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법원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0일 내란중요임무종사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 "범죄 혐의 소명 정도, 범죄의 중대성,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고려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이와 함께 "검찰청법에 의해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했다. 논란이 이어져 온 검찰의 '내란죄' 수사권에 대한 사법부의 공식 판단이다. 이로써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의 정당성도 담보하게 됐다.
법원의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는 유무죄를 다투는 정식 재판은 아니었지만, 내란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사법부가 인정할지가 또다른 관심 사항이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저마다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을 주장해왔다. 문재인 정부 검경수사권 조정의 후유증인 셈인데, 경찰은 내란죄를 포함한 모든 범죄에 대한 법적인 수사권을 가진다.
이에 비해 검찰청법은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와 '경찰공무원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소속 공무원 범죄'만 수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에는 '직무와 관련하여 그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는 범죄(직권남용)'를 검찰의 수사대상 범죄로 정하고 있고, 검찰청법은 이와 직접 관련된 범죄 역시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검찰도 내란죄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다는 게 검찰 논리다. 여기에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명시된 대통령과 장성급 군장교에 대한 직접 수사권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번 법원의 판단으로 수사권 논란은 일단 불식될 전망이다. 수사 주도권을 검찰이 쥐게됐다는 말이다. 공수처가 뒤늦게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한 것도 기각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수사권 문제로 검찰이 청구한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에 대비해 이날 예비적으로 영장을 청구했다.
다만, 공수처가 사건을 통째로 이첩하라고 검찰에 요구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공수처법은 제24조에서 '공수처의 범죄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수사가 진행되는 경우 수사의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추어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공수처장은 이첩을 요청할 수 있고 이 경우 해당 기관은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도 독자 수사를 상당부분 진행해온 만큼 검찰이 모든 수사를 독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빠른 시일 내에 검·경·공수처의 수사 협력체 설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 발부 직후 "앞으로 관련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엄정하게 수사해 내란 사태의 전모를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세 수사 기관 중 수사 속도가 가장 빠른 검찰은 향후 수사에 큰 탄력을 받게 됐다. 군검찰과의 합동수사도 이미 진행 중이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구속을 발판으로 우선 계엄군 수뇌부 수사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김 전 장관 구속영장에 공범으로 적시한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현역 군장성 중 첫 피의자다. 여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 김 전 장관과 같은 고등학교 출신으로 군내 '충암파' 일원이다. 비상계엄 당시 정치인들을 체포해 구금할 계획을 세운 인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서 방첩사령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과 이날 대면 조사 결과를 종합해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의 칼끝이 겨누고 있는 최종 목표는 윤 대통령이다. 김 전 장관의 비상계엄시 역할은 내란중요임무종사다. 내란죄는 수괴와 중요임무종사자, 부화수행자 및 단순관여자로 구성된다. 검찰은 영장에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과 공모해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고 적시했다. 내란수괴라는 명시적 용어는 쓰지는 않았지만, 계엄선포권자인 윤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 및 지휘했다는 의미다.
형법상 내란수괴죄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 금고다. 미수범과 예비·음모범도 무겁게 처벌된다. 헌법상 불소추 특권을 가진 대통령도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소추(기소)를 피할 수 없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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