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농산물 협상 말 달라⋯"우리 정부 설명이 맞을 듯"

[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한미 관세 협상이 30일(현지시간) 타결된 가운데,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 우리 정부의 설명에 차이가 있어 그 진위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한국 무역 협상 대표단과 만난 뒤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 완전히 개방할 것이고 자동차, 트럭, 농업(농산물) 등을 포함한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큰 정치적 이슈인 농산물까지 다 개방할 것처럼 말한 셈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그러나 관세 협상 타결 관련 브리핑에서 "국내 쌀과 쇠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분명하게 확인했다.

한미 정부의 발언이 이처럼 엇갈리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 입장이 팩트에 더 가까울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대 농산물학과 한 교수는 "트럼프는 워낙 정치인인 데다, 정치적으로 자국민에게 유리한 대로 말을 할 것이고, 우리 대통령실이 한 말이 맞을 것"이라며 "쌀과 쇠고기 시장은 개방하지 않는 게 맞는 것 같고, 검역이나 생명공학 제품의 규제 완화나 비관세는 우리나라 워싱턴 관세 협상팀이 와야 알 것"이라고 분석했다.

농산물 시장의 개방 여부는 한미 관세 협상에서 중요한 안건이었다. 미국은 농산물과 관련 미국산 쇠고기 30개월령 이상에 대해서도 수입할 것과 쿼터제인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할 것을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국내 농민단체들은 쇠고기와 쌀 시장 개방에 대한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미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우리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강한 요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 정부 협상팀은 식량 안보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우리나라는 미국 소고기 수입 1위 국가"라며 "이재명 대통령께서 농축산물이 가진 정치적 민감성 등을 고려해 농산물의 추가 개방을 막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발표와 다른 이유에 대해 "정치 지도자의 표현이고, 우리나라 농업 분야는 99.7% 개방돼 있고, 0.3%는 약 10개 (품목만) 유보돼 있다"며 "미 USTR은 (완전 개방을) 집요하게 얘기하지만 통상 (담당 미 부처)에서 보면 99.7%가 개방된 데다 통상이나 다른 부처는 (이 부분에 대해) 공감해 줬다"고 말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직후 트럼프는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10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LNG 등 에너지를 수입하며, 미국산 제품은 한국 시장에서 무관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자동차, 트럭, 농산물 시장 완전 개방"까지 명시하며, 한국이 농산물까지도 미국 측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는 인상을 줬다.

이재명 대통령은 관세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한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농산물과 관련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정부는 쌀·소고기를 비롯한 농축산물에 대한 추가 개방은 없다고 발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농업'이 포함돼 있다"며 "쌀·소고기 이외에 다른 곡물이나 과일류에 대한 수입이 대폭 확대되는 것인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의 단순한 정치적 수사인지 정부에서 명확히 밝혀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