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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유통 사기, 왜 일어났나


19일 신세계아이앤씨(I&C) 내부 직원의 횡령 혹은 배임 혐의로 불거진 PC 유통 사기 사건은 업계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사건은 신세계I&C의 PC 판매 담당 직원이 거짓으로 PC 주문서를 작성, PC 제조 및 유통 업체로부터 제품을 받아 또 다른 거래업체 임원과 공모해 물건을 판매한 뒤 대금을 가로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피해자들인 PC업체들도 큰 소리를 내기는 힘들 전망이다. 제품을 납품하면서 최종 구매자를 반드시 확인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종종 어겼기 때문이다.

신세계I&C측도 "내부 직원이 저지른 일 때문에 업계에 물의를 일으켜 면목이 없고, 관리 책임을 통감해 정밀 조사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PC 업체들도 발주 문서에 명기된 최종 구매자에게 한번만 확인했어도 이같은 일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대형 PC 제조 업체들은 주문 및 발주 현황을 제조업체와 유통 대리점들이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판매현황까지 체크할 수 있는 '공급망관리(SCM)'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자사 유통망에만 적용될 뿐 이번 사건처럼 별도의 유통 업체와 얽히게 되면 별 소용이 없게 된다.

◆공식 유통점 아닌 곳에 '유통'시킨게 문제

신세계I&C 내부 직원이 허위로 발주문서를 작성한 뒤 PC 물품을 빼돌린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직접 손으로 작성하는 시스템 때문에 허위 발주 문서를 작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해 왔다.

손으로 주문서를 작성하고 영수증을 끊는다는 것은 단순히 펜과 종이를 이용해 기입하는 것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엑셀이나 PC 문서 같은 단순한 오피스 프로그램을 이용해 수량이나 주문처를 일일이 기입하는 방식 역시 이 범주에 포함된다.

이렇게 되면 기입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해 물량을 잘못 주문하거나 금액을 잘못 표기할 수도 있다. 이번 신세계I&C 건과 같이 내부자가 고의로 조작해 횡령이나 배임 범죄를 저지르는 '틈'도 남겨놓게 된다.

PC 제조업체의 공식 유통협력사라면 SCM과 각 유통업체의 회계 프로그램과 연동되는 자동 주문시스템을 구축해 거래업체들끼리 보다 투명한 유통망과 주문발주 과정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는 공급 업체의 SCM에 포함되지 않은 신세계I&C가 비공식적으로 유통 사업을 진행하면서 문제가 커지게 됐다. 손으로 직접 작성할 수 있는 주문서 등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한 PC 유통업계 관계자는 "공식 유통협력사로 등록한다면 주문서 위조 등은 할 수 없다"면서 "이미 선진적인 시스템이 투명한 거래를 보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공식 등록된 유통 협력사가 아닌데도 업체가 실적에 쫒겨 제품을 주고, 그 업체가 물건을 되팔면 이번 사건과 같은 구멍이 생기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PC 업체들도 공식 유통 협력사 외에 관행적으로 비공식 유통 채널을 운영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신세계I&C 사건이 이런 메시지를 업계에 던졌을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주장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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