물려라"


 

'공룡' KT의 민영화는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의 많은 통신업체들에게 강한 위기 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경쟁 업체들의 우려는 "현상황에서 KT를 민영화 하는 것은 초식동물만 놀고 있는 초원에 안전망 없이 육식 공룡을 풀어 놓는 꼴"이라는 한 업체 임원의 말로 대표된다.

다소의 엄살과 정치적 복선을 깐 말임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두려움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업체들은 KT민영화 이전에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 구조 자체를 공정경쟁이 가능하도록 먼저 변화시켜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정경쟁'이라는 과제는 KT 민영화가 본격 논의 되기 이전에도 경쟁업체들이 KT를 상대로, 어떤 경우 역으로 KT가 경쟁업체들을 상대로 문제제기를 해온 단골 이슈다.

정부의 정책 또한 일관되게 경쟁확대와 함께 공정경쟁을 강조해 왔다.

문제는 한국의 통신시장에서 도저히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KT가 민영화 될 경우 그동안 자물쇠 역할을 해온 공기업으로서의 '걸림돌'이 없어지면서 '위험한 골리앗'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다.

게다가 KT민영화에는 KT의 효율적 경영이라는 뚜렷한 명분이 자리하고 있어 정부는 과거처럼 KT의 경영에 공공연히 간섭할 수도 없다.

시장에서의 공정경쟁과 KT의 경영효율은 마치 칼날의 양면과도 같은 성격을 갖고 있어서 결국엔 제도적 타협점이 찾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과정에서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최적점'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가 과제일 것이다.

◆ 국내 통신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KT

한국통신이 자체적으로 발표한 유선 시장 점유율은 자사가 '거대한 통신업체'임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1년 9월 현재 ▲ 시내전화 97.2% ▲ 시외전화 83.7% ▲ 국제전화 61.9%(2001년3월기준) ▲ 전용회선 70% ▲ 초고속인터넷 49.4%에 달한다.

특히 눈여겨 볼 점이 초고속인터넷 분야이다. 시내외, 국제전화 등 음성 전화 부문의 시장 점유율은 경쟁 도입이후 감소 추세에 있다. 그러나 데이터 부분인 초고속인터넷은 유선을 기반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음성통화보다는 데이터 부문이 통신시장의 성장을 이끌 것이란 데 이견을 보이는 사람은 없다.

KT의 초고속인터넷 분야는 지난 99년 12월 4.5%의 시장 점유율에서 현재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이 점에서 KT의 국내 통신시장에 대한 지배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다 무선시장에서의 지배력도 강화되고 있다. KTF 등 자회사를 포함한 KT군의 시장지배력은 99년 65.4%에서 2001년 9월 현재 68.4%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단위 : 억원)
구 분 1999 2000 2001. 9
총규모 182,669 199,895 167,684
KT 규모 KT 95,957 103,222 85,832
KT군 119,487 135,290 114,749
비중 KT 52.5% 51.6% 51.2%
KT군 65.4% 67.7% 68.4%
주 : KT군에는 KTF만 합산
자료 :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 KT IR자료

한편 초고속인터넷, KTF의 무선 시장 진출 확대 등으로 데이터 시장에 대한 KT의 투자는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1년 KT의 설비투자 규모 3조원중 인터넷 등 데이터 분야에 42%를 집중했다.

올해도 인터넷과 데이터 부문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에 비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KT의 한 관계자는 "초고속인터넷의 성장은 KT의 높은 성과 중 하나"라며 "앞으로도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유·무선복합 서비스 확대에 따라 불공정경쟁 우려

이같은 KT의 시장 지배적 입장에 대해 경쟁 사업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LG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KT 민영화 이후 한국전기통신공사법 폐지,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 등의 부담완화로 공격적 경영 활동이 가능하다"며 "이러한 환경이 조성되면 지배력 확대는 불을 보듯 뻔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시장 지배적 입장에 있는 공기업에 공경적 경영이 허용되는 민영화의 옷이 입혀지면 그 영향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SK텔레콤의 한 임원도 "99년 4%에 달했던 초고속인터넷 점유율이 50% 가깝게 빠르게 증가한 배경이 무엇이겠느냐"며 "유선망을 독점하고 있는 KT의 인프라가 데이터 중심의 초고속인터넷으로 뻗어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KT의 가장 큰 경쟁력을 '유선 전화'로 꼽았다. 유선 전화만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없지만 그 위에 초고속과 무선이 덧입혀지면 상황은 달라진다는 시각이다.

그는 "KT의 저력은 힘의 원천이었던 유선망에다 데이터와 무선이 연결되면서 수익 확대로 이어지고 있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에 걸쳐 오랫동안 다져진 유선망이 KT의 '힘의 원천'으로 작용해 왔다면 민영화를 앞두고 이는 곧바로 지배적 입장에 따른 수익 확대로 발전해 나갈 것이란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KT는 지난해에 집중적으로 무선재판매, W-LAN(무선랜) 등 무선 사업 분야의 진출을 모색했다. 이같은 투자는 초고속인터넷, 포털사업 등 KT의 다양한 통신업종 자회사들과 연결, 통신 시장 전체로 그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KT는 확보한 가입자망을 기반으로 초고속인터넷 사업의 경쟁력과 무선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로 국내 유·무선 통신시장에서의 지배력 강화를 가속화 할 것이란 것이 경쟁업체들의 진단이다.

◆ 공정경쟁을 위한 사전 안전장치 마련돼야

시장 지배력 확대는 독점적 지위로 이어지면서 시장의 공정 경쟁을 해칠 것이란 게 경쟁사들의 지적이다. 이에따라 KT 민영화에 앞서 공정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안정장치를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한 대책이 미리 서 있지 않는다면 민영화 이후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분석이다.

경쟁관계에 있는 통신업체의 한 관계자는 "유선은 시내, 시외, 국제 등으로 나눠 경쟁시킬 수 있지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유·무선 복합 서비스는 쪼갤 수 없다는 것에 고민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KT의 시장 지배적 입장을 정리하고 공정 경쟁에 대한 대책논의는 필수적이란 것이 그의 판단이다.

특히 공정경쟁을 담보할 수 있는 법적 장치 등 제도적 안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들은 ▲ KT의 무선재판매 금지 ▲ KT아이컴 등 자회사 통합 불허 ▲ 지배적 시내망사업자에게 새로운 주파수 할당 금지 등을 공정경쟁을 위한 '안전장치'의 대표적인 것으로 꼽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 전문 경영인 체제 ▲ 사장 공모제 ▲ 사외이사 과반수 이상 유지 등으로는 공정경쟁을 유도하는데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민영화 이후 '행동'으로 공정경쟁을 이루자는 것에 머물지 말고 민영화 이전에 구조적으로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는 강조점이다.

KT 민영화는 통신사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일정기간 동안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기구와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자는 의견이다.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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