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하 문화부)이 전 정권의 단체장들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문화예술계와 소속 공공기관들이 촉각을 곧두세우고 있다.
유인촌 장관은 12일 아침 광화문 문화포럼 초청 강연에서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전일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DJ-참여 정부 추종세력 퇴진발언과 같은 맥락에서 이같이 말했다.

유 장관은 이 자리에서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나름의 철학과 이념, 자기 스타일과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그런 사람들이 새 정권이 들어섰는데도 자리를 지키는 것은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뒤집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 장관은 이어 "임기는 공정했을 때 보장받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인사를 하지 않아야 하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인사가 이뤄진 것은 자연스럽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 두고 문화예술계 및 문화부 산하 기관에서는 유 장관의 발언에 대한 진의 파악에 좌불안석이다.
현재 문화부 소속 공공기관 및 기관장 중 잔여 임기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한국게임산업진흥원, 한국언론재단,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한국관광공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립오페라단 등이다. 이들 기관장들은 정권 막바지인 지난 해 하반기 임명됐으며 임기 만료는 모두 2010년 하반기로 되어 있다.
이밖에 소속기관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국립국어원장, 국립현대미술관장, 국립국악원장, 한국정책방송원장 등이 길게는 2년에서 짧게는 1년 정도의 임기를 남겨 놓고 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현재 유 장관의 발언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또 그 진의가 무엇인지를 파악 중이다"라며 "워낙 갑작스러운 일이어서 뭐라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당한 추천 절차를 걸쳐 임명된 공공기관 기관장들에게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알아서 나가라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다.
문화부 소속 공공기관 관계자는 "공무원 신분이 아닌 공공기관 수장들은 법률에 따른 적법한 절차를 거쳐 추천제를 통해 문화부에서 임명한 것"이라며 "당시, 4∼5개월 이상의 업무공백을 감수해서라도 임명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밖에 주요한 사업추진을 준비중인 공공기관들의 경우 '업무공백을 감수하고서라도 기관장 선임을 미뤄야 했었느냐'는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관련 문화부 관계자는 "문화부 소속 및 공공기관 중 구 정권의 임기 막바지인 지난 하반기에 임명된 인사는 얼마 되지 않는다"며 "유 장관의 발언은 2005년과 2006년 등 정권기에 임명되고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인사들을 거론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한편 영화진흥위원회 안정숙 위원장은 임기를 2개월여 남겨둔 지난 5일 문화부 산하 공공기관장으로는 처음으로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정진호기자 jhj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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