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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범] MP3폰 사태, 상식으로 풀자


 

이동통신사, 휴대폰 제조사, 음악저작권단체 등이 사적 MP3파일의 휴대폰 이용을 놓고 첨예한 마찰을 빚고 있다. 더욱이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가 제시한 중재안마저 이해 당사자들의 합의를 끌어내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정부가 제시한 중재안의 골자는 '저작권보호장치(DRM)가 적용되지 않은 사적 MP3파일의 경우에는 휴대폰 사용자가 음질을 AM 라디오 수준(64kbps 엔코딩)으로만 재생할 수 있도록 기술 규제를 하자'는 것.

이에 대해 삼성전자, LG전자 등 휴대폰 제조사와 LG텔레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반면, 음악저작권단체, SK텔레콤, KTF 등은 적극적인 수용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 처럼 입장이 어긋나는 저간의 속사정은 물론 '밥그릇' 때문이다.

삼성·LG전자, LG텔레콤 입장에서는 제2의 카메라폰으로 MP3폰 유행을 창출, 자사에 유리하게 시장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생각이다. 반면, 음악저작권단체와 SK텔레콤은 중재안 수용을 통해 무선 음악 서비스 시장을 지킨다는 계산이다. 속사정을 보면 양측간의 이해관계가 이만저만 부딪히는 게 아니다.

이처럼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문제를 풀려면 '법과 상식'의 잣대에 걸맞는 중재안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중재안을 놓고도 좀처럼 MP3폰 사태의 해결 실마리는 보이질 않는다.

때문에 이 시점에서 과연 중재안이 법과 상식에 부응하는 것인지를 되묻지를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중재안의 골자인 기술규제는 여러 논란거리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형평성' 논란이 있다.

사적 MP3파일을 재생할 수 있는 기기는 MP3폰 뿐만이 아니다. 연간 150만~200만대 시장을 형성하는 MP3플레이어, 연간 300만대 시장을 형성하는 PC 등을 이용해 적쟎은 사용자들이 사적 MP3파일을 마음껏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제 막 시장에 선보인 MP3폰을 상대로 기술규제를 건다는 것은 해당 제조사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그러면 M3플레이어, PC 등에도 현재 제시된 중재안을 적용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도 높지 않다.

중재안은 마땅한 법적인 근거가 없다. 때문에 강제 사항이 아니라, 제조사의 동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PC 등에서 사적 MP3파일의 재생을 막기 위해서는 '윈도미디어플레이어'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합의가 무엇보다 도 요구된다. 그러나 특정 시장의 요구 때문에 SW 기능을 변경하는 것을 꺼리는 MS가 중재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없다.

또한 기술 규제는 '사용자의 사적 복제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를 안고 있다.

저작권 관련법에 따르면 재판 절차, 학교 교육, 시사 보도, 비영리 방송, 사적 이용 등의 용도로 쓰일 때 지적재산권 행사는 제한된다.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는 법적으로 허용된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하드웨어 자체에 기술 규제를 걸어, 사적 MP3파일의 재생시 사용자로 하여금 불이익을 감수토록 한다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된 사용자의 권리를 원천적으로 제약하는 것이어서 향후 소비자의 집단적인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또 기술 규제의 효과 자체도 장담하기 어렵다.

방패가 생기면 뚫는 창이 생기는 것처럼, 기술규제를 걸어도 풀 수 있는 방안이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MP3 파일 생성 작업은 관련 소프트웨어가 많이 보급돼 일반인도 쉽게 할 수 있어 더욱 그렇다.

한 MP3기기 업체 사장은 "음악파일의 정보를 담아 두는 헤드 부문을 조작, 28Kbps로 엔코딩된 것을 64kbps로 엔코딩된 것처럼 속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WMA 등의 포맷을 선택하면 64Kbsp 엔코딩으로도 충분한 음질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기술규제는 결코 MP3폰 사태를 봉합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

지금과 같은 중재안으로 합의 도출을 하려고 하면 할 수록 논란과 시비가 끊이질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다른 대안을 찾는 '용기'를 발휘해 줄 것을 주문해 보고 싶다.

가령, 창작자의 의욕을 꺽지 않으면서도 관련 업계의 상충된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새로운 절충안으로 제조사나 서비스 사업자 등을 상대로 콘텐츠 육성을 위한 보상금을 기술규제 대신 적용토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관범기자 bum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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