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오기 전 충북 증평군은 군민 1인당 10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예산은 38억여원이 책정됐다고 한다.
코로나19와 경기 침체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군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고, 지역경제에도 숨통을 틔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이 돈이 정말 ‘지역경제 회복’이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려면, 설계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지금대로라면 증평의 골목상권을 살리는 돈이 아닌, 외지 자본의 유통망을 채우는 돈이 될 수도 있다.
증평에는 대형마트는 없지만, 기업형 중형마트가 여럿 존재한다. 이름만 보면 지역 가게처럼 보이지만, 이익의 대부분은 외부 본사로 빠져나간다.
체인형 카페, 프랜차이즈 미용실, 브랜드 주유소, 외지 운영 편의점, 배달앱과 온라인 쇼핑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지역에 있는 것처럼 보여도, 매출 대부분은 수수료나 로열티, 물류비 명목으로 외지 본사와 플랫폼으로 빠져나간다.
지역경제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단순한 소비가 아닌, ‘어디에서 소비되느냐’가 핵심이다.

“소상공인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부터 설계하라”
증평군이 지급 예정인 민생회복지원금 규모는 38억원. 이는 증평읍 전체 상권의 한 달 카드 매출에 맞먹는 수준이다. 이 거대한 소비가 골고루 지역 골목에 흐르도록 하려면, 반드시 다음과 같은 정책적 설계가 필요하다.
△기업형 슈퍼마켓, 체인형 카페, 프랜차이즈 직영점, 플랫폼 기반 소비처 등에서의 사용 제한
△순수 지역 자영업자 가맹점, 연매출 일정 이하 소상공인 매장 중심 사용 유도
△전통시장·지역상점에서의 사용 시 인센티브 제공
△소멸성 지역화폐 또는 증평사랑카드 포인트 형태로 지급
△카드 사용 방식 단일화 및 실시간 데이터 관리 체계 도입 등
이러한 장치를 통해 군민은 실질적 혜택을 체감하고, 소상공인은 매출 회복의 기회를 얻으며, 행정은 정책 효과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단순 현금성 복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증평형 지역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진짜 어려운 가게에, 진짜로 도움이 되게”
현재 증평군의 골목상권은 위기다. 매출은 줄고, 고정비용은 늘었다.
점점 더 많은 가게들이 ‘한 달만 더 버텨보자’란 절박함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이번 지원금은 단순한 소비 장려가 아니라, 지역의 생존과 회복을 위한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또한, 이 기회를 통해 지역 소비 데이터와 군민의 소비 흐름을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향후 정책 설계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을 위해 종이상품권 병행 발행, 찾아가는 접수 서비스, 군민 대상 사용처 안내 캠페인도 병행되어야 한다.
“군민의 돈, 군민의 가게에서 쓰이게 하자”
누구보다 먼저 하루를 여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증평의 소상공인이다.
이들의 삶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예산 집행’이 아닌 ‘경제 순환’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민생회복지원금이 외지 자본으로 흘러가도록 방치하는 것은, 군민 모두의 기회를 잃는 일이다.
군민 손에 쥔 10만원이, 우리 동네 상권의 불을 지피는 힘이 되어야 한다.
증평은 작지만 민첩한 도시다. 군민이 주도하고 행정이 협력하면, 전국 어디에도 없는 성공적인 지역경제 지원모델을 만들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시작이다.
이상호 증평군소상공인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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