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무늬만 인터넷전문은행 되나


연말 서비스 앞두고 '은산분리' 발목

[민혜정기자] 연내 출범을 앞둔 인터넷전문은행이 무늬만 '인터넷 은행'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금융에 IT를 접목한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표방하고 있지만 정작 이 사업에 참여한 KT와 카카오는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어려운 상태다.

산업자본이 은행의 지분 10%, 의결권 있는 지분 4% 이상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 은행법의 이른바 '은산분리' 규정 탓이다. 이를 완화하는 개정안이 나와 있지만 국회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

당장 빠르면 연말 서비스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참여 IT기업들은 이 상황에서 증자 등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이 맞는 지 고민 중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KT가 참여한 K뱅크는 내달 말, 카카오뱅크는 11월~12월 금융위원회에 본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인가가 떨어지면 K뱅크는 연내, 카카오뱅크는 내년 1분기께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특히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을 노리는 K뱅크 준비법인은 지난 22일부터 고객 인증 및 거래 요청, 시스템 내 금융거래 처리 등에 대한 통합테스트 등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증자 등 추가 투자계획은 아직 확정짓지 못했다.

투자를 하려면 사업권 등 안정적인 기반 확보가 필수인데 현행 4% 지분규정으로는 적극적으로 나서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IT '융합'인데···경영권은 은행 몫?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과 IT를 결합한 '핀테크' 서비스의 하나로 스마트폰 하나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해외에서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금융서비스다.

실제로 인터넷전문은행이 활성화 되면 굳이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계좌개설, 송금, 결제, 자산관리 등을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기존 은행들 보다 인건비, 점포 운영비용 등을 줄일 수 있어 대출 금리나 수수료 등도 낮출 수 있다.

특히 신용도 등 여러 이유로 그동안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됐던 소비자들까지 이용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 등도 차별점으로 꼽힌다. KT나 카카오가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뛰어든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행법대로라면 이들은 지분 4% 이상의 의결권은 확보할 수 없어 투자나 사업 모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큰 셈이다. 당장 올 연말 영업을 코앞에 둔 상황이지만 이 탓에 사업 전략이나 준비작업, 결국은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한 투자 등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현재 K뱅크의 주요 주주 지분율은 KT 8%, 우리은행 10%, 한화생명보험 10%, GS리테일 10%, 다날이 10%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가 10%, KB국민은행 10%, 한국투자금융지주가 50%를 나눠 갖고 있다.

현 구조대로라면 기존 은행이 사업을 주도하고, KT나 카카오는 지분 참여 수준이어서 금융IT 융합을 표방한 인터넷전문은행이 말 그대로 반쪽짜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온 양사는 제대로 된 사업에 은행법 개정 등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효조 K뱅크 준비법인 대표는 "유상증자를 해야 하는데 은행법 상 이를 할 수 없다"며 "은산분리가 완화되지 않으면 ICT가 주도하는 인터넷 은행이 아닌, 금융사업자가 주도하는 인터넷 은행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도 "은행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증자를 할 수 있는 것은 은행 밖에 없다"며 "KT와 카카오가 참여한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의 자회사나 다름없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완화 추세, 정부도 공감···법 개정은 언제?

핀테크 시대를 맞아 해외에서는 이 같은 규제를 완화하거나 우리보다 지분 확대가 쉽다는 점도 현행 은행법 개정 필요성의 또 다른 배경이 되고 있다.

실제로 유럽연합(EU) 국가나 일본의 경우 산업자본의 은행 보유 지분 제한과 같은 '은산 분리' 규정이 아예 없다. 또 중국은 30%, 미국은 25%까지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주요 이동통신사인 KDDI는 인터넷전문은행인 지분은행(JiBUN Bank)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텐센트도 위뱅크 지분 30%를 갖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인터넷전문은행 육성 차원에서 이 같은 은산분리 규정 완화 등에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국회에서도 관련 은행법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 인터넷전문은행 간담회에서 "법 개정을 통해 해외처럼 혁신적인 IT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산업자본이 50%이내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강석진 새누리당 의원 역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총수 있는 기업집단'을 제외한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50%이내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한 은행법 개정안을 내놨다.

그러나 야권이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 같은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하고 있어 은행법 개정안이 20대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은행법이 산업자본에 대한 강력한 소유규제를 하는 이유는 재벌의 횡포만을 걱정했기 때문은 아니다"라며 "대주주 또는 경영진이 다른 사업을 위해 은행의 자금을 사용하려는 건 재벌만이 아니라 산업자본이 갖는 속성이기 때문에 은산분리를 완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는 보완장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또 새로운 융합산업 활성화 취지를 살리는 차원에서 은행법과 같은 낡은 규제로 새로운 형태의 전문은행을 규제해서는 안 되다 지적도 있다.

이석근 서강대 교수는 "은산분리의 경우 다른 나라에서도 규제가 일부 있지만 대부분 규제와 산업 중 산업이 먼저라 판단하고 있다"며 "우리도 규제 개혁이 이뤄줘야 핀테크 생태계를 조속히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T 관계자는 "'은행의 사금고화' 같은 이슈는 주요 주주들에 대한 대출 금지 등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며 "현재의 은행법 상황에서 법 개정 없이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 산업의 혁신을 가져오는 데는 한계가 있고, 자칫 기존 금융 사업에 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무늬만 인터넷전문은행 되나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
[아이포토]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특별한 축제 'BTS FESTA'
[아이포토]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특별한 축제 'BTS FESTA'
BTS FESTA '아미와 함께라면 흰 벽도 그림이 돼'
BTS FESTA '아미와 함께라면 흰 벽도 그림이 돼'
BTS FESTA, '게임부터 DIY까지, 아미들의 놀이터'
BTS FESTA, '게임부터 DIY까지, 아미들의 놀이터'
BTS FESTA '방탄소년단의 개성이 가득, BTS 라커존'
BTS FESTA '방탄소년단의 개성이 가득, BTS 라커존'
BTS FESTA 'BTS와 찰칵찰칵, 빠질 수 없는 인증샷'
BTS FESTA 'BTS와 찰칵찰칵, 빠질 수 없는 인증샷'
[아이포토] 문화역서울284에서 만나는 융복합예술 기획전시 '우리들의 낙원'
[아이포토] 문화역서울284에서 만나는 융복합예술 기획전시 '우리들의 낙원'
BTS FESTA, 아미들의 끝없는 행렬
BTS FESTA, 아미들의 끝없는 행렬
BTS FESTA, 아미밤부터 고래까지 화려한 라이팅쇼
BTS FESTA, 아미밤부터 고래까지 화려한 라이팅쇼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된 김병기 의원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된 김병기 의원
꽃다발 든 민주당 새 원내대표 김병기
꽃다발 든 민주당 새 원내대표 김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