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이정호] GS인증, 당사자 간 대화 필요하다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라는 TV 단막극이 있다.

최근에는 간혹 과장돼 보이는 사례가 눈에 띄기도 하지만 외도, 금전 문제, 배우자 부모와의 갈등 등 부부 간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드라마 소재들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에는 이혼 직전의 격한 감정에 휩싸인 부부가 등장하는 탓에 신구, 정애리 등 중견 탤런트들이 대거 포진한 조정위원회의 중재 역할이 단연 눈에 띈다. 서로에 대한 불신에 가득 찼던 부부들이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모색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조정위원회 위원들이 유도하는 '대화'에 있기 때문이다.

상대에 대해 불만이 있으면서도 의사 교류를 회피하던 부부들이 자신의 답답했던 심정을 배우자에게 얘기하면서 문제는 해결점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그래서 극 종반에 나오기 마련인 "4주 간의 조정기간을 드리겠습니다."라는 신구의 대사는 대개는 갈등 해결을 위한 대화의 시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경우는 다르지만 최근 GS인증 시험을 담당하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국내 SW업체 간에도 서로에 대해 적지 않은 불만들이 있어 보인다.

TTA는 "자금과 인력난 등으로 품질 개선 노력에 선뜻 뛰어들기 어려운 국내 SW업체들의 상황을 이해한다"면서도 "GS인증을 통해 품질 수준을 높이려는 강한 의지가 아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GS인증은 시험 과정을 통해 SW 품질을 높이는 것이 본래 목적인 데도 업체들이 인증 획득 자체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다.

TTA는 현재까지 300여 개 업체들이 GS인증을 받았지만 그 가운데 1차와 2차 심사 때 인증 시험을 통과한 기업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한다. 시험 과정을 통해 품질을 높이려는 절실한 생각이 부족하다보니 품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제품이 1차 시험에 의뢰되기 일쑤라는 얘기다. 현재 6개월 이상 걸리고 있는 시험 대기 기간도 이 같은 문제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는 게 TTA의 설명이다.

그러나 일부 SW업체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들은 TTA가 요구하는 품질 개선에는 동의하면서도 인증 과정이 성능 측정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구성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TTA가 성능 측정과는 큰 관련이 없는 부분에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험 제품에 대한 성능 측정이 폭넓게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자체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는 고난도 테스트지 오타 수정이나 메뉴 개선 권고가 아니다"고 말한다.

TTA와 업체 간 시각차는 현재 TTA가 운영 중인 '오픈 랩'에 대한 인식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오픈 랩'은 GS인증 시험 전에 TTA 장비를 대여, 해당 업체가 자체 예비 시험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현재 매우 저조한 이용률의 원인을 두고 TTA와 업체들 간에 엇갈리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TTA는 "우리 기술진이 장비를 직접 설치해 주고 매우 저렴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데도 업체들이 인증 획득에만 집중하고 있는 탓에 이 같은 제도가 거의 이용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한다.

그러나 '오픈 랩'에 대해 일부 업체들은 '그런 제도가 있는지 잘 몰랐다', 'TTA 사옥까지 가서 자체 시험을 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론 유용하게 이용했다고 답한 업체도 있었지만 '오픈 랩'의 낮은 이용률의 원인을 업체들의 품질 개선노력 부족으로만 보기에는 어렵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품질향상이라는 대명제에 도달하기 위한 TTA와 SW업계 간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GS인증 시험 과정에 일부 불만이 있는 업체들도 "이왕이면 좀더 제대로 된 시험을 해 줬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데 주목해야 한다. 품질 향상이라는 목적을 유지하면서 업체의 자발적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지혜가 요구된다.

/이정호기자 sunrise@i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이정호] GS인증, 당사자 간 대화 필요하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