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폐플라스틱, 폐타이어와 같은 폐자재를 활용해 시멘트를 제조하는 것은 자원순환 차원에서 탄소 중립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일각에서 제기되는 '쓰레기 시멘트' 주장은 소모적 논란이란 지적이 나왔다.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이나 탄소 발생 문제는 충분히 개선 가능하기에 시멘트 산업이 폐기물을 순환시키는 '정맥'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탄소 중립을 위한 기술 고도화과 제도적 지원으로 시멘트 산업을 다양한 제품군이 갖춰진 고품질, 고가 시장으로 시멘트 산업을 재편해야 한다는 제언도 추가됐다.
지난 9일부터 시작돼 12일까지 나흘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개최 중인 '셈텍 아시아(Cemtech Asia) 2025'에서는 10일 특별 프로그램으로 국내·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토론회가 열려 이 같은 지적들이 나왔다. 이 행사는 영국의 글로벌 시멘트산업 전문기관인 셈넷(Cemnet)이 주최하는 시멘트산업의 최고 권위 행사로 올해 국내에서 개최하며 한국시멘트협회가 후원을 맡았다.
![지난 9일부터 시작돼 오는 12일까지 나흘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셈텍 아시아(Cemtech Asia) 2025'에서 특별 프로그램으로 국내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이효정 기자 ]](https://image.inews24.com/v1/ee34b8e00d45ff.jpg)
이 자리에서 이창기 한국시멘트협회 부회장은 "원료 뿐 아니라 연료도 순환 자원을 사용해 시멘트를 제조하며, 원료를 소가하고 남는 재도 전부 (시멘트) 제품이 되기에 환경적으로 우수하다"며 "순환 자원을 활용한 시멘트 제조는 과학적으로 입증됐기에 '쓰레기 시멘트'라는 지적은 소모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체 연료 사용시 순환 자원의 발열량 규제가 있다"며 "관련 업계간 이해충돌 문제 등을 고려해 규제를 정했지만 전체적으로 국가의 아젠다인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규제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국내 시멘트 업계는 연간 폐플라스틱, 폐타이어와 같은 폐기물 280만톤을 시멘트 만드는 원료인 클링커 생산 과정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때 폐기물을 대체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순환 자원의 발열량 기준은 현재 4500kcal로 규정돼 있다. 발열량이 4500kcal 이상인 폐기물만 순환 자원으로 시멘트 제조 연료로 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시멘트 업계는 최근 기술 개발 추세를 고려해 석탄과 같은 석탄과 같은 고형 연료의 기준처럼 3500kcal 이상의 발열량을 내는 재료도 활용하도록 완화해 해달라는 주문이다.
우리나라 시멘트 산업의 탄소 중립을 탈성하기 위해서는 순환 자원 연료로 발생하는 오염 물질 배출 문제도 개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과거보다 강화된 대기관리 환경 기준이 적용되고 있으며 촉매를 활용한 (오염물질) 감축 수단인 선택적촉매환원탑(SCR)으로 설비를 대폭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SCR를 전폭적으로 도입하면 질소산화물 문제의 완벽할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투자 설비 1기에 300억원의 투자비가 들어간다"며 "(업계) 전체에 SCR를 장착한다면 1조원 정도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탄소 중립 위해서라도 고품질 고가 시장으로 재편해야"
탄소 중립을 위해선 우리나라 시멘트산업이 고품질의 시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다양한 기술을 적용해 저탄소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어야 탄소 중립도 달성하고 산업도 성장한다는 취지다.
김진만 공주대학교 교수는 "구조재로서 시멘트는 저가 시장이 아닌 고가 시장으로 만드는 게 적절하다"며 "이윤이 충분히 보장되는 고가 시장으로 만들어 안전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침투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간 우리나라는 시멘트산업의 경쟁력 향상에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 산업재의 가격 상승을 억제해 고급, 특수 제품을 공급하는 다양성을 갖지 못했고 가격이 낮은 소수의 제품군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시장으로 특성화 됐다"며 "(현재 이런 시장 구조에서는) 고분말 고성능 클링커 사용과 고성능 화학 분화제의 사용과 같은 다양한 기술을 적용하기 어려워 탄소 중립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시멘트의 가격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선진국의 평균 가격 또는 국민 소득 대비 가격을 적정한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나라의 시멘트와 콘크리트 가격은 선진국의 50~60%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시멘트 관련 KS표준 또한 세계에서 가장 낮은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 환경을 건설 원자재의 다양성을 제한해 탄소 중립 실현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시멘트 원료에 다양한 부산물을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KS표준, 시방성, 건설공사 품질 기준 등 다양한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시멘트 총량의 15% 정도를 석회석 미분말로 사용해 만들면 시멘트의 품질을 저하시키지 않으면서도 클링커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어 손쉬운 탄소 중립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원료 중 하나로 사용하는 석회석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전체 시멘트 생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60%를 차지하기 때문에 석회석 사용량을 줄이는 등 제조 방식의 다양성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취지다. 이런 석회석 비중을 낮춘 시멘트는 유럽과 미국에서는 시장의 30~5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 있는 상품이지만 우리나라는 KS표준조차 없는 실정이다.
아울러 폐기물을 시멘트 제조 시 연료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재활용할 수 없는 것들을 적절하게 처리하기 위해 시멘트 공정은 유효한 수단이다. 가연성 폐기물은 연료로 사용할 수 있고 불연성 폐기물도 처리가 가능한 유일한 공정이 시멘트 제조"라며 "구조재를 공급하는 동맥산업이자 쓰레기를 처리하는 정맥산업인 시멘트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정부의 지원과 정책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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