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법 시행 이틀째로 접어들었지만 여야는 재협상 테이블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
재협상은커녕 대화채널은 아예 닫혀버렸고, 양측이 타협점을 찾기에는 상황이 꼬일대로 꼬여버렸다. 이에 정치권에선 '더 이상 방법이 없다'라는 회의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즉 '직권상정'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야 모두 말을 아끼고 있지만 '직권상정' 수순을 밟아가고 있는 듯하다. 비정규직법 시행 첫날인 지난 1일 환노위 소속 한나라당 간사 조원진 의원 등 한나라당 위원들은 비정규직법 개정을 포함해 140여개의 법안을 기습상정 했다.
이는 앞서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여야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이 참석하는 '6자 회담' 제안을 했으나 민주당으로부터 거부당한 뒤다. 민주당은 '노동계를 제외한 6인 회담은 야합'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의 기습상정으로 물밑조율 자체도 단절됐고, 극도의 감정싸움으로 치닫기 시작한 가운데 2일에는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등 보수3당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1년6개월 유예키로 한 합의안을 발표로 민주당을 압박했다. 이에 민주당 역시 법이 이미 시행되고 있는 만큼 유예안은 어불성설이라며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처럼 재협상을 위한 대화 채널은 급속히 냉각됐고, 돌파구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일각에선 민주당을 협상테이블로 이끌어내려는 강공책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하지만 기습상정과 '1년6개월 합의안'으로 인해 여야가 접점을 도출할 기회를 모두 잃어 여야의 비정규직법 개정안 협상이 아예 물 건너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역효과를 알면서도 한나라당이 '기습상정'과 '유예안 합의'를 강행했다는 점에서 직권상정 수순밟기 아니냐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즉 한나라당이 협상에 나서기에 앞서 일부러 '판'을 깨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더욱 강경한 태도를 취할 태세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한나라당 태도를 봐서는 사실상 논의가 진전되기 어렵다"며 "어떤 제안을 해도 유예를 전제로 한 논의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환노위 소속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당 합의는 야합"이라면서 "결국 직권상정으로 가려는 의도 아니냐"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현재로선 비정규직법 개정안 처리는 직권상정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야 내부에서도 직권상정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비정규직법 문제 재협상이 한계점에 봉착했고, 단절된 상황에서 더 이상의 진전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여권내부에서 감지된다. 직권상정을 통해 현 상황을 종료시켜야 하다는 것이다.
여권 내부에선 어차피 야당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미디어관련법도 정상적 절차를 통해 처리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비정규직법, 미디어법'을 패키지로 묶어 직권상정을 통해 처리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비정규직법이 조만간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한나라당이 7월 중순에 미디어법 처리 방침과 시간상으로 맞물릴 수밖에 없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한 번의 직권상정으로 부담을 덜 수 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등 야당이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협상결렬의 책임을 야당에 돌릴 수 있다. 또한 여야 협상이 되지 않는 만큼 김 의장도 직권상정 명분을 쌓을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된다.
이와 관련, 김형오 의장은 "6월 임시국회가 다 가도록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며 "국민의 힘에 의해서라도 이 문제가 반드시 이번 국회에서 해결돼야 한다"고 여야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직권상정에 나서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민철기자 mc07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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