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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팔고 조선 사야하나"…후판값 인하 '후폭풍'


중국발 공급과잉 속 톤당 90만원 초반대로 조정…"업계 모두에 악영향"

[아이뉴스24 최란 기자]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긴 줄다리기 끝에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을 소폭 인하한다. 이에 조선업계는 하반기에도 원가 절감 효과를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반대로 공급자인 철강업계는 수익성 악화를 감내해야 할 입장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보면 조선업계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최근 협상을 통해 올해 상반기 후판 공급 가격을 소폭 인하하하기로 결정했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제조나 건설용 철강재로 주로 사용된다.

포항제철소 2후판공장에서 후판 제품이 생산되고 있는 모습. [사진=포스코]
포항제철소 2후판공장에서 후판 제품이 생산되고 있는 모습. [사진=포스코]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의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한다. 업계 특성상 후판 협상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하반기 톤당 90만원 중반대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90만원 초반대에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상반기 협상은 통상 4~5월쯤 마무리되는데, 올해는 양측의 줄다리기가 길어지면서 7월 말에야 마무리됐다. 양측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게 된 배경에는 중국산 저가 후판의 공급 과잉 문제가 있다.

조선사 입장에서는 중국산 철강의 가격이 국내 철강사 제품에 비해 저렴하다 보니 후판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철강사 입장에서는 중국의 공급 과잉으로 정상적이지 않은 시장 가격을 형성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적어도 최소한의 원가를 보장받을 수 있는 가격이어야 한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후판 가격이 내려가면 선박 건조에 들어가는 원자재 비용이 줄어들어 조선업계는 건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조선업계는 후판이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이어서 수익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후판가 인하로 조선업계는 하반기에도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2분기 실적 개선 효과 중 하나로 강재 가격 하락을 꼽기도 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중국에서 덤핑이 일어나고 있어 우리도 중국산 비중을 20%에서 25% 이상 늘려가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국내 내수 가격도 많이 떨어져 이 상황이 하반기 때 반영된다고 보고 있다. 추가적으로 하향 추세"라고 덧붙였다.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사진=HD현대중공업]

반면 철강업계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후판은 철강업계의 주요 제품 중 하나로, 매출의 약 15%를 후판 판매로 벌어들이고 있다. 이에 후판 가격 하락은 철강업체들의 매출과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도 국내 철강업계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철강재 수입은 873만톤으로 전년 대비 29.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중국산 후판 수입은 지난해 112만톤으로 전년보다 73% 증가했고, 올 상반기 누적 수입량은 68만8000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12% 증가했다. 이에 현대제철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중국 후판 업체를 상대로 반덤핑 제소를 한 바 있다.

앞서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은 각각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수익성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업황 부진에 후판 가격 하락 등 변수가 겹치며 업계 일각에서는 철강업계의 시름이 깊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산업환경실장은 "전반적으로 하반기에는 철강사들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으나, 수익성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후판의 비중이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하반기에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상황에서 하나의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발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 철강업계뿐 아니라 조선업계에도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발 공급 과잉이 계속될 경우 한국 철강 생태계와 조선 산업 모두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 "우리나라 조선사는 중국산 철강을 100% 사용할 수 없다. 중국산 비중을 높일 수는 있으나 대규모로 중국산을 조달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산 저가 철강을 무한대로 받을 수 없고, 한국 조선사들은 대부분 국내에 기반을 두고 있어 대량의 철강 자재를 적시에 공급받기 위해 국내 철강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전 세계적으로 저가의 중국산 철강이 계속 공급되면, 중국 조선사들이 혜택을 보게 되며 국내 조선사들은 원가 경쟁력에서 밀려 수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또 "철강사들은 중국산 가격에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철강사들의 수익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조선사와 철강사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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