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가 공중파 방송 4사에 월드컵 기간 동안 '멀티모드서비스(MMS)'를 허가한 가운데 고화질(HD) 채널 서비스가 제공되는 주파수대역 이외에 남는 주파수 대역을 공중파의 몫으로 제공해도 되느냐는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방송위는 앞서 지난달 30일 월드컵 기간동안 공중파 방송사들이 기존 6㎒ 주파수 대역에서 고화질(HD) 방송 및 준고화질(SD)급 방송 등 복수 채널을 시험방송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MMS란 영상압축 기술을 활용해 기존 한 개 방송채널(6㎒)에서 고화질(HD) 및 일반화질(SD), 오디오, 데이터 채널 등 다채널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를 테면 MBC가 6㎒ 대역폭 내에서 MBC-1, MBC-2, MBC-3 등으로 채널을 쪼개 서비스를 하게 되는 셈. 메인 채널에서 HD화질로 축구중계방송을 할 경우 다른 채널에서는 SD급으로 특정 선수만 따라다니는 프로그램을 내보낼 수 있다.
공중파 방송사들은 6㎒ 주파수 대역은 공중파 방송사들의 몫이기 때문에 어떻게 이용하든 상관없다는 입장이지만, 케이블TV 등은 HD 방송을 위해 6㎒ 대역을 할당해준 만큼 기술발전으로 남는 주파수가 생긴다면 이에 대한 활용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남는 주파수는 공중파 방송사 것?
공중파 방송사들은 지난 2000년 디지털TV 전환 논의 당시 HD채널에 필요했던 주파수 대역 6㎒ 내에서는 당연히 채널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송위원회는 "현행 디지털TV 방송국 허가 기준을 볼 때 6㎒ 주파수 내에서 방송사가 SD다채널이나 HD채널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고 설명해 공중파 방송사들이 남는 주파수 이용에 큰 문제가 없다고 풀이했다.
KBS의 경우 이번 시험방송기간 동안에는 HD와 SD채널 한 개씩만 운용할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HD 1개, 데이터나 SD 1개, 오디오2개 및 데이터 2개 등 6㎒에서 총 6개 채널이 나올 수 있다.
방송위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정책의 기조가 'HD중심'인 것은 여전히 변함없다"고 말해 HD 채널 중심의 MMS 정책방향 추진을 시사했지만, 주파수 운용을 세부적으로 제재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시험방송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특히 방송위는 이번 시험방송이 정책방안 마련을 위한 시험방송이라는 측면을 강조하고 본 방송 직전의 단계로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주파수 이용관련 주무부처인 정통부 관계자는 "시험방송용 주파수를 새로 배정받는 게 아니라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파수를 다각도로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허가문제보다는 기술기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SD 다채널을 포함해도 현재 기술기준을 충족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험방송이 별 무리없이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어서 케이블TV 진영 등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케이블TV 진영, "사회적 합의 필요"
케이블TV방송사들은 공중파 방송사들의 MMS 서비스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케이블TV방송 대표는 "공중파 방송사에 6㎒ 주파수를 할당한 것은 지난 2000년 디지털TV 전환 논의 당시 HD 방송을 위해선 6㎒ 주파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케이블TV나 위성방송 등 다채널 유료방송 시장과의 균형발전 방안 없이 공중파에 남는 주파수를 제공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역시 "시험방송 허용은 공중파 방송사들의 방송시장 독과점적 지위를 공고하게 해주는 특혜에 불과하다"며 "굳이 시험방송을 한다면 공중파 4사에 모두 허용해줄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보통신부는 공중파 방송사들의 지방 DMB 실용화 실험국을 허가하며 MBC 등을 배제한 채 KBS만 허가해준 사례가 있다. 당시 정통부 관계자는 "월드컵 붐 조성과 지상파DMB 활성화 측면에서 국가 기간방송사인 KBS에 한정해 실험국 운용을 한시적으로 허가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케이블TV 업계 등 유료다채널 방송사 측에서는 공중파 뿐만 아니라 공중파 방송사 외의 사업자들도 일정한 절차에 따라 동일하게 주파수 활용 기회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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