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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IT기업 직원들, 가을은 '변화의 계절'


합병·분리에 한국지사 직원들도 이합집산

[김국배기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파이낸스빌딩 28층. 세계적인 보안업체 시만텍의 한국지사인 시만텍코리아가 입주해 있는 이 곳에 최근 새로운 출입구가 하나 더 생겼다. 지난 3일 시만텍코리아에서 정보관리사업 부문을 진행하는 베리타스가 분리돼 출범하면서 두 회사간 출입구를 구분한 것이다.

"하나의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기분이에요." 베리타스코리아 직원의 말이다. 지난 2005년 시만텍의 품에 안겼던 베리타스는 그렇게 10년만에 되돌아왔다.

바야흐로 외국계 IT 기업 '변신'의 계절. 시만텍뿐 아니라 일주일 남짓 뒤면 HP가 PC·프린터 사업부(PPS)와 서버, 소프트웨어 사업부(EG)로 나뉘어 각각 'HP InC'와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 두 개의 회사가 된다. 한국HP도 '한국HP Inc'와 '한국HPE'로 쪼개진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델(Dell)과 EMC는 얼마 전 '깜짝결혼'이 성사됐다. 내년 5월에서 10월 사이 합병을 마무리 짓는다. 때맞춰 델코리아와 한국EMC 역시 통합 법인 출범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지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기분은 어떨까.

◆"새 회사 만드는 기분"

분리돼 나가는 입장에 서 있는 회사 직원들은 의욕적이다. 같이 있을 때보다 오히려 집중적으로 사업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베리타스코리아 관계자는 "같이 있을 때는 (사업의) 우선순위가 시장상황에 따라 변했어요. 그래서 때때로 투자 부문에서 밀리기도 했고요. 분리돼 만들어진 회사는 그 동안 하려고 했던 것을 빠르게 해나갈 수 있을 거에요."라고 말했다.

베리타스는 '추억의 브랜드'다. 다시 브랜드를 알리고 정착시켜야 하는 미션을 안고 있다. "(주요 고객이던) 대기업의 부장급 이상은 베리타스라는 이름을 다 알아요. 설명하면 '아, 그 회사가 인수됐어요?'라고 기억해내요. 10년 전 브랜드 이미지가 워낙 좋았고요. 큰 어려움은 없을 거라 봅니다."

시만텍코리아, 한국HP의 입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시만텍코리아 관계자는 "시만텍코리아는 분할 뒤 매우 '젊은(young)' 조직이 됐어요. 의사결정도 빨라졌고요. 보안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거죠"라고 전했다.

"크게 달라질 건 없습니다. PPS와 EG는 딱히 협력할 부분이 없어 원래 '한 지붕 두 가족'처럼 운영돼 왔거든요." 한국HPE에 속하게 될 한국HP 관계자의 말이다.

시만텍 본사는 보안사업이 크지만 국내는 정보관리사업이 매출이나 규모면에서 더 컸다. 분할 뒤 시만텍코리아는 40여명, 베리타스코리아는 60여명의 직원이 일한다.

한국HP는 분리 후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휴렛팩커드빌딩을 그대로 쓴다. 200명 규모인 한국HP Inc가 14~15층을, 800명 규모인 한국HPE가 16~18층을 사용한다. 19~20층은 두 회사가 공유한다. 내달 2일 오전엔 한국HP InC가, 오후에는 한국HPE가 직원 총회를 열고 각각의 회사로 출발한다.

◆"사라지는 브랜드 안타까워"…"시너지 기대"

델과 EMC의 합병이라는 빅 뉴스를 접한 한국지사 직원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평상시처럼 일하고 있다고 한다. 합병이 마무리되는 시점이 1년 정도 남아 당장의 변화는 없다.

그러나 한국EMC 직원들 사이에는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둘째 치고 EMC라는 브랜드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일부 직원들은 합병 공식 발표를 앞두고 주식을 팔기도 했다.

"직원들 사이에선 EMC라는 브랜드가 사라지는 것이 제일 안타깝다는 얘기들이 나와요. 벌써 고객들이 '델에서 오셨어요?'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고 하고요. 공식 발표를 앞두고 인수합병을 겪어본 회사에서 온 직원은 회사 청산할 때 팔면 세금을 많이 맞을 수도 있다며 주식을 팔기도 했어요." 한국EMC 관계자의 전언이다.

반면 델코리아는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2년 전 창업자인 마이클 델이 개인회사 전환이라는 결정을 내렸을 때와 비슷하다.

델코리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IT 인프라는 서버 네트워크 스토리지 세 가지밖에 없어요. 하나 갖고 리더십을 얘기할 순 없지만 이제는 얘기할 수 있는거죠. 시너지 효과가 기대됩니다. HP를 위협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델과 EMC는 같은 해인 1995년 한국지사를 세웠다. 크게 겹치는 사업영역은 없었지만 20년이나 국내에서 얄궂은 운명으로 만나 사업을 해왔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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