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서 '언더독(underdog)'으로 평가되는 2위 반란이 심상찮다. 언더독은 경쟁에서 '이기거나 성공할 가능성이 낮은 약자'에 비유된다. 최근 글로벌 경기 불황과 내수 침체 속에서 1등과 2등이 뒤바뀌는 사례가 종종 목격되고 있다.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2위 기업들은 소용돌이 속을 걷지만,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오늘도 급박하게 몸부림친다. 언젠가 올라설 왕좌의 자리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아이뉴스24에서는 무한경쟁의 질주에서 앞서가기 위해 혹은 뒤처지지 않기 위해 치열한 생존전략에 몰두하고 있는 2위 기업의 행보를 살펴봤다. [편집자]
[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국내 면세점 2위·세계 면세점 3위.'
호텔신라 지휘봉을 잡은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신라면세점의 평가다. 호텔신라는 삼성그룹 전체적으로 보면 몇 안 되는 전통 내수 기업이다. 이곳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이 사장에게 국내를 넘은 해외시장 공략은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 사장은 2011년 호텔신라 최고경영자(CEO)로 올라서면서 면세사업의 글로벌화를 당면과제로 삼고 고민했다. 세계 각국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이다 보니 이 사장도 이런 측면에 주목한 것이다. 향후 핵심 사업 분야가 될 것으로 보고 집중적인 투자도 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신라면세점은 세계 최초로 인천국제공항,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홍콩 국제공항 등 아시아 3대 국제공항에서 동시에 면세점을 운영하며 글로벌 공항면세점 강자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사장의 근성과 열정, 강한 정신력이 만든 결실이다.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가진 경영자'라고 평가하는 배경이다.
그러면서도 경영 현안을 챙길 땐 굉장히 꼼꼼하고 철저하게 이해타산을 따지지만, 확신이 선다면 과감하게 사업을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남다르다는 게 이 사장 주변의 전언이다.
본업인 호텔을 뛰어넘은 면세점 사업의 성장에는 이 사장의 의사결정이 주효했다. 면세점이 핵심사업으로 호텔신라의 실적에서 약 90%가량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호텔신라는 국내외 면세점 사업 호조 속에 연 매출 5조 원 시대를 달성하기도 했다.
특히 신라면세점이 세계적인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것은 이 사장의 글로벌 진출 전략이 한 몫했다. 국내 면세업계 최초로 2018년에는 해외 매출(연간) 1조 원 시대 열었다. 이는 국내 1위 사업자이자 세계 2위인 롯데면세점보다 앞선 수치다.
아시아 3대 국제공항에서 동시에 면세점을 운영하며 '글로벌 면세 트로이카'를 완성했다. 3개 공항의 연간 이용객은 2억 명 이상으로 신라면세점은 거대한 시장을 확보했다. 특히 공항면세점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화장품·향수 분야의 세계 최대 규모 주력 사업자로 자리 잡았다. 신라면세점은 해외국제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며 한국 화장품과 한류 문화 확산의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확산 여파에도 오는 3분기부터 신라면세점의 매출 회복이 기대된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형 따이공(중국 보따리상)을 중심으로 시내면세점 매출이 회복되면서 최악의 상황이었던 상반기와 비교하면 개선되고 있는 시점이라고 관측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부터 호텔신라 면세점사업 매출이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면세점 매출이 중국 소비 회복에 따른 대형 따이공의 주문량 증가와 제 3자 반송에 힘입어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80~90%까지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 3자 반송은 국내 면세업체가 해외 면세사업자를 대상으로 세관 신고를 마친 면세물품을 원하는 장소로 보내주는 제도를 말한다.
호텔신라 면세점부문 실적이 3분기 반등해 4분기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공항 면세점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난 1일 3기 사업자의 계약이 종료되며 최소보장액 부담이 사라졌으며 임시 영업 기간에는 매출에 연동해 임대료를 내기 때문에 더 이상 적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 따이공을 중심으로 시내 면세점 매출액 회복세가 이뤄지고 공항 상업시설 지원 정책이 나오면서 개선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예상보다 공항 상업시설 지원 정책이 강하게 나왔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더 나빠질 것이 없다는 점 자체가 회복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전략으로 디지털 역량 강화, 고객 경험 극대화, 국제 경쟁력 확보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올 주주총회를 통해 "연초부터 커다란 불확실성(코로나19)으로 생존을 위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대내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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