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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대덕밸리-4] 창업가뭄에 명성 '흔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창업하면 바보소리 듣지요. 아마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도 창업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ETRI C연구원)

"벤처붐이 한창 일때는 무척 바빴습니다. 만날 사람도 많았고 만나 달라고 애원하는 사람도 부지기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가합니다. 몇 년전과는 완전히 딴판입니다."(M대학 창업보육센터 관계자)

불과 2-3년 전만 해도 벤처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때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던 대덕밸리 각 연구기관, 민간기업, 대학의 창업보육센터(TBI)에는 정적만이 흐를 뿐이다. 창업가뭄에 직면하면서 대덕밸리의 벤처명성이 흔들리고 있다.

대덕밸리 창업현황은

대덕밸리에서 ETRI는 흔히 '벤처사관학교'로 불렸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한때는 하루에도 몇 명씩 벤처창업을 위해 연구소를 떠났지만 현재 벤처창업으로 인한 이직은 거의 없다.

실제로 8월 현재 ETRI출신 벤처기업모임인 EVA(ETRI Venture Association)에 신규등록한 회사는 단 하나뿐. 다르게 말하면 올해들어 ETRI의 연구원 신분을 버리고 벤처창업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 97년 14개를 비롯해 98년 31개, 99년 27개, 2000년에는 무려 69개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 지난해에도 12개에 달했다.

EVA관계자는 "창업하는 사람이 없으니 신규로 EVA회원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신규창업이 대폭줄자 각 창업보육센터도 썰렁하기만 하다. ETRI 창업보육센터와 목원대 창업보육센터 등 대덕밸리 각 보육센터의 공실률은 현재 대략 10-20%. 대덕밸리를 비롯한 지방은 수도권보다 보통 4-5%가 더 높다는 것이 중소기업청의 설명.

한국과학기술원(KAIST)내 정보통신연구진흥원내 ETRI 창업보육센터에는 소위 잘 나가던 때에는 벤처기업이 100여개를 육박했지만 지금은 단 18개가 입주해 있을 뿐이다. 예전의 활기와 패기로 가득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M대학 TBI관계자는 "예전에는 서로 입주하려고 로비를 벌이는 등 치열한 경쟁을 펼쳤지만 지금은 오히려 모셔와야 할 판"이라고 고충을 털어 놓았다.

민간보육센터는 '폐업준비중'

민간기업 창업보육센터의 경우 사정이 더욱 심하다. 대덕밸리내 민간보육센터들은 현재 보육하고 있는 2-5개 기업들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창업보육사업을 중단할 것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폐업을 준비중'이라는 것이다.

민간기업의 한 TBI관계자는 "벤처붐이 일었던 지난 2000년 전후에는 벤처보육투자를 통해 많은 이윤을 얻을 것으로 판단됐지만 몇 년후 오산이라는 걸 알았다"며 "신규창업 기업이 없어 빈 사무실로 놀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심지어는 창업했던 기업으로부터 연구소로 돌아오는 U턴현상도 일고 있다. 생명공학연구원의 경우 10여명이 넘는 인원이 벤처창업후 돌아오기도 했다. 생명연관계자는 "창업후 어려움이 가중되자 돌아오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숫자로 나타나는 창업감소

중소기업청은 최근 6월중 8대도시의 신설법인수를 발표했다. 6월중 신설법인수는 2천735개로 지난 5월의 2천684개보다 1.9%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1월 3천381개, 2월 2천968개, 3월 3천7개, 4월 3천30개보다는 턱없이 적은 숫자다. 특히 제조업 창업의 경우 지난 5월에 전월대비 42.7%가 줄어든데 이어 6월에도 19.7%가 감소해 신규창업 위축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중기청관계자는 "경기침체 등으로 지난 2002년과 비교해 볼때도 15-20%정도 감소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대전=최병관기자 venture@inews24.com 대덕넷 이준기 김요셉기자 bongchu@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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