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류은혁 기자] 금융감독원의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출범 후 일부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선 업무용 메신저로 '텔레그램'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내용이나 직원들과 대화를 주고받을 때 보안성이 뛰어난 메신저 프로그램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특사경 첫 수사지휘로 관심을 모았던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의 선행매매(주식·펀드거래 정보를 미리 입수해 매매하는 행위) 사건과 관련해 해당 애널리스트가 올해 초 구속되면서 리서치센터에서 부서별이나 팀별로 텔레그램을 업무용 메신저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당시 특사경은 애널리스트의 선행매매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과 PC는 물론 주변 동료들의 스마트폰까지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용 복원이 가능한 메신저를 이용하기가 꺼려진다는 것이다.
텔레그램은 상대적으로 보안성이 강해 추적 수사가 용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해외에 서버를 둔 특성상 회원들의 인적사항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용자를 특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A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특사경의 선행매매 수사 직후 카카오톡처럼 내용 복원이 가능한 메신저를 쓰지 말자는 분위기가 리서치센터 내에 생겨났다"면서 "업무나 동료와 대화할 때는 카카오톡이 아닌 텔레그램을 통해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 때문에 텔레그램을 사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B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동료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회사나 업무와 관련된 종목, 주가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면서 "만약 리서치센터 내에서 문제가 생겨 스마트폰을 압수당할 경우 괜한 오해를 받을까봐 텔레그램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업계에선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내부통제와 함께 금융위원회의 자본시장조사단 등 감사 활동을 강화해 애널리스트들의 일탈행위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선행매매 범죄기법도 교묘해지면서 이를 사전에 근절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증권사 리서치센터 내부적으로 보안성이 높은 메신저로 갈아타는 점은 사실상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특사경이 무작정 압수수색에 들어가서 스마트폰이나 메신저를 확인하는 것도 아닌데,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면서 "업무적인 대화가 외부에 알려질 것에 대한 걱정보단 일부 애널리스트들의 선행매매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지 않은 게 더욱 문제"라고 밝혔다.
/류은혁 기자 ehryu@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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