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공급망 관리에 비상이 걸린 삼성전자와 애플이 주요 생산 기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에 돌입했다. 생산기지를 재편해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대만의 OEM(주문자위탁생산) 계약업체인 페가트론에게 인도에서 '아이폰14' 시리즈 조립을 시작하도록 요청했다. 중국 정저우시에 대한 강력한 코로나19 봉쇄 정책으로 전체 '아이폰' 생산 물량의 80%를 차지하는 폭스콘 공장 차질이 예상되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애플은 지난 6일(현지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서도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으로 인해 주력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이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애플은 "중국 정저우의 아이폰14 프로와 아이폰14 프로 맥스 생산설비가 코로나19 통제 때문에 일시적 타격을 입었고, 현재 생산량이 상당히 줄었다"며 "두 제품 출하량이 줄어 고객들은 새 제품을 받기 위해 더 오래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일로 애플이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봤다. '아이폰'이 애플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9월 애플의 전체 매출 901억 달러 가운데 '아이폰' 비중은 426억 달러를 차지했다.
이로 인해 로이터통신은 11월 아이폰 출하량이 최대 30%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4분기 아이폰 출하량이 기존 예상치 8천만 대에서 200만~300만 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예상보다 아이폰 생산량이 약 30% 감소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업계에선 이번 일로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애플이 '차이나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인도, 멕시코, 베트남 등으로의 제조 시설 다변화 전략을 가속화 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애플은 폭스콘에 이어 페가트론에게 인도에서 '아이폰14'를 생산토록 요청했고, 페가트론은 지난 9월부터 인도 생산에 돌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콘은 이미 인도와 베트남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고, 페가트론도 인도에서 두 번째로 아이폰을 생산하는 업체가 됐다"며 "중국 정저우 폭스콘 공장 폐쇄를 계기로 애플 생산 기지의 탈중국이 더 속도를 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을 주요 생산 기지로 삼던 삼성전자는 인도, 인도네시아, 중남미 등으로 스마트폰 공급망 다변화에 나섰다. 전염병 등 통제 불가능한 외부요인이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공장이 폐쇄되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대체 생산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스마트폰 생산 비중을 50% 이상 뒀다. 그러나 내년에는 베트남 생산 기지 두 곳에서 스마트폰을 비롯한 태블릿 PC, 피처폰 등 전체 모바일 기기의 46%만 생산키로 계획을 세웠다. 재작년에 60%대였던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아진 수치다.
반면 인도 생산 공장의 비중은 21%까지 치솟았다. 인도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데다 현지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효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올해 1~9월 인도 시장 내 스마트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8% 증가했고, 50만원 이상 플래그십 스마트폰 매출도 99%가량 늘었다. 또 인도의 저렴한 인건비도 영향을 줬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면서 생산 능력이 가장 높은 삼성전자의 베트남 공장 비중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위기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폰 업체들이 생산 기지를 다변화 하려는 움직임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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