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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상장 '원칙 금지' 전환 논의 본격화


한국 중복상장 비율 11.2%…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
투자자 보호 vs 기업활동 위축...시장 온도차 뚜렷

[아이뉴스24 김민희 기자] 중복상장 규제 체계를 ‘원칙 금지·예외 허용’으로 전환하는 제도개편 논의가 본격화됐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돼온 지배구조 문제를 손보겠다는 취지지만, 투자자 보호와 기업활동 위축 사이에서 이해관계자 간 시각차도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중복상장 제도개선 공개세미나’를 열고 정책 방향과 세부 설계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번 세미나는 투자자, 기업, 증권사, 벤처캐피탈, 학계·법조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제도 개편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18일 대통령 주재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중복상장 규제를 기존 ‘부분 제한’에서 ‘원칙 금지·예외 허용’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등 일부 유형에 국한됐던 규제 범위를 실질적 지배관계를 기준으로 확대하고, 모·자회사 이중상장과 계열사 상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겠다는 구상이다.

당시 발표된 제도개편안에 따르면 자회사 상장은 상장 필요성, 주주 보호 수준, 경영·영업의 독립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예외적으로만 허용된다. 모회사 이사회에는 자회사 상장이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보호방안을 마련할 의무가 부과되며, 관련 논의 내용도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심사 기준 역시 구체화된다. 자회사의 주된 사업이 모회사에 의존하지 않는지, 의사결정 구조가 독립적인지, 주주와의 소통 및 보호 노력이 충분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하나라도 미충족할 경우 상장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규제 강화는 국내 중복상장 구조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돼온 데 따른 것이다. 상장사 간 지분보유 시가총액 기준 중복상장 비율은 한국이 11.2%로 미국(0.05%), 일본(4.0%), 중국(2.4%), 대만(2.7%) 대비 높은 수준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배주주가 실질적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사업부문을 확장하는 수단으로 중복상장을 활용해 왔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상장의 이익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비대칭적 구조를 엄격히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중복상장 원칙금지는 새로 도입된 주주 충실의무를 상장 제도에 적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투자자와 기업 간 입장 차는 뚜렷했다. 투자자 측은 “중복상장이 지배주주에게 과도한 지배력을 부여하고 주주환원 기피로 이어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기업 측은 “규제가 과도할 경우 자회사 해외 상장이 늘고 M&A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며 부작용을 우려했다.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구조적 이해상충 문제를 짚었다. 지배주주가 모·자회사에 동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 특정 회사의 이익이 다른 회사의 희생으로 이어질 수 있고, 지배권 가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세미나를 포함한 의견 수렴 결과를 반영해 이달 중 거래소 규정 개정안을 예고하고, 상반기 내 개정을 마무리해 이르면 7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김민희 기자(minim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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