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기자] 올해 구조조정 대상 대기업 19곳이 상반기에 이어 추가로 선정됐다. 이번에 선정된 기업들의 신용공여액(대출액) 규모는 12조5천억원으로 금융위기 이후 최대다.
금융당국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올해말에 일몰되면 채권단 자율협약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이 30일 발표한 '2015년 대기업 수시 신용위험 평가 결과'에 따르면, 채권은행들이 올 11~12월중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 중 368개사에 대해 수시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한 결과 이 중 19개사가 구조조정대상으로 선정됐다.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이 11개사, 가능성이 없어 부실기업으로 분류된 D등급이 8개사다. 이 중 상장사는 3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사 중 C등급은 2개사, D등급은 1개사다.
올 상반기에 실시했던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에서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됐던 35개사를 포함할 경우 총 54개사가 된다. 전년 대비 20개사가 늘어난 것이다.
이번 수시 평가에서 선정된 기업들은 철강이 3개사로 가장 많고, 조선·기계제조·음식료가 각각 2개사, 건설·전자·석유화학·자동차·골프장이 각각 1개사 선정됐다.
2015년 전체로는 건설이 14개사로 가장 많았으며, 철강(11개사), 전자(8개사), 조선(4개사) 등의 순이다.
◆이번 구조조정 신용공여액 금융위기 이후 최대
금감원은 작년에는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한 차례만 실시했으나, 올해에는 상반기에 정기 평가에 이어 이번 수시평가까지 두 번 실시했다.
금감원 양현근 부원장보는 "올해 수시평가를 한 것은 최근 여건이 안 좋아지는 측면을 반영해서 선제적으로 실시한 것"이라며 "상반기 평가보다 기준을 엄격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수시 평가에서는 은행 자체의 와치리스트(Watch List) 중 신용위험평가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는 기업, 올 상반기 정기 신용위험평가 이후 자산건전성 분류 요주의 이하 기업과 B등급으로 분류된 기업과 이 밖에 채권은행 자체 기준에 따른 세부평가가 필요한 기업 등이 평가대상에 추가로 포함됐다.
한편 이번 구조조정대상에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구조조정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업체 중 증자·자본유치·계열사지원·M&A·자산매각 등 자구계획이 진행 중에 있는 23개사에 대해서는 '자체 경영개선 프로그램' 대상으로 분류해 자구계획 이행실적을 점검 관리할 예정이다.
구조조정대상으로 선정된 19개사에 대한 금융권 신용공여액은 총 12조5천억원, 충당금 추가적립 예상액은 약 1조5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상반기를 포함한 올해 전체로는 19조6천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양 부원장보는 "조선 등 일부 여신규모가 큰 업종의 기업들이 포함됐기 때문에 금액 기준으로 규모가 크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번 대기업 구조조정이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금융권의 손실흡수 여력 등을 감안할 때 금융회사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금융당국은 워크아웃대상 기업(C등급)의 경우, 신속한 금융지원과 자산매각 및 재무구조개선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부실기업(D등급)에 대해서는 기업회생절차 등을 통한 신속한 정리를 유도한다.
또한 '자체 경영개선 프로그램' 대상 업체 23개사에 대해서는 이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개선계획 불이행시 수시평가 등을 통해 조치토록 지도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워크아웃 기업의 협력업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채권은행을 통해 워크아웃 진행 기업의 정상화계획 수립 전까지 협력업체에 대한 기업간(B2B) 대출의 상환유예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협력업체의 애로사항에 대해서는 금감원 '중소기업 금융애로 상담센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지원을 강화한다.
채권은행들은 이번 대기업 수시 신용위험평가와 별도로 주채무계열 소속기업체에 대한 재무상황 등 점검도 병행해 실시했다.
점검 결과 현재는 정상이나 위기상황시 취약요인이 있는 11개사에 대해서는 주채권은행이 맞춤형 대응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이행상황을 면밀히 관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기촉법 일몰로 채권단 자율협약으로 진행
문제는 연말에 일몰이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의 실효 문제다. 정부는 기촉법 일몰기한 연장을 추진중이지만 연내 국회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내년 1월1일 기촉법 실효 가능성에 대비해, 연내 채권은행협의회 소집 통보를 유도할 계획이다. 이 경우 주채권은행이 '금융기관협의회 소집 통보' 시 기촉법을 계속 적용할 수 있어, 기촉법 실효에도 불구하고 워크아웃 추진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연말까지 단 이틀을 남겨둔 상황에서 이 같은 계획이 제대로 이행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를 위해서는 올해 안에 워크아웃 대상 업체들의 동의를 모두 받은 뒤 채권단 협의회 소집 통보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양 부원장보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많지 않다"며 "이미 워크아웃 진행중인 기업도 있어서 최대한 노력해 보겠지만 많은 기업이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고 우려했다.
내년으로 넘어가게 되면 채권단 자율협약을 통해 기촉법과 동일한 내용을 협약으로 담아 임시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법에 의한 강제력이 없이 금융회사들의 자발적인 동의와 참여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과거 지난 2006년이나 2007년 채권은행 자율협약 체계로 구조조정을 추진한 바 있으나, 당시에도 채권단 동의를 정도밖에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양 부원장보는 "전 금융회사의 참여가 전제돼야 구조조정 효과가 있다"며 "은행권은 자발적으로 동의를 끌어내겠지만 저축은행 등 다른 권역의 금융회사 동의까지 받아 신속하게 협의체를 발족시키는 것이 난관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기업구조조정과 관련 당부사항 전달을 위해 은행 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합리적 이유없이 협약이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기관 이기적 행태를 보임으로써 기업 구조조정에 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조선업 다운사이징 전략, 해운업 선박펀드 조성
한편 정부는 이날 '2015년 제24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산업별 구조조정 추진현황과 향후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정부 내 협의체에서 논의된 산업별 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지원방향을 기초로, 채권단 및 업계가 기업별 방안을 마련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중 조선업에 대해서는 자구노력을 전제로 경영정상화를 모색하되, 정상화 추진이 곤란할 경우 M&A·청산 등 사업정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경쟁력이 없는 부문을 축소하고, 각 사별로 경쟁력 있는 부문에 특화하는 다운사이징 전략이다.
향후 조선업은 저유가로 해양플랜트 수주는 감소하겠지만, 친환경 고부가 선박 수요 증가로 시황은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해운업에 대해서는 현재의 선대구조로는 근본적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고 보고, 국적 선사의 장기적인 존립을 위한 '해운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추진한키로 했.
약 12억달러 규모로 민관합동 선박펀드를 조성해 선박용선계약(BBC)으로 선박 신조 지원를 지원하는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되, 기업 스스로의 자구노력 등을 통해 부채비율 400% 이하 달성시에만 지원할 계획이다.
부산 신항에 연근해 선사물량 우선처리를 위한 부두를 마련하는 등 국적 선사의 네트워크 강화를 통한 부산항 환적 경쟁력 강화도 유도한다.
건설업에 대해서도 감소하는 시장규모에 맞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하고, 공사수행능력 및 사회적책임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종합심사낙찰제를 내년부터 본격 시행하고, 우수업체는 성장하고 부실업체는 퇴출되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투자개발형 사업 활성화를 위한 펀드(KOIF) 조성, 해외 저가수주 방지를 위한 정보센터 설립 등 관련 대책도 추진한다.
정부는 앞으로도 채권단 주도의 상시적 위험진단 및 구조조정을 통해 신속한 경영정상화를 유도하고, 기업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가면서, 필요시 수시 신용위험평가 실시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취약업종 등 산업구조조정 관련 사안이 있을 경우 정부내 협의체 회의를 통해 구조조정 방안을 계속 논의할 예정이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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