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휴대폰 제조사들에 SKT가 부담해야 할 보조금의 일부를 분담토록 요구해 양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 휴대폰 제조사들에 가입자당 평균 2만5천원의 보조금을 부담토록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LG전자와 팬택계열 등 대다수 휴대폰 제조사들은 지난 주까지 동의를 표했으나 삼성전자가 이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동통신사에 휴대폰을 납품하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국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동통신사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제조사에게 분담시키는 것은 부당한 횡포"라고 지적했다.
특히, SK텔레콤의 요구에 제조사가 모두 동의할 경우 KTF나 LG텔레콤도 똑같은 요구를 해올 수 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이 경우 제조사의 마케팅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우려가 있다.
더욱이, 27일 각 이통사가 밝힌 보조금 규모 중 SK텔레콤이 가장 큰 이유도 제조사 분담금액이 포함됐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비용 분담 왜 요구했나
SK텔레콤이 제조사에게 요구한 분담 금액은 평균 2만5천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한 가입자가 A사 단말기를 구입하면서 SK텔레콤으로부터 10만원을 보조금 혜택을 받았다고 하면 이중 2만5천원을 제조사가 SKT에 주는 형태다.
한 제조사 임원은 "일정 기간 동안 어느 제조사 휴대폰으로 보조금 혜택을 받았는지를 계산해 그때 그때마다 이통사에게 일정 비용을 보전해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이 제조사들에 보조금 분담을 요구한 것은 이전에도 제조사들이 자사 휴대폰의 판매 촉진을 위해 마케팅 비용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즉, 과거 사용하던 마케팅 비용을 대신 보조금의 형태로 보태라는 것.
SK텔레콤 관계자는 "과거에도 제조사들은 단말기당 3만~4만원씩의 판촉비를 사용해 왔으며 그 비용 역시 보조금으로 전용됐다"며 "보조금이 양성화됐기 때문에 제조사들도 보조금 비용을 분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시장 안정화를 약속했기 때문에 과거에 사용하던 마케팅 비용의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 범위에서 SK텔레콤의 요구에 따라 보조금 비용을 분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제조사 "보조금은 이통사의 몫"
하지만 삼성전자는 SKT의 이 같은 요구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LG전자와 팬택계열도 당초 반대했으나 보조금 지급을 바로 앞둔 지난 주에서야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사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보조금은 성격상 이동통신사들이 전액 지불해야하는 비용이라는 것. 이동통신사들의 매출은 휴대폰 판매가 아니라 대부분 가입자가 내는 통신 요금에 의존한다. 따라서 이통사들은 막대한 보조금을 지불해서라도 일단 가입자를 유치하면 향후에 이들이 내는 요금으로 보조금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해 한 가입자를 유치할 경우, 이 가입자가 한달에 3만원의 요금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4달이면 '본전'을 뽑을 수 있다. 이통사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이유다. 같은 이유로 이통사들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의무 가입 기간'을 두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조사들은 보조금을 지급하면 할수록 손해다. 제조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사용하는 것은 재고 제품의 판매를 촉진해 계속해서 이통사에게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한편, 보조금을 분담에 참여하는 제조사와 그렇지 않은 제조사의 휴대폰에 대해 이통사가 차별 대우를 취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이통사가 나중에 일정 보조금의 일정 부분을 보전 받을 수 있는 제조사의 휴대폰을 의도적으로 많이 팔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강희종기자 hjka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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