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규] '리눅스 엑스포'에서 본 '리눅스 한국'의 위기


 

"행사를 위한 행사라면 안하니만 못하다!"

5일 개막된 '리눅스엑스포2003'에서 한 리눅스 전문업체 관계자가 불만을 터뜨렸다.

이번 행사는 대기업들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전문업체들은 '번들'로 들어간 '반쪽 짜리'였다.

리눅스코리아, 와우리눅스, 리눅스원 등 리눅스 전문기업으로 알려진 업체들은 아예 행사에 불참했다. 행사 참가가 별 도움이 안되는데다, 재정적인 여유도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리눅스엑스포2003'은 모든 면에서 지난해보다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개 SW를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물론, 변재일 차관도 불참, '정통부가 주최한 행사 맞나?'하는 의심마저 들게 했다. 안동선 국회 과기정위원장이 참석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노준형 기획관리실장이 대타로 참석했지만, 업체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물론 정보통신부 장관이 참석하고, 안하고가 행사 성공의 절대적인 평가 기준은 아니다. 그러나 국내 리눅스 산업 기반이 취약하고, 리눅스업체들의 경영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통부가 리눅스를 외면하는 것도 아니고, 기회있을 때마다 '리눅스 강국'을 외쳐 왔다.

어려운 리눅스 기업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도 정통부 수장의 역할일진대, 리눅스 엑스포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정통부의 '무관심'이었다.

한 업체 CEO는 "요즘 정통부는 SW보다는 HW를, 중소 벤처보다는 대기업을 우선 챙기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요즘 리눅스 관련 벤처기업들은 아프다. 그냥 아픈 것도 아니고, 병이 깊어 보인다.

엔지니어들이 하나둘씩 떠나고 있어 사람 구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대기업들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지만, 대기업과 벤처 간 윈윈 모델은 아직 형성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육성 정책도 아직까지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한 리눅스업체 CEO는 "정부가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하는데 돈이 안되는 분야에 뛰어들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공개SW로 먹고 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야 하겠다는 사람도 몰려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통부는 올초 공개SW 활성화 정책의 명분으로 '외산 중심 소프트웨어 시장 구조의 변화'를 내걸었다. 그러나 '리눅스엑스포2003'은 공개SW도 외국업체들이 주도할 것이란 우려를 던졌다.

'뭔가 잘못되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황치규기자 de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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