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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슈퍼엔 없는 '박카스'…진짜 이유는?


복지부는 '탁상행정' 제약사는 '약사 눈치'

[정기수기자] "슈퍼마켓에서 '박카스'는 언제쯤 살 수 있나요?"

박카스 등 48개 일반약이 의약외품으로 전환돼 약국외 판매가 허용됐지만 정작 슈퍼마켓, 편의점, 마트 등 소매점에서의 실제 판매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소매점에 유통중인 제품마저도 제약사가 아닌 의약품 도매상 등에서 공급하는 것이라 물량 확보에도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다. 약국외 판매가 활성화될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번 의약외품 슈퍼판매가 보건복지부의 조급증이 부른 실패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장 상황을 고려치 않고 슈퍼판매를 무리하게 추진해 오히려 시민들의 불편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마트와 편의점은 '물량 없어' 제약사는 '약사 눈치만'

앞서 복지부는 새로운 상품 등록에 따른 공급가를 두고 제약사와 도매업자간 거래계약 체결과 상품코드 등록, 행정상 준비 절차에 다소 기간이 소요돼 이번주 중에는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지난 26일에는 이명박 대통령까지 의약외품의 약국외 판매를 두고 제약사들에게 공식적으로 협조를 당부하고 나섰다.

하지만 28일 현재 서울 시내 슈퍼마켓과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는 여전히 박카스 등 의약외품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직장인 임모씨는 외근 중에 박카스를 구입하고자 서울 중구 A편의점을 찾았지만 물건을 살 수 없었다.

임씨는 "직장 근처 편의점에서는 박카스를 팔고 있었는데 이 매장에는 제품이 없었다"면서 "직원으로부터는 판매 점포가 아니라는 말을 들었는데 같은 편의점인데도 여기서는 왜 판매가 안 되는지 의문"이라고 혀를 찼다.

서울 은평구 B마트에서는 최근 박카스와 마데카솔 등을 찾는 고객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지만 제품이 없어 모두 돌려보내고 있다.

B마트 관계자는 "다른 지점에서는 의약외품을 판매중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본사 방침상 아직 판매 지시가 내려오지 않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의약외품 판매와 관련해서는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가 각각 지난 22일과 23일부터 박카스 등을 판매중이고 GS25와 훼미리마트 등 편의점에서도 28일부터 시범 판매를 시작했다. 하지만 대다수 업체들이 아직 일부 점포에 국한된 판매만을 할 뿐 전국적으로 의약외품의 유통이 확산되는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대형마트 및 편의점업계는 물량이 확보되면 판매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제약사들이 물량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당분간 실제 유통 물량을 확보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제약사들이 마트 등 소매점에 물량을 공급하는 데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약사 눈치 보기' 때문이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약국 공급분량의 일부를 마트나 편의점 등으로 돌릴 경우 약국들이 자칫 집단 반발해 다른 전문약 판매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재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판매중인 의약외품 물량은 제약업체가 아닌 의약품도매상을 통해 공급받고 있는데 이들의 공급 물량이 한정돼 있어 결국 의약외품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동네 슈퍼마켓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다수 슈퍼마켓들은 도매업체의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주인들이 약국에서 해당 제품을 직접 구입해 판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판매점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물량을 제약사를 통해 공급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확신하기 어렵다"며 "언제 전국 점포로 확대할 수 있을지 현재로써는 정확히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 제약사는 '생산량 부족' 복지부는 '현장 안 살핀 졸속행정'

제약사들의 생산량 부족도 의약외품의 실제 판매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동아제약 박카스D의 경우 공급량의 87%가 약국과의 직거래를 통해 이루어지고 13%만 의약품도매상을 통해 공급된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천안공장에서 생산되는 '박카스'의 연간 최대 생산량은 3억6천만병으로 현재 판매량은 3억5천만병"이라며 "현재 생산설비로는 약국에만 박카스를 납품하기도 힘겨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생산공장을 증설하지 않는 이상, 약국 이외 장소에 공급할 물량을 물리적으로 확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 제약사 관계자는 "생산설비 증설 없이 소매점 공급 물량을 충족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증설 문제도 수요예측과 생산여력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통해 결정해야 하는 것이고 성급히 판단할 사안이 못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제약사들의 생산량 등 현장의 제반여건을 고려치 않고 의약외품의 슈퍼판매를 추진한 복지부 행정에 대한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민 편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현장 여건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의약외품의 슈퍼판매를 추진한 복지부의 탁상행정이 결국 시민 불편만 가중시켰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까지 의약외품 판매를 제약사들에 요청하고 나서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제약사마다 생산여력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빠른 시일 내에 나오긴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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