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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외설과 예술, 그리고 아이템 현금거래


 

어떤 작품을 외설로 볼 거냐, 예술로 볼 거냐에 관한 논쟁은 끝이 없다. 누구나 인정할 기준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에 관한 문화부의 입장이 이와 비슷하다.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 속성이 한편으로는 불법적인 것 같으면서도 반드시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 또한 애매하기만 한 것이다.

문화부는 지난 6일 게임 아이템 현금 거래 역기능에 대해 강력히 대처키로 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문화부는 특히 관련 게임 업계, 학계, 유관기관 모두 이런 방침에 동의했고, 공동으로 대처해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여기서 애매한 것은 문화부가 사용한 용어다.

문화부는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 앞에 '불법'이라는 수식어 대신 '불건전'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고 있다. 한 번도 아니고 모든 수식어가 '불건전'인 것으로 보아, 강력 대처할 대상은 '불법'이 아니라 '불건전'인 셈이다.

그래서 애매한 것이다. '불건전'은 법률적 용어라기보다 윤리적인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불법'이 아닌 것에 대해 정부가 강력히 대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그렇고 정서적으로도 뭔가 모양새가 이상하다.

건전하지 않다는 기준은 애매할 수밖에 없고, 그 애매한 기준으로 강력히 대처한다는 것은 어색할 수밖에 없다. 불건전한 것은 계도해야 할 대상이지, 단속을 의미하는 강력 대처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화부가 이런 대책을 내놓게 된 배경을 보면 더 분명해진다.

경찰청은 최근 '대규모 불법 게임 아이템 현금 거래' 조직을 적발했다. 이들은 중국인을 고용, 해킹 등을 통해 한국인의 주민등록번호 5만3천여 개를 훔친 뒤 게임 계정을 개설해 1천억 원 대의 아이템을 생성, 한국 게이머들에 팔아왔다. 이번 사건이 문화부가 대책을 서둘러 내놓은 직접적 이유다.

이 경우는 분명하게 '불법'이고, 강력히 대처할 이유가 뚜렷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경우 불법의 직접적 요소가 '대규모 게임 아이템 현금 거래' 그 자체라기보다 '해킹 등을 통해 한국인의 주민등록번호 5만3천여 개를 훔친 행위'로 보인다. 이 경우 당연히 강력히 단속하고 적발해서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문화부가 이번에 강력히 대처키로 한 대상은 이런 분명한 불법행위로 한정한 것 같지만 않다. 범위가 더 넓다. 그래서 애매해진다.

문화부가 이번에 업계와 함께 공동으로 대처한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한 대상은 '게임 업체의 약관을 위반한 불건전한 아이템 현금거래행위', '불건전한 아이템 현금거래를 조장하는 대형 작업장(집단적 거래행위)' 등이다.

문제는 이에 대해 대처하기가 현재로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우선 대처의 대상인 '게임 업체의 약관을 위반한 불건전한 아이템 현금거래행위'라는 게 좀 애매한 이야기다. 불법이 아니라 불건전이라는 표현을 쓴 것부터 그렇다. 이 말은 게임 업체가 약관에 거래를 하면 안된다고 명시한 아이템을 거래할 경우 불건전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즉 게임 아이템의 경우 업체가 거래를 인정하면 현금으로 사고 파는 상품이 되고, 인정하지 않으면 상품으로서 거래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게 옳은 것이냐는 점에서는 아직 사회적, 법률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불법 대신 불건전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이다.

또 '불건전한 아이템 현금거래를 조장하는 대형 작업장(집단적 거래행위)'이란 부분도 애매하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소규모 개인적 거래는 용인되고 대규모 집단적 거래는 문제가 된다는 뜻인데, 이치에 맞지 않다.

더군다나 이런 두 가지 행위는 지금 국내에서도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상황이 그러하니 이런 행위에 대해 강력히 대처한다는 것이,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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