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지난 5일 경북 구미에 있는 LG이노텍 '드림팩토리'. 공장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회사가 '꿈의 공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직감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랬다.
로봇과 인공지능(AI)을 최대한 활용한 최신 공법으로 최첨단 제품을 만들고 있었다.
드림팩토리에서 만드는 주력 제품은 LG이노텍이 신사업으로 키우는 고부가 반도체 기판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AI 열풍으로 반도체 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고부가 고집적 반도체 기판도 주목되고 있다. FC-BGA도 그중 하나.
![LG이노텍 드림 팩토리 주행로봇(AMR) [사진= LG이노텍]](https://image.inews24.com/v1/8c683e02c84841.jpg)
FC-BGA는 전기 신호가 많은 고성능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을 플립칩 범프로 연결하는 고집적 패키지 기판이다. 기판이 칩에 밀착돼 있어 신호 손실이 적고 정보 전달 속도가 빠르다. FC-BGA는 크게 PC용과 서버용으로 나뉜다.
AI에 몰두하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에서는 서버용 FC-BGA에 대한 수요가 높다. FC-BGA를 제조할 수 있는 기업은 세계적으로 10개 미만이다. 현재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 대만 유니마이크론이 시장의 약 70%를 점하고 있다.
LG이노텍도 이 시장을 차세대 먹거리로 보고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드림팩토리는 축구장 3개를 합친 것보다 더 큰 면적(총 2만6000㎡)을 자랑하지만, 라인 투어 중 마주친 직원은 수리·보수 인력 포함, 10여명 남짓이었다. 실제 이 곳은 기존 공장 대비 50%의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지난해 2월부터 FC-BGA를 생산하고 있다. FC-BGA는 이 곳에서 △회로 형성 △도금 공정 △디스미어 공정을 거쳐 제품이 기능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전공정과 △도포 △도색 △품질 검사 포함, 고객에게 납품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후공정을 거쳐 제작된다.
공장 내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바퀴가 달린 직육면체 형태의 주행로봇(AMR)이었다. 이날 생산 현장에서 운용되는 수십 대의 주행로봇들은 설비 사이로 판넬을 나르고 있었다. 바닥에는 라이다 센서가 장착돼 있어 사람을 비롯한 각종 장애물을 발견하면 돌아가거나 멈추게 된다.
![LG이노텍 드림 팩토리 주행로봇(AMR) [사진= LG이노텍]](https://image.inews24.com/v1/13db3e9cb606f0.jpg)
로봇을 뒤로 하고 찾은 곳은 라인 모니터링 시스템(LMS)이 설치된 통합관제실이었다. 생산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이 곳에서는 주로 라인매니저들이 상주하면서 생산라인과 제품이동, 재고 상황, 설비 이상유무 등 모든 작업 행위들을 감시한다.
이날 방문한 생산 현장에는 자동화 설비가 사람의 수작업을 대부분 대체하고 있었다. 디스미어실에서는 네 개의 로봇 팔이 FC-BGA의 보호필름을 일일이 떼어낸다. 기존에는 작업자가 날카로운 도구를 이용해 수작업으로 제거하던 일이었다.
후반 공정에서는 판넬이 고객에게 납품할 수 있도록 4등분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쿼드 써잉(Quad Sawing)' 설비는 자동화된 시스템 하에 날이 제품을 잘라주고 고온의 물을 뿌려주면서 분진을 제거한다. 수작업으로 진행할 시 분진이 더 많이 생기고 이를 제거하다보면 불량이 생길 가능성도 존재하는데, 이러한 부분을 자동화해 품질을 높였다.
![LG이노텍 드림 팩토리 주행로봇(AMR) [사진= LG이노텍]](https://image.inews24.com/v1/47590f1fba50f2.jpg)
LG이노텍 구미 4공장의 한가운데에는 AI 비전 검사로 FC-BGA의 양품 여부를 결정짓는 자동광학검사(AOI·Automated Optical Inspection)실이 있다. 이 곳에서는 회로가 원본 이미지와 동일하게 형성했는지의 여부를 카메라를 통해 판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드림팩토리는 자동화설비와 함께 AI 기술도 적용 됐다. 빅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학습하는 머신러닝은 하루에만 약 20만개가 넘는 파일과 100GB(기가바이트)에 달하는 데이터를 수집한다. 로봇이 생산을 끝낸 제품을 검사대로 옮기면 AI가 수집한 데이터를 이용해 미세한 불량 영역을 30초 안에 감지해낸다.
LG이노텍 관계자는 "AI 비전검사를 통해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 90% 단축하고, 샘플링 검사를 위해 투입하던 인원도 90%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준수 LG이노텍 FS생산팀 팀장은 이날 "이번 구미 신공장은 사람이 공정에 관여를 해서 발생하는 변수들을 제거해 수요를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컨셉을 구상했다"며 "머신러닝을 통해 수집한 학습한 데이터를 활용해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LG이노텍 드림 팩토리 주행로봇(AMR) [사진= LG이노텍]](https://image.inews24.com/v1/9eb21beb97f5ea.jpg)
LG이노텍은 지난해 말 북미 빅테크 고객향 PC용 FC-BGA 본격 양산에 돌입한 데 이어, 최근 글로벌 빅테크 고객 추가 확보에 성공했다. 올해에는 PC 중앙처리장치(CPU)용 FC-BGA 시장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 서버용 FC-BGA 시장 진입 등 하이엔드급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후지키메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FC-BGA 시장은 2022년 80억달러에서 2030년 164억달러로 두 배 넘게 성장할 전망이다.
LG이노텍은 올해 계획한 사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LG이노텍 강민석 부사장은 "LG이노텍은 최첨단 '드림 팩토리'를 기반으로 차별적 고객가치를 제공하는 FC-BGA를 지속 확대해 나가며, 2030년까지 FC-BGA 사업을 조단위 사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설재윤 기자(jyseol@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