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쉐라톤'을 떼어내고 나서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인터내셔널 호텔 브랜드를 운영하다가 로컬 브랜드로 전환한 곳은 우리가 처음인 만큼, 앞으로 럭셔리 급인 '워커힐'과 니치 마켓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다락휴'를 중심으로 호텔 사업을 적극 확장할 계획입니다."
도중섭 SK네트웍스 워커힐 호텔 총괄은 31일 전라남도 여수 덕충동에 위치한 '여수 다락휴'에서 기자와 만나 "쉐라톤은 한 30년, W는 14년 정도 운영하다 보니 떼어내기 전엔 (고객이 줄어들까봐) 걱정했다"며 "막상 독자적으로 운영해보니 점차 고객이 늘어 지금은 그 때보다 고객이 1.5배 증가해 호텔 사업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지난 1963년 개관한 워커힐 호텔은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호텔로,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인수하고 거주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SK네트웍스는 자회사인 SK핀크스를 통해 제주 포도호텔 등도 운영하고 있지만 창업주와 인연이 깊은 워커힐 호텔에 더 큰 애정을 쏟고 있다.
특히 창업주의 둘째 아들인 최신원 회장이 2016년 4월 SK네트웍스 수장이 되면서 워커힐 호텔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최 회장은 호텔 사업을 좀 더 키우기 위해 2016년 10월 글로벌 호텔 체인인 스타우드(현 메리어트인터내셔널)와 이별을 선언하고 '쉐라톤'과 'W' 브랜드를 떼어내 '워커힐'로 독자 운영키로 결정했다. 54년간의 호텔 운영과 서비스 노하우가 있는 만큼 빠른 의사결정과 전략적 투자가 병행되면 사업 규모도 키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 만족도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서울'과 'W 워커힐 서울'로 불렸던 이곳은 현재 '그랜드 워커힐 서울', '비스타 워커힐 서울'로 명칭이 변경됐다. 또 고객 유치를 위해 호텔스닷컴, 부킹닷컴 등 온라인 트래블 에이전시와 손잡고 여행 상품 개발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도 총괄은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지난해에는 조금 힘들었지만 올해는 온라인 트래블 에이전시와 손잡고 고객을 유치하면서 일본과 동남아, 내국인 고객들이 몰려 전 보다 더 잘 운영되고 있다"며 "내국인 비중이 50%가 넘고, 글로벌 체인 정책에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노하우에 따른 예약 시스템 구축과 마케팅 채널 다양화를 통해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잘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최신원 회장이 호텔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임직원들에게 끊임없이 호텔 사업을 확장하라고 주문하고 있다"며 "특히 워커힐 브랜드를 굳건히 한 후 이를 기반으로 '다락휴' 등 호텔 사업을 펼치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의 이 같은 생각이 잘 반영된 곳이 올해 4월 리뉴얼 오픈한 '더글라스 하우스'와 '다락휴'"라며 "이 같은 형태의 사업을 선보이기 위해 계속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 회장은 기존 호텔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더글라스 하우스' 리뉴얼에 공을 들였다. 더글라스 하우스는 워커힐 개관 초창기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호텔동으로 본래의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고 산의 일부가 되도록 디자인된 곳으로, 리뉴얼 되면서 '어른의 휴식'을 강조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만 13세 미만 어린이는 입장할 수 없고, 조식도 본인이 직접 해먹을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1월 내 최초로 선보인 인천공항 내 캡슐 호텔 '다락휴'도 이의 일환이다. 이곳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키리스(Keyless) 시스템을 통해 예약 및 체크인은 물론 조명·온도조절까지 모든 과정을 스마트폰으로 해결할 수 있다. 현재 인천공항 1·2터미널에 '다락휴 에어' 1·2호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음달 1일 전남 여수에 '여수 다락휴 시티'를 오픈하며 사업을 확장한다.
도 총괄은 "'다락휴'의 콘셉트를 '여행자 플랫폼'로 정하고, 강원도 강릉, 양양 등 국내 유명 여행지에 다양한 형태의 숙소를 선보여 국내 호텔업계에서 들여다 보지 않던 니치 마켓을 공략할 계획"이라며 "캡슐호텔로 시작해 현재 미국 뉴욕, 싱가포르에 시티형 호텔을 운영 중인 네덜란드 '요텔(Yotel)'을 벤치마킹한 만큼, 요텔처럼 다양한 형태의 호텔을 선보여 국내 호텔업계의 혁신의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워커힐이 현재 럭셔리 브랜드와 '다락휴'를 운영하고 있지만, 사업 확장을 위해 다른 곳처럼 이미 포화상태인 비즈니스 호텔에 뛰어드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호텔 형태인 '다락휴'를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도 조만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SK네트웍스는 1천200억원을 투자해 2~3년 내에 '워커힐 리조트 스파'를 오픈하는 등 워커힐 호텔을 중심으로 리조트·스파 사업을 크게 키운다는 방침이다. 특히 오는 2020년까지 한강과 아차산을 배경으로 특급호텔, 카지노, 쇼핑, 엔터테인먼트까지 원스톱으로 즐길 수 있도록 '리조트 단지'로 구축해 '도심 속 휴양 명소'로 자리 매김한다는 목표다.
도 총괄은 "매년 호텔업계도 트렌드가 바뀌다 보니 2년 전 내놨던 '워커힐 리조트 스파' 등의 완공 계획이 그에 맞게 바뀌면서 오픈이 조금 늦어지고 있다"며 "연말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2~3년 안에 이를 완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 총괄은 지난 2016년 말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 재탈환에 실패하며 면세점 사업을 접게 되면서 남게 된 공간 활용에 대해선 여전히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SK네트웍스가 운영하던 시내면세점은 워커힐 호텔 지하 1, 2층에 위치해 있었다.
도 총괄은 "면세점 공간이 리테일 공간으로 구성됐던 만큼 다른 목적으로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전환작업을 벌이기가 쉽지 않았던 상황"이라며 "면세점 사업권 박탈은 뼈 아픈 일이지만, 다음달 말쯤 오픈하는 중형 연회장을 시작으로 그 공간을 채우기 위한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수=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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