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국내 금융지주사의 주가가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초 6천원대로 떨어졌다가 최근 1만원선을 회복한 우리금융지주의 행보가 눈에 띈다.
지주사별로 안고 있는 이슈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전반적으로 금융주가 오르고 있는 요인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들었다. 지난 3월 빅컷 이후 올해 안에 한 번은 더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는데, 예상보다 빠르게 한은이 결정을 내리면서 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이유에서다.

12일 금융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됐던 3월과 비교해 크게 올랐다.
KB금융지주의 주가는 11일 주당 3만6천550원으로 마감됐다. 저점을 찍었던 지난 3월 20일 2만5천850원과 비교하면 41.3% 올랐다. 하나금융지주도 주당 2만9천원으로 마감했는데, 같은 기간 52% 상승한 가격이다. 신한금융지주도 같은 기간 48.7% 오른 3만2천500원으로 마감했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의 여파로 코스피 지수가 전체적으로 상승했다, 다만 금융지주 주가의 경우 개인들의 매수 러시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영향도 호재로 작용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지주의 유력 계열사인 은행의 순이자마진에 악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금융주에 악재로 작용하나, 한은의 인하 결정은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3월에 이어 지난 5월 28일 올해 두 번째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 3월 빅컷 이후 시장에선 상반기나 하반기 중 추가 금리 인하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 관측했는데, 결국 상반기에 한 번 더 내린 셈이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기준금리 인하는 시기적으로 시장 예상을 넘어선 것이라 할 수 있는데, 향후 인하할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상황보다는 빠르게 인하가 이뤄지고 이후 동결을 전망하는 상황이 주가에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라며 "순이자마진(NIM) 하락 추세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기준금리 인하 이후 시장금리가 상승하여 은행주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특히나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뤄내고 있다. 금융지주사의 주가가 저점을 찍은 지난 3월 20일, 우리금융의 주가 또한 주당 6천320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말과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이 난 셈이다.
저점을 찍은 이후 우리금융의 주가는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 4일엔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인 1만75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11일 마감가는 주당 9천550원으로 3월 20일 대비 51.1% 상승했다.
우리금융의 최근 상승세도 다른 금융지주와 마찬가지로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로 설명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조만간 내부등급법이 도입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우리금융에 대해 "약점이 강점으로 부각되는 시점이다"라며 "우호적인 정부 정책으로 내부등급법 도입 가능성이 높아져 취약한 자본 문제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모펀드 판매 규모가 금융그룹 내에서 가장 적어 향후 추가 손실 가능성이 낮다"라고 설명했다.
내부등급법이란 은행의 BIS비율 산정 시 자체적으로 구축한 모형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우리금융은 현재 표준등급법을 적용받고 있다. 내부등급법 전환 시 자본비율이 올라가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내부등급법 전환을 위한 현장점검을 마친 바 있고, 지금은 결정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정부의 지분 매각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정부는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우리금융의 지분 17.25%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를 위해 2022년까지 나눠서 지분을 매각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최근 코로나19로 매각 여건이 악화되기도 했다.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적정 주가는 1만2천300원 수준이다.
금융위는 아직 우리금융 지분 매각 계획을 공식화하지 않았다. 일단 오는 22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통해 매각 여건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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