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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범] 게임 '와우' 쇠락이 남긴 교훈


 

"와우는 개발자들이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꿈꿨던 것을 실현해 놓은, 정말 잘 만든 게임."

게임 간판업체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은 얼마전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국내 게임 중에서는 배울 게 거의 없다"고 한 그가, 스타크래프트를 만든 블리자드의 대작 다중접속 역할게임(MMO RPG)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와우)'를 놓고는 이례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만큼 "와우=웰 메이드 게임"이라는 평가는 김 사장 뿐 아니라, 업계가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국내 최대 게이머 커뮤니티 '플레이포럼' 이차형 대표는 "기존 국내 게임들에서는 볼 수 없던 탄탄한 기획력이 매우 돋보이는 게임으로, 얼개의 짜임새가 대단하다"고 평했다.

하지만, 와우의 현주소는 초라하기만 하다.

공개 시험 서비스 후 220만명이 계정을 만들 만큼 큰 반향을 불러 있으켰지만, 상용화 후 수개월이 지난 현재는 사용자 수가 현저하게 줄어 서버 수를 줄여야 할 처지에 몰렸다.

이 같은 와우의 쇠락은 아무리 좋은 게임도 사용자를 무시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아주대 의과대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신영국(31)씨. 그는 최고레벨에 오른 '와우 헤비유저'지만, 회사 서비스 정책에 대한 불만은 그 어느 게임을 할 때 보다 매우 컸다.

그는 "하루 2, 3시간씩 게임을 하는 사용자을 위해 시간별 과금을 하는 정량제 요금을 만들기로 했지만, 한참 후에야 '일주일 정액제'만을 내놓아 사용자들을 우롱했다"고 꼬집었다.

일을 끝내고 틈틈이 게임을 하려는 사용자들에게 그에 맞는 요금 정책을 만들겠다는 회사의 약속이, 7일간 죽어라 게임만 해야 하는 이상한 답으로 되돌아 왔다는 것이다.

고압적인 약관도 그렇다.

요금을 치룬 뒤 기간을 다 못채운 채 잔여 기간만큼 환불을 받으면 사용자는 약관 때문에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계정 자체가 끊기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이 키워놓은 캐릭터도 삭제당한다. 나중에 요금을 낸 뒤 게임을 다시 할 때는 처음부터 캐릭터를 키워야 한다.

잦은 서버 다운, 문제접수 후 늑장 대응, 장시간 서버점검 등 운영 미숙에 대한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또 맥락은 좀 다르지만, 어중간한 현지화 시도도 와우 쇠락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국내는 상대방 캐릭터를 죽일 수 있는 전쟁 서버 비중이 게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해외는 정반대다. 하지만, 와우는 전쟁 서버가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도록 해 국내 사용자의 성향을 따라잡고자 노력한 점이 엿보였다.

문제는 이 같은 시도 자체가 어중간했다는 점이다.

기존 국내 게임들은 수많은 세력 간의 암투와 알력, 긴장관계 등이 살아 있다. 반면, 와우는 2개 진영으로 나눠, 세력다툼을 벌이는 것이어서 탁월한 게임 완성도에 비해 긴장감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점에서 꼭 덧붙이고 싶은 얘기가 있다.

어중간한 현지화 문제를 거론했다고 해서 기존 국내 게임들이 안고 있는, 아이템 현금거래를 둘러싼 이권다툼과 그에 따른 왜곡된 조직관계 조장 등의 부정적인 측면을 결코 두둔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블리자드가 와우 게임의 아이템 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이 정책이 옳건 틀리건 간에), 순수한 게임성으로 승부를 내겠다고 한 그 시도와 정신 만큼은 우리 게임 업계가 절대적으로 배워야 한다.

/이관범기자 bum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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