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집중 질타를 맞았던 국가통합망 사업이, 당시 국회의원들이 제시한 시정 요구사항이 별반 반영되지 않은 채 본사업으로 진행될 전망이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국가통합망은 국민의 안전을 위한 사업이니 만큼 관심의 대상이 됐고, 국감을 통해 국회의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2005 국감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통합망 사업 관련 시정 및 처리요구사항은 ▲통합지휘무선통신망사업은 여러 문제점이 있으므로 재검토되어야 할 것 ▲통합지휘 무선통신망 구축사업의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며 국내기업 참여방안을 강구할 것 등 크게 두가지다.
국감에서 도출된 시정 및 처리요구사항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 16조 규정에 의해 정부 및 해당기관이 시정, 또는 처리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행정자치위원회 관계자는 "따로 정해진 기한은 없지만 통상 국감 종료 후 다음해 초 정도엔 보고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고는 반드시 해야 하며 강제 규정은 없지만 보고하지 않을 경우 경고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감 질의 답변내용, 큰 변화 없어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박명광 의원 측과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 측은 모두 답변은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답변의 내용에 관해서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박 의원 측은 '국감에서 제시된 의견을 검토해 반영하고 정상적 절차를 거쳐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내용을, 고 의원 측은 '앞으로는 의혹을 받지 않도록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요지의 답변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답변에 대한 평가는 "제시했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향후 본사업 추진이 우려된다"는 것.
박 의원 측은 "국감에서 제시됐던 이슈 중 하나가 모토로라의 독점 의혹이었다"며 "현실적으로 제시된 요구 기술 자체를 모토로라밖에 구현해 낼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모토로라에서 프로토콜을 개방해 연계하는 방법이 있으나 지적재산권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망 일원화의 경우 세계적 사례에 비춰 굳이 세금을 낭비하면서까지 일원화하기보다 게이트웨이 연동으로 가자고 강력하게 권유했으나 되돌아온 보고서엔 수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시범사업이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으니 지켜봐달라"는게 답변의 전부였다는 얘기.
고 의원 측도 "큰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니 만큼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고 절차상 문제를 재검토 해야 한다고 지적했으나 '앞으로는 의혹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결국, 사업방향을 바꿀 의지가 없다는 것만 확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소방방재청, "ISP에서 검토해 문제점 없다"
이를 두고 소방방재청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에게 설명을 이미 끝냈다"며 "국가통합망은 30여개의 기관과 협의하고 기술 자문회를 거쳐 타당성을 인정받은 정부의 정책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사업에 하자가 없으니 중단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
이어 "ISP(정보전략계획) 과정에서 의견을 검토해 사업의 최종방향을 결정했다"며 "시범사업이 이미 시작돼 있으며 ISP에서 필요한 내용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 국감에서는 고흥길 의원이 'ISP가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한 것'을 문제로 지적한 바 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이미 1천470억원을 들여 시스템이 구축됐거나 구축되고 있기 때문에 의원들이 제시한 것처럼 사업을 처음부터 재검토하는 것은 오히려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집중 제기됐던 독점 의혹에 대해서는 "입찰에서 제약 없이 제한을 받았고, 다만 기 구축돼 있는 경찰청의 TRS와 상호 호환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라고 했을뿐"이라고 말했다. 국가통합망의 경우 경찰 등 다양한 기관간 연결이 필수적이기 때문.
하지만 서로 다른 시스템간 상호 호환(ISI, 이기종관 연동 표준)에 관한 표준이 아직 제정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모토로라 망에 호환될 수 있는 업체는 오직 모토로라밖에 없는 것이 문제다.
국감에서 의원들이 지적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관련 표준은 2008년 쯤 수립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국제협의기구인 테트라 MoU가 주관한다.
소방방재청 관계자 역시 "ISI 표준화가 제정되지 않았으므로 모토로라 시스템에는 모토로라 시스템만 연동된다"고 말해 연동 표준화가 나오기 전에는 이기종간 연동이 사실상 불가능함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모토로라 시스템의 독점을 얘기하기 전에 현재 세계적으로 서로 다른 시스템(이기종)끼리 연동하는 사례가 없다"며 "인천경찰청의 경우 모토로라가 아닌 타 시스템으로 망이 구축됐으나 연동을 구현하지 못해 준공이 안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천경찰청에 시스템을 구축한 관계자는 "인천청에서 쓰는 단말기를 전국 어디에 가져가도 그룹통화가 가능하도록 이미 연동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이기종 시스템 연동에 대해 서로의 주장이 다른 상황인 셈이다.
이처럼 사업 주관 주체인 소방방재청 및 시범사업 진행중인 업체와 일부 국회의원 및 시범사업에 입찰하지 못한 업체들이 의견이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어 국가통합망 본사업 입찰을 앞두고 또 한차례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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