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지난해부터 제기된 유해성 논란에 타격을 입은 액상형 전자담배 업계가 세율 인상까지 가시화되며 고사 위기에 놓여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액상형 전자담배의 가격은 당장 내년부터 2배로 오르게 된다. 이에 대부분 영세 상인들로 이뤄진 유통업자들의 줄도산이 우려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는 지난 5일 국회의원 300명 전원을 상대로 긴급호소문을 발송했다. 호소문에는 최근 국회에 발의된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단순 규제 정비가 아니라 수만 명의 영세상인 및 가족들의 생존이 걸렸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 발의된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율은 현재 대비 2배로 오른다. 또 기타세금까지 동일 비율로 인상되면 액상형 전자담배의 10일분 소매가격은 14만3천 원까지 오르게 된다. 이는 일반담배 10갑 대비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는 이탈리아 현지 사례를 통해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율 인상은 결국 업계의 파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실제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2014년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58.5%의 소비세를 도입한 바 있다. 이에 소매점 3천여 개가 붕괴됐고 2만여 명의 실직자가 양산됐다.
당시 이탈리아 정부는 2015년 1월 추가로 액정 1mL당 562원의 세금도 부과했다. 이에 가격이 인상되자 소비자들은 자체적으로 액상을 제조했고 사회적 문제로 비화됐다. 결국 이탈리아 정부는 2018년부터 액정 1mL당 세금을 112원으로 내렸다.
최성환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장은 "이탈리아 사례를 참고해 국회에서 합리적 결과가 나오길 간절히 바란다"며 "세율에 대한 고려 없이 담배사업법이 통과되면 수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참혹한 결과가 벌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세율 인상이 결국 영세 액상형 전자담배 유통업자들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바라보고 있다. 대형 담배제조사가 다양한 라인업을 운영해 액상형 전자담배를 포기하더라도 생존이 가능한 반면 이들 영세 상인들은 액상형 전자담배 외 별다른 생계 수단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유해성 논란으로 인해 판매가 급감한 상황에서 세금까지 올리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기획재정부의 담배 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액상형 전자담배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610만 포드(갑) 대비 80.3% 급감한 120만 포드에 그쳤다.
식약처 등 정부 당국이 진행한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검증 실험의 결과 발표가 지연되는 것을 문제삼는 목소리도 표출되고 있다. 명확한 유해성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해성을 이유로 세금을 높이는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서울 강남에서 A전자담배 소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4·남) 씨는 "과거 10년 동안 일정 수준 시장이 유지돼 왔는데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이 불거진 후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며 "유해성 실험 등을 통해 정부가 명확한 답을 내린 후 시장 안정을 이끈 다음 과세를 논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앞뒤가 바뀐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업계 일각에서는 보다 강경한 방향의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에게 업계와 협력해 유해성 검증 실험 등을 진행하자는 요구를 끊임 없이 이어왔지만 모두 묵살당한 상황에서 더 이상 유화적 제스처만 취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들은 합법적 선에서 시위 등 집단 행동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병준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 회장은 "대부분 업계 종사자가 영세 상인이다 보니 법적 절차를 밟기에는 시간이 모자랄 것 같다"며 "현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다음달 초 즈음부터는 집단 행동에 나서야 할 것 같다고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금이 현행 법안대로 오르면 대부분 유통업체가 도산할 뿐 아니라 불법 액정 유통 등 시장 자체 음성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불법 액정 제조가 늘어나면 결국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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