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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막내 살리려 첫째 버린 HP의 사연


한국HP가 요즘 안타까운 일을 겪고 있습니다. 언제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2소켓 서버들을 눈물을 머금고 내쫒고 있거든요.

2소켓 서버는 x86 서버 시장의 70% 가량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한국IDC 조사 기준으로 한국HP가 15분기 연속 시장 점유율 1등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2소켓 서버 사업을 든든하게 키워놨기 때문이죠.

한국HP 입장에서도 2소켓 서버 제품군은 최후까지 믿을 수 있는 효심 깊은 첫째 아들인 셈입니다. 그런데 태어난지 이제 5~6년 된 막내 블레이드 서버라는 녀석이 첫째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블레이드 서버에 대한 한국HP의 지극 정성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전체 마케팅 비용의 상당 부분을 이 막내에게 쏟아붓고 있을 정도입니다. 막내가 지난해 한국IBM이라는 옆집 형한테 맞고 2등을 하자 온갖 치맛바람을 일으켜 올해 기어코 1등 자리를 되찾아주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도 막내 블레이드는 아직 걸음마조차 제대로 못하는 상황입니다. 분기당 1만대 가까이 팔아치우는 한국HP 내에서도 블레이드는 많아야 500여대 판매가 고작입니다.

이 블레이드를 일으켜 세워 걷고, 뛰도록 하기 위해 한국HP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첫째가 먹을 양식까지 모조리 막내에게 주기로 한 것입니다.

한국HP 블레이드 서버 담당자는 "블레이드 서버의 본격적인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기존 2소켓 랙 서버를 사용하는 고객들을 블레이드로 교체하는 영업까지 시도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이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한국HP가 이번 3분기에 올린 실적을 보면 2소켓 서버는 여전히 1위를 하고는 있지만 다른 1소켓, 4소켓 부문에 비해 경쟁사들과의 격차가 좁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2소켓 서버를 새로 사거나 교체하려는 기업들에게 "웬만하면 블레이드 사세요. 싸게 드릴께요"라며 구매를 유도했거든요.

내년부턴 이런 영업을 더욱 강화해나가 막내를 적어도 한국HP 내에서 둘째나 셋째 정도의 위치까지 키운다는 계획입니다. 첫째를 포기하면서까지 막내에게 도박을 걸고 있는 한국HP, 그들의 행보가 새삼 주목되는 요즘입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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