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제 몫입니다. 앞으론 제가 그동안 해왔던 온라인게임 기획을 맡을 예정입니다."
물러설 때를 아는 사람. 넷마블 방준혁 사장은 지난 6월 20일에 열린 넷마블의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직을 사임하면서 또 한번 벤처업계에 화제를 불러모았다.
올해초 32억원의 경영인센티브 전부를 직원에게 투척한 사례와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던 넷마블과 플레너스와의 합병에 이어 벌써 세번째다. 이쯤되면 유능한 CEO이기 보다는 관찰대상의 CEO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이번 대표이사 사임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등장하고 있다. 넷마블과 플레너스간 합병을 선언한 지 불과 한 달만에 터진 일이므로 방 이사의 자진 대표이사 사임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시각은 엇갈린다. 이른바 잘나가는 회사의 사장이 그만둔 건 외압이 작용했을 것과 통합될 플레너스의 최대주주가 되는 방준혁 이사가 돈을 벌기 위한 술책이라는 시각이다.
90년대 후반부터 벤처업계의 M&A가 그동안 일부 CEO와 투자사들의 돈놀이로 얼룩져왔으므로 CEO의 자진 사임을 일단 액면그대로 바라볼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벤처업계의 아픈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방준혁 넷마블 이사의 '자진강등'에 대해서 다양한 오해가 등장했다. 방 이사는 이같은 시각을 불식시켜야 하는 사명이 주어지게 됐다.
일반적으로 최대주주가 대표이사직을 내놓으면서 '회장'직으로 한단계 상승해온데 비해 방 이사는 '사장'에서 '이사'로 오히려 한단계 직급이 낮아진 것은 귀감으로 바라보고 있다.
방준혁 이사는 "지난해말부터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겠다고 생각했으나 그동안 플레너스와의 합병을 앞두면서 합병계약과 주가관리 등의 악영향을 우려한 주위의 만류가 거셌기 때문에 이제서야 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그는 "그동안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면서 회사 관리 등에 시간을 많이 빼앗겨 그동안 자신있게 해왔던 온라인게임 기획 및 마케팅에 투자할 시간이 없었다"면서 "이제는 내가 전공분야를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통합될 플레너스의 최대주주이지만, 아직 넷마블의 최대주주는 플레너스다. 그렇기에 이번 합병에서도 플레너스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방 이사는 현 전문경영인으로 구성된 플레너스 경영진의 운영에 모든 걸 일임키로 했다. 플레너스는 영화부문의 김정상 대표이사와 게임부문의 노병렬 대표이사의 공동대표 체제로 유지될 예정이다.
방 이사는 "통합된 법인의 최대주주로서 이사회를 견제하는 역할을 계속 맡을 것이지만 회사운영은 경영진의 의견에 맡길 것이며 경영진의 결정에 개입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순신기자 kooks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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