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튬플레이를 처음 시작한 영국이나, 가장 발달된 일본과 다른 우리나라만의 코스프레 문화을 형성해 캐릭터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기여하고 싶어요."
만화, 게임 관련 캐릭터로 분장해 수십 차례 코스튬플레이(코스프레) 행사에 참가하며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하루(본명 김미리·22)씨.
고등학교 시절 호기심에 코스프레를 시작했는데, 어느새 경력 6년차의 베테랑이 됐다. 행사를 앞두고 손수 의상을 만들면서 보람을 느끼고, 자신이 분장한 캐릭터가 잘 되는 모습을 봤을 때 성취감을 느낀다고 한다.
코스튬플레이란 복장을 뜻하는 '코스튬(costume)'과 놀이를 뜻하는 '플레이(play)'의 합성어로 만화나 게임의 주인공을 모방하는 취미 문화를 가리킨다. 그런데 이 코스프레가 일본이 아닌 영국에서 처음 시작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한국의 코스프레 현황과 그간의 경험에 대해 하루씨와 얘기를 나눠봤다.
-예명을 '하루'로 정한 이유는.
"지금도 연재되고 있는 '후르츠 바스켓'이란 일본 만화가 있는데요. 정말 좋아한 탓에 그 주인공 '하츠 하루'의 이름을 좀 빌렸죠. 일본어로 '하루'는 '봄'이란 뜻이기도 합니다."
-코스프레는 언제 시작했는지.
"고등학교 시절 축제 때 당시 활동하고 있던 만화부 동아리에서 처음 시작하게 됐어요. 그땐 그저 호기심뿐이었는데,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죠. 지금까지 분장해본 캐릭터가 50∼60개는 되는 것 같아요."
-일본 문화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예전엔 정말 많았죠. 미쳤다느니, 매국노라느니 이 정도는 약과였으니까요. 고등학생 땐 부모님과 크게 싸우기도 했었는데요. 사실 코스프레가 일본에서 건너온 문화이긴 해도, 그곳에서 처음 생긴 건 아니잖아요. 한국적인 문화로 변형해 발전시킬 수 있다고 봐요. 이제는 코스프레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고와진 것도 사실이고요."
-일본과 다른 한국 코스프레만의 특징이 있다면.
"아직까지는 일본 코스프레 문화가 우리나라보다 어느 정도 앞서 있기 때문에 종종 일본에 건너가서 배우곤 합니다. 일본에서는 개인적인 만족으로 코스프레를 하는 이들이 많은데, 성(性) 문화가 결합돼 변질된 모습이 나타나기도 하죠. 반면 한국의 코스튬 플레이어들은 자기가 선보이는 캐릭터가 잘 되고 성공하길 바라는 측면에서 행사에 참여하는 이들이 많고요. 나아가 코스프레 행사를 통해 만화, 게임, 영화 등 산업이 발전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요."

-코스프레를 하면서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는지.
"정말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골라 열심히 의상을 만들고 분장을 하는 작업 자체가 뿌듯해요. 고등학생 땐 의상을 전문 제작소에 맡겨서 만들었는데 돈도 많이 들고, 보람은 없었던 것 같아요. 내가 코스프레를 통해 선보인 캐릭터가 나날이 성장해 수출도 되고 잘 나가게 된다면 그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을 거예요."
-코스프레를 직업적으로 할 생각인지.
"그렇지 않아요. 코스프레는 언제까지나 취미 활동일 뿐이고요. 전공을 살려 의상 디자이너가 되는 게 목표죠."
-한국의 게임·만화·캐릭터 산업 등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게임이든 만화든 캐릭터들이 정말 멋있어졌으면 좋겠어요. 한국의 코스튬 플레이어들이 일본 캐릭터를 많이 흉내내는 건 일본을 동경해서가 아니라 캐릭터가 더 훌륭하기 때문이거든요. 이들이 한국 캐릭터로 코스프레 행사에 자주 참여해서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좋은 캐릭터 많이많이 만들어주세요."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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