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DB그룹 최대주주인 김남호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면서 DB와 DB하이텍이 DB손해보험 주식을 취득해 김준기 창업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됐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DB는 지난 5월7일부터 지난 8일까지 DB손해보험 주식 60만주를 총 762억원에 취득했다. DB의 DB손해보험 지분율은 0.85%가 됐다. DB의 DB손해보험 주식 취득 직후인 지난 14일에는 DB하이텍이 DB손해보험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해 지난 20일까지 DB손해보험 주식 총 2만4000주를 장내에서 매입했다.
DB와 DB하이텍이 DB손해보험 주식을 직접 취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B그룹은 '김준기(김남호)→DB→DB하이텍', '김남호(김준기)→DB손해보험→DB생명보험·DB증권→DB자산운용·DB저축은행'의 양대 출자 구조로 구성돼 있다. 과거 DB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으로 인해 DB손해보험에 대한 직접 출자를 꺼렸으나, DB의 지주회사 전환 요건이 해소되면서 DB손해보험에 대한 출자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DB와 DB하이텍의 DB손해보험 지분 취득은 지난 6월 김남호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것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김준기 창업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수광 전 DB손해보험 사장이 회장으로 복귀하면서, DB김준기문화재단과 계열회사를 통한 출자 지분을 확대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준기 창업회장은 김남호 명예회장이 19세이던 1994년부터 증여를 통해 옛 동부화재(현 DB손보) 지분 상속작업을 시작했다. 1994년 시작된 동부화재 지분 상속작업은 2002년 완료됐다. 동부화재의 대주주 지분은 1999년 김준기(지분율 19.08%), 김남호(14.64%), 김주원(5.63%) 순이었으나, 2002년 3월말 김준기(15.41%), 김남호(11.80%), 김주원(3.11%)로 격차가 줄었다. 그러다가 2002년 11월14일 김남호 명예회장의 지분율이 14.06%로 김준기 창업회장의 지분(12.06%)를 뛰어넘어 최대주주가 됐다. DB손해보험의 최대주주가 김준기에서 김남호로 바뀐 것은 김준기 창업회장이 자신 소유의 DB손해보험 지분을 DB김준기문화재단에 출연했기 때문이었다. DB김준기문화재단은 현재도 DB손해보험 주식 5.00%를 소유하고 있다. DB김준기문화재단에 DB(0.85%)와 DB하이텍(0.03%)의 합산 지분율은 5.88%로 김준기 창업회장(5.94%)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DB와 DB하이텍의 DB손해보험 주식 매입은 2022년 김준기 창업회장이 DB김준기문화재단으로부터 DB 주식을 매입한 것과 연결된다. 2022년 5월말 기준 김남호 명예회장(지분율 16.83%)과 김준기 창업회장(11.61%)의 DB 지분율 격차는 5.22%포인트였으나, 김준기 창업회장이 DB김준기문화재단으로부터 DB 의결권 지분 864만4280주를 매입하면서 격차는 0.92%포인트로 축소됐다.
김준기 창업회장은 2002년 DB손해보험의 최대주주 지위를 김남호 명예회장에게 물려준 뒤, 2007년 11월에는 동부CNI(현 DB) 지분을 김남호 회장에게 증여하면서 동부CNI의 최대주주에서도 물러났었다.
그룹의 최대주주 지위를 아들에게 물려준 후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김준기 창업회장은 김남호 회장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회장을 교체하고, DB와 DB하이텍을 동원해 핵심 계열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를 감안할 때 내년 주주총회에서 김남호 명예회장이 DB의 이사회 구성원에서 물러날 가능성도 높다는 전망이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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