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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요란한 빈수레"…국내 첫 입국장免 가보니


상품 구성 취약·30% 할인 행사에 주류만 인기…손님보다 직원 더 많아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는데 없던 면세점이 보여 호기심에 들렀지만 살 만한 상품이 없네요. 립스틱이라도 하나 살까 했지만 관심 있는 브랜드는 별로 없어서 아쉽네요."

지난 2일 오전 7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면세점 앞에서 만난 허유정(38) 씨는 호기심이 생겨 매장에 들렀지만 찾는 상품이 없는 탓에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렸다.

지난 2일 오전 7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면세점 전경 [사진=장유미 기자]

지난달 31일 문을 연 입국장 면세점의 첫 주말 풍경은 기대보다 실망감이 더 컸다. 입국 심사대를 지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온 후 면세점 직원이 안내한 대로 가다가 발견한 매장은 협소했고, 상품 구성은 생각보다 열악해 예상보다 찾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 화장품과 주류가 각각 매장의 절반을 차지했고, 브랜드는 화장품의 경우 국산 중심, 주류는 수입 브랜드 중심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 탓에 입국장 면세점에서 술은 날개 돋힌 듯이 팔려 나갔다. 발렌타인·로얄살루트 등 내국인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수입 위스키들의 매대는 이른 오전임에도 곳곳이 비어 있었고, 주류 코너에는 손님들이 종종 들러 제품을 구입해 갔다. 반면 국산 브랜드 중심인 화장품 매장은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수입 브랜드는 에스티로더·크리니크 정도가 입점을 앞두고 있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대부분 선물용으로 술을 구입하는 이들이 많은 듯 하다"며 "화장품이나 향수를 찾는 이들은 예상보다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1일까지 이틀간 입국장 면세점의 총 매출은 3억4천만 원에 불과했다. 지난달 31일은 오후 2시에 문을 열어 1억3천만 원, 1일은 2억1천만 원을 기록했다.

또 190㎡씩 동측과 서측에 각각 있는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면세점은 지난 1일 1억5천만 원, 326㎡ 규모의 제2여객터미널은 6천만 원의 매출을 각각 달성했다.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면세점은 SM면세점이, 제2여객터미널에선 엔타스듀티프리가 운영하고 있다.

입국장 면세점은 국민 편의를 이유로 논의된 지 16년 만에 국내에 첫 오픈했지만, 과일, 고기 등 검역대상 제품과 담배, 고가 명품 등은 판매하지 않아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면세점에서 매출 비중이 높은 '담배'의 경우 입국 후 되팔기 우려 때문에 판매 허가가 나지 않은 것은 단점으로 꼽히고 있는 상황이다. 궐련형 전자담배 역시 기기만 판매된다. 이로 인해 각 업체들은 화장품, 주류, 향수 등 나머지 고가 제품에 집중해야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

마카오를 여행한 후 입국장 면세점에 들렀다는 김모(58) 씨는 "입국장 면세점이 들어선다는 얘기만 듣고 짐이 될까 싶어 출국할 때 담배를 사지 않았다"며 "담배를 여기서 판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기와서 알게 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행객은 "화장품을 사려고 왔는데 국산 브랜드 위주로 돼 있어서 사고 싶은 제품이 없었다"며 "헤어 오일도 찾는 브랜드 제품이 없어 그냥 나왔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은 마약탐지견 때문에 향수를 테스트할 수 없도록 해 향수 판매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술도 출국장 면세점은 여러 병을 저렴하게 사서 해외서 먹고 1병을 갖고 들어올 수 있지만, 입국장 면세점에서는 여러 병 살 경우 세관 신고 대상이 돼 부담이 될 수 있어 판매하기가 갈수록 쉽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일 인천국제공한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면세점에서 고객들이 쇼핑하고 있는 모습 [사진=장유미 기자]

더불어 이날 만난 여행객들은 면세 한도가 입·출국장 합계 기존 600달러인데다, 국산 제품에 면세가 우선 적용된다는 사실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 이 사실을 미리 인지한 일부 여행객들은 "수입 브랜드 중심은 주류 외에 관심있는 브랜드가 많지 않다"며 "수입 브랜드 제품을 주로 사려고 면세점 쇼핑을 하지, 국산 제품을 사서 면세 혜택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은 몇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입국장 면세점은 매우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또 인천공항공사는 당초 입국장 면세점이 수하물 수취지역에 있어 입국객과 입국장 면세점 고객들간 혼잡이 있을 것으로 우려했지만, 이는 '기우'였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여행객의 접근성은 좋지만 상품 구성이 취약한 데다 해외 여행 시 과소비를 한 탓에 소비심리가 위축된 영향도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엔타스가 운영하는 T2 입국장 면세점에는 화장품이 거의 입점되지 않아 SM면세점이 운영하는 T1 입국장 면세점보다 상황이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SM면세점도 국산 중심으로 화장품 브랜드가 구성돼 있어 매출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입국장 면세점들이 발렌타인 등 내국인들이 좋아하는 3개 브랜드를 앞세워 30% 세일 행사를 벌여 일단 주류 판매는 좋은 듯 해 기내면세점에선 위협 요소가 될 것 같다"며 "매출 규모가 워낙 작은 편이어서 출국장 면세점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에선 여행객들이 선물용 위주로 상품 구입을 많이 할 것으로 예상돼 주류나 정관장 등 건강기능식품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 것 같다"며 "입국장 면세점들이 화장품, 향수보다 선물용 제품을 더 다양하게 구성해 판매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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