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한때 금기처럼 여겨졌던 우지(소기름). 사실은 삼양식품의 풍미를 완성하는 진실의 재료다. 이제 진실을 숨기지 않겠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지를 사용한 신제품 '삼양 1963'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7b5d2fbe89236.jpg)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3일 서울 중구 보코서울명동호텔에서 열린 신제품 '삼양1963' 발표회에서 "삼양1963은 단순한 복고 제품이 아니다. 삼양식품 창업정신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제품이자, 잃어버린 명예를 복원시키는 의미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삼양1963은 삼양 브랜드를 통해 처음 선보이는 프리미엄 라면이다. 1963년 출시된 국내 최초 라면 '삼양라면'의 과거 레시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으로, 동물성 기름 우지와 식물성 기름 팜유를 혼합한 골든블렌드 오일로 면을 튀겨 고소한 향과 감칠맛을 강화했다.
삼양식품이 라면 제조에 우지를 다시 활용한 건 1989년 11월 3일 '우지 파동' 이후 36년 만이다. 우지 파동은 삼양식품이 식용 우지가 아닌 공업용 우지로 라면을 튀겼다는 익명의 투서로 시작됐다. 당시 보건사회부는 우지 라면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밝혔으며 몇 년 뒤 법원도 무죄로 판결했지만, 삼양식품의 이미지는 이미 크게 손상된 뒤였다.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까지 이어지며 시장 점유율도 급락했다. 우지 파동 이후 삼양식품은 100% 팜유만 사용해 라면을 만들어왔다.
1989년 11월 3일로부터 정확히 36년이 되는 날 삼양1963을 공개한 김 부회장은 '명예 회복', '진실' 등의 키워드를 거듭 반복했다. 창업주이자 시아버지인 고 전중윤 명예회장을 언급하며 몇 차례 울컥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 부회장은 "제품 기획만 3년 이상 했다. 출시 시기를 두고도 고민을 많이 했다. 조직 내부에 언젠가 다시 우지라면을 만들어야겠다는 일종의 숙명이 늘 존재했다"며 "(우지 파동으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랬던 삼양이 이제 K푸드의 상징 격인 회사가 됐고, (삼양1963을 통해) 36년 만에 제자리를 찾게 됐다. 사필귀정이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날이다. 전 명예회장이 평생 품고 있던 한을 조금은 풀어드린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지를 사용한 신제품 '삼양 1963'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https://image.inews24.com/v1/67104acbe8578a.jpg)
하지만 삼양1963이 단순히 명예 회복만을 위해 출시된 이벤트성 제품은 아니다. 기존 제품들의 강세로 신제품이 자리 잡기 힘든 라면 시장에서, 우지만큼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가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채혜영 삼양브랜드부문장은 "면, 스프, 후레이크, 용기 재질 등 라면을 구성하는 모든 핵심 요소들이 그간 크게 변화해 왔다. 유일하게 안 바뀐 부분이 기름"이라며 "우지는 팜유 대비 깊은 풍미와 감칠맛을 자랑한다. 실제로 요리사들의 비법 소스, 맛집 비법 양념장 등에 주로 쓰인다. 그간 들어는 봤지만, 먹어 본 적 없는 새로운 맛을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양1963의 메인 타깃은 제대로 된 라면 맛을 기대하는 2030세대다. 서브 타깃은 우지라면의 맛을 기억하는 50대 이상 고객으로 설정했다. 채 부문장은 "라면은 보통 먹던 제품을 계속 먹는 경향이 짙다. 눈에 띄는 신제품을 구매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것이 30대다.
라면을 많이 먹는 세대도 20대와 30대"라며 "추가로 프리미엄 라면 구매 의향도를 파악했을 때 30대와 50대가 높다. 2030세대와 새롭게 관계를 맺고, 추억을 가지고 있는 50대 이상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지를 사용한 신제품 '삼양 1963'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https://image.inews24.com/v1/f2879d9e5fea22.jpg)
기존 라면 대비 판매가가 비싼 점은 감안해야 할 마케팅 포인트다. 대형마트 기준 삼양1963의 가격은 멀티 4입 6150원, 1개당 1538원꼴이다. 현재 시장 점유율이 높은 봉지라면 상당수는 대형마트 기준 1개 600~900원대로 판매 중으로, 삼양1963의 경쟁 제품은 농심 '신라면 블랙'·하림 '장인라면' 등 이른바 프리미엄 제품군이 될 전망이다.
채 부문장은 "과거 대비 소비자들의 프리미엄 라면 수용도가 높아졌다. 잘 만든 라면이라면 이 가격대로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수 시장 어렵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예전보다 고객들이 라면을 많이 먹지 않는다. 정말 차별화된 제품이 아니면 신제품은 성공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우지라면처럼 차별화된 신제품은 없다고 생각한다. 기존 삼양라면 그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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