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최근 신곡 '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에서 2주 연속 1위에 오르면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스타 임을 입증했다. BTS가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되기까지 다양한 결정적 순간들이 있었지만, BTS 멤버들은 해외 팬덤의 시작점으로 지난 2014년 8월 미국 LA에서 열린 '케이콘(KCON)'을 꼽고 있다. 이에 해외에선 BTS의 높아진 인기와 함께 BTS를 전 세계에 알린 '케이콘'을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의 한류 축제로 불리는 '케이콘'은 지난 2012년 CJ그룹 오너일가인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의 주도로 시작됐다. 이 행사는 한류의 전 세계적 확산과 '코리아' 브랜드 견인을 위해 CJ그룹이 출범시킨 한류 페스티벌로, 지난 2015년에는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케이콘' 투자 사례가 교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 사례집에선 지난 2012년 첫 행사가 적자로 끝난 후에도 이 회장이 리스크를 계속 감수하며 투자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 사례집에선 "문화산업은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한국은 아시아를 넘어 향후 글로벌 문화강국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이 회장의 신념을 소개하고 "이것이 적자를 내면서 지금까지 CJ가 문화 콘텐츠 사업에 지속 투자해 온 이유"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케이콘'은 지난 2012년 미국 LA에서 최초로 열린 이래 일본, 유럽, 중동, 동남아, 남미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열렸다. 지난해 8월 개최한 '케이콘 2019 LA'를 기점으로 전체 누적 관객 수는 100만 명을 돌파했다.
또 '케이콘'은 한국 아이돌들의 공연이 펼쳐지는 '엠카운트다운' 무대 옆에서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부스를 열고 식품, 패션 등을 앞세워 바이어들과 상담을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에 국내 가수들의 해외 진출 발판이 됐을 뿐 아니라 한국의 춤과 음식, 화장품 등을 알리는 가교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케이콘' 행사 자체는 CJ그룹 입장에선 큰 수익이 나지 않는 행사다. CJ 측에 따르면 이 행사는 입장료 수익과 후원사들의 후원으로 적자를 면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일본, 태국 등에서 오프라인으로 개최할 예정이었던 행사들이 진행되지 않아 수익성은 예년만큼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케이콘'을 여는 대신 '케이콘택트 2020'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6월 온라인에서 진행했다. 참가자 수는 전 세계 153개 지역에서 405만 명에 달했다. 이에 CJ는 오는 10월에도 열흘간 '케이콘택트 2020'을 열어 전 세계 한류 팬들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CJ ENM 관계자는 "케이콘은 지금까지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선봉장 역할을 해 온 만큼 언택트 시대에도 전 세계 한류 팬들에게 K컬처 콘텐츠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며 "해외 공연이 어려운 시기인 만큼 '케이콘택트 2020 폴'을 통해 아티스트와 팬들이 더욱 가까워지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재현, '문화' 통해 사업보국 실현
이처럼 수익이 크게 나지 않음에도 CJ그룹이 '케이콘'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문화를 통한 사업보국'이라는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이 바탕이 됐다. 이 같은 이 회장의 신념 덕에 국내 문화 산업은 발전을 거듭해 현재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은 음악 외에 영화산업에도 남다른 애정을 쏟았다. 이 회장은 지난 1998년 4월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강변11'을 오픈해 영화산업 일대의 전환기를 불러왔고, CGV를 본격적으로 확장함으로써 영화 관객의 폭발적인 증가를 이끌었다.
또 영세한 영화제작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엄청난 제작비를 투자하며 영화산업에 뛰어 들었고,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의 흥행을 시작으로 국내 영화뿐만 아니라 외국 영화 배급을 통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올 초에는 CJ ENM이 배급과 투자를 맡은 영화 '기생충'이 국내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4관왕을 수상해 한국 영화산업의 위상을 높였다.
이후 이 회장은 CJ ENM 업무 보고에서 "25년간의 투자가 헛되지 않았다"며 "한국 젊은이들의 끼와 열정을 믿고 선택했던 그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하게 됐다"고 짧막한 소회를 전했다.

이 회장은 영화에 이어 1990년대 후반 케이블방송 사업에도 진출했다. 1997년 음악전문 방송채널인 엠넷(Mnet)을 인수하며 미디어와 음악제작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으며, 시청타깃과 특성이 명확한 전문채널들을 잇따라 개국해 현재 총 18개의 다양한 전문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장은 1999년 연말 '케이팝(K-POP) 확산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 최초의 뮤직비디오 시상식 '엠넷 영상음악대상'도 시작했다. 이 행사는 2009년 '마마(MAMA)'로 이름을 바꾸고 한국 주최 시상식 최초로 글로벌 무대에 진출했으며, 전 세계에 'K팝' 열풍을 주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CJ그룹 관계자는 "문화가 산업적인 효과를 유발하고 국가의 경제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개별 아티스트의 발굴과 육성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시스템, 정책, 인프라 등도 구축돼야 한다"며 "'마마'는 CJ그룹의 문화사업 비전과 뚝심 투자 덕분에 글로벌 케이팝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며 케이팝 글로벌 확산에 기여해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시적 유행에 그칠 것이라 여겨졌던 'K팝'은 CJ가 진행하고 있는 '마마'를 통해 지역 확대와 팬층의 다양화를 넘어 경제파급 효과, 국가 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치며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7년 기준으로 약 55조 원(490억 달러) 규모였던 전 세계 음악시장은 오는 2021년까지 매년 3.5% 가량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거대 시장으로, 산업적 관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이 중 케이팝은 지속 성장 중인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가장 핫(hot)한 상품으로 떠올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음악 산업은 BTS, 블랙핑크 등 K팝 아이돌 그룹의 선전에 힘입어 6억3천965만 달러(약 7천581억 원) 수출액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3.4% 증가했다. 또 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이 공개한 '2019 한류의 경제적 파급효과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문화콘텐츠 수출액은 한류 덕분에 전년 동기 대비 19.2% 늘어난 63억8천400만 달러(약 7조5천663억 원)를 기록했다.
케이팝 및 한류의 인기를 통한 간접 수출효과 역시 해마다 증가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들의 외모, 패션, 먹거리 등을 따라하고 싶은 글로벌 소비자들이 증가하며 화장품, 액세서리, 식음료 시장은 꾸준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실제 방탄소년단의 경우 구글 검색을 통한 방탄소년단 인지도가 1포인트 증가할 때 화장품 수출이 0.72%p, 음식류 수출이 0.45%p, 의류 수출이 0.18%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한류 문화산업의 성장에는 영화, 드라마, 음악 등에 투자와 마케팅 활동을 지속해온 CJ 등 국내 기업들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며 "내수 중심의 전략으로 글로벌화에 실패한 일본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달리, 한국은 CJ를 중심으로 현지화된 콘텐츠 제작을 통해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차별화 전략을 펼쳐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기존 산업이 쇠퇴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 지금, CJ의 콘텐츠와 생활문화서비스, 물류, 식품, 바이오의 사업군은 국가 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며 "CJ그룹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할 때, 사업으로 국가에 기여해야 한다는 우리의 '사업보국' 철학도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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