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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위에 핀 ‘생명’의 교육기관…옌벤과기대


 

중국 조선족이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지린성(吉林省) 옌지(延吉).

옌벤(延邊)대학 과학기술학원(통칭 연변과기대)은 이곳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본관에서 내려다보면 옌지시가 한 눈에 들어올 만큼 눈 맛이 좋다.

하지만, 연변과기대가 이 부지를 선택한 데는 사연이 있다.

지난 1991년 대학을 설립할 당시 시정부에서는 김진경 총장한테 시내 요지를 대학 부지로 추천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 총장은 바로 거절했다.

“여기는 당신들 땅임으로, 좋은 땅에서는 당신들이 살아라, 대신 우리에겐 저 산을 달라.”

하필이면 그 산은 공동묘지였다고 한다. 모두들 반대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김 총장은 뜻을 굽히지 않고, 결국 부지는 현재의 위치가 됐다. 부지 공사를 할 때 주인 없는 무덤에서 엄청난 양의 인골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여기 사람들은 이 곳을 ‘죽음 위에 핀 생명의 교육’이라 부른다.

연변과기대는 실제로 그런 평가를 받을 만하다.

설립될 당시만 해도 조그마한 2년제 대학이었으나 지금은 중국의 100개 중점대학인 옌벤대학에서도 최고 학원이 돼 있다. 인근 지역 인재들이 몰릴 만큼, 들어가기 어려울 뿐더러, 나와서도 ‘몸값’이 좋다는 게 주위의 평이다.

오병운 교수는 “조선족에게는 한국식 교육이 진행되기 때문에 한국 기업에 맞춤형 인재를 공급할 수 있는 게 장점이고, 한족에게는 세계 각국의 교수진을 통해 글로벌 교육을 제공하는 게 연변과기대의 최대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오 교수는 “과기대는 연길의 국제대학”이라며 “여기서는 과기대 오는 게 유학가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금호그룹에서 투자해 연변과기대 내에 설립된 SW 회사 금호연건의 양철형 총경리도 “금호연건을 설립할 당시만 해도 직원 대부분이 연변과기대 출신이었으나, 지금은 연변과기대생을 뽑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연변과기대생의 경우 베이징 등 대도시에서 한국 등 외국 기업이 찾는 곳이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연변과기대는 또 본 대학 외에 부설 유치원, 소학교, 중학교, 현대․기아차 기술훈련원 등 다양한 산하 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오 교수는 “연변과기대가 설립되고,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뤄지면서, 일본인들은 한국인과 조선족의 결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대단히 두려워했으나, 지난 10여년 동안 그런 매서움을 보여주지는 못한 것 같다”며 “새롭게 다가오는 동북아 시대를 맞아 우리 민족의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변과기대의 역사적인 최대 공로는 100년 이상 떨어져 살아온 중국 조선족과 한국인을 다시 연결시키는 통로였다는 데 있다. 연변과기대는 또 똑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북한의 평양에도 진출할 계획을 갖고 추진 중이다. 정부도 하지 못하는 민족 대단결의 웅대한 초석을 이들 자원자들도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옌지(延吉)=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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