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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 지연으로 3천억 안풀려"...위성DMB 장비업체들 '한숨'


 

IMT-2000(차세대이동통신) 악몽이 다시 재현되는 것인가.

위성DMB와 관련돼 약 3천억원의 풀려야 할 돈이 깊은 낮잠에 빠져 있다. 가뜩이나 돈가뭄에 어려운 IT업계에 위성DMB 시장을 파고들며 생기를 돋아야할 수천억원의 돈이 금고 속에 잠겨 '그림의 떡'이 되고 있는 것이다.

위성DMB사업을 준비해온 중소벤처기업들은 정부의 관련법 제정이 지연되면서 서비스 시기가 차일피일 미뤄져 한숨만 쉬고 있다.

이들 기업은 "돈이 돌고 돌아야 DMB서비스가 제자리를 잡을 수 있다"며 "사업자 선정과 그 과정에서 투자가 어떻게 집행될 것인지 아직 아무 것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위성DMB는 위성을 쏘아올려 이동수신 단말기를 통해 각종 디지털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방송과 통신 융합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를 위해서는 이동전화의 기지국 역할을 하는 갭필러(Gap filler)와 방송시스템에 대한 SI(시스템통합) 작업, 단말기제조업체 등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

위성DMB사업을 진행해 온 SK텔레콤은 갭필러에 2천300억원, SI작업에 575억원 등 모두 3천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관련법 제정 지연과 사업자 선정기준에 대한 지침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돌아야 할 돈이 돌지 못해 이 사업을 준비해온 중소벤처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

◆ 정부의 '미지근한' 정책으로 돈이 안돈다

갭필러와 SI업체로 선정된 중소벤처기업들은 "이러다 IMT-2000 악몽이 다시 재현되는 것 아니냐"며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 2000년말 사업자 선정시 IMT-2000 서비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됐다. 당시 벤처기업들은 자금사정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선정된 사업자의 강력한 의지만을 철썩같이 믿고 IMT-2000에 투자했다.

증력 증폭기 등 필요한 관련 장비를 자체적으로 자본을 투입해 개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1년 말부터 정부의 연기론으로 계속 미뤄오다 2003년 들어 IMT-2000사업자들의 모기업 합병으로 중소벤처기업의 꿈은 좌절되고 말았다.

위성DMB사업도 이같은 과정을 겪지나 않을까 중소벤처기업들은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사업자 허가기준과 절차 등에 대한 구체적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어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사업자가 선정될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갭필러를 생산하고 있는 쏠리테크, 텔레시스, 마이크로웨이브 등 업체들은 위성DMB를 준비하고 있는 SK텔레콤에 장비를 납품할 계획에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측은 갭필러에 투자할 예정인 2천300억원에 대한 집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쏠리테크는 갭필러에 약 20억원을 자체 투자했다. 사업이 지연되면 그동안 투자했던 금액만큼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나머지 업체도 10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자체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파악돼 사업차질이 빚어질 경우 손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쏠리테크의 한 관계자는 "위성DMB법인이 설립돼야 납품계약을 체결하는 등 자본흐름이 원활할텐데…"라며 "정부의 정책이 하루빨리 도출돼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위성DMB 관련 중소벤처기업만 수백개

갭필러에 관련된 중소기업체는 수십개에 이르는 것으로 전망된다. 쏠리테크, 텔레시스, 마이크로웨이브 등은 표준형 갭필러를 만든다. 이들 업체가 만드는 갭필러가 가장 많이 SK텔레콤에 공급된다.

표준형 갭필러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갭필러가 있다. 빌딩안에 들어가는 것, 지하철용, 지하 설치용 등 성격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이같은 변형 갭필러를 만드는 업체는 10여개에 이른다.

여기에다 갭필러에 들어가는 안테나, 엠프 등 부품만을 생산해 갭필러 제조업체에 납품하는 업체도 수십개에 이른다. 풀려야 할 2천300억원이 시중에 나돌지 못하면서 갭필러와 관계된 수십개 업체들이 연쇄적으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 상태라면 정작 서비스 시기가 정해지더라도 그 때까지 살아남을 업체가 몇군데나 될지 제대로 장비가 공급될 지 의문이다.

방송시스템은 SI작업이 필수적이다. 현재 SK C&C가 575억원 규모의 SK텔레콤 위성DMB와 관련된 SI작업을 맡았다. SI작업은 SK C&C가 중심이 돼 작업을 진행하지만 그 과정에서 중소 SI업체와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575억원의 투자금액이 집행되지 않으면서 이 분야에도 자본흐름에 병목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위성DMB 단말기제조업체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사업이 제때 계단을 밟듯이 나아가지 못한다면 중소 단말기제조업체들도 개발하고 제품을 생산해 내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방송위원회, "위성발사시점에 사업자 선정"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 문화부 등은 현재 방송법 개정안을 두고 협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위성DMB사업과 관련해서는 지난 2월 개념을 확정하고 "위성 발사시점에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원론만 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사업자 선정기준과 절차, 이후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해진 것은 아직 없다.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논의'만 열심히 하고 있다.

방송위원회 한 관계자는 "현재 방송법 개정안과 사업자 선정기준 절차 등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내년 1월에 위성이 발사되는 만큼 그때 시점에 사업자 선정기준 등에 대한 입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 관계자들은 그러나 현재 위성발사시점까지 3개월 남짓 남아있는 점을 들며 "사업자 선정기준에 대해서는 정부 입장과 이후 공청회를 거치고 확정, 공고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며 "짧은 시간안에 이뤄질 수 있을지…"라며 의문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업체의 준비상황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위성 DMB 관련 업체들은 "자금이 시장에 선순환할 수 있도록 '논의'만 할 게 아니라 정부의 정책이 하루빨리 정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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