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가입자 11번가 데이터 무료" 뜨거운 감자로 부상


'제로레이팅' 마케팅, 망중립성 위반 논란 한 가운데로

[허준기자] SK플래닛의 오픈마켓 '11번가'에 접속할 때 SK텔레콤 가입자는 데이터 접속 비용을 내지 않는다. 이는 SK텔레콤과 11번가가 마케팅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제휴를 맺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특정사업자와의 마케팅을 위한 제휴관계가 앱, 콘텐츠 사업자를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른바 '망중립성'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오픈넷이 지난 12일 주최한 오픈넷 포럼에서는 망중립성 규제를 둘러싼 최근의 이슈에 대해 전문가 토론을 진행한 결과 SK텔레콤과 11번가의 사례와 같은 '제로 레이팅(Zero-Rating)'이 가장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제로레이팅' 새로운 제휴모델로 부상

제로레이팅은 통신사와 콘텐츠제공사업자가 제휴를 맺고 특정 서비스에 대한 데이터 이용료를 과금하지 않는 사업모델이다. 제휴에 따라 다르지만 콘텐츠제공사업자가 이용자들의 데이터 사용량에 대한 비용을 일정부분 대신 지불하는 방식으로 계약이 맺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도 이같은 제휴방식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돼 SK텔레콤이 11번가는 물론 티몬, 롯데마트 등 쇼핑앱과 비슷한 제휴를 맺었다. KT가 삼성전자와 손잡고 도입한 동시동영상전송(EMBMS) 서비스도 데이터 과금이 되지 않는 제로 레이팅 방식이다.

범위를 확장하면 LG유플러스가 U+HDTV나 유플릭스 무비, LTE비디오포털에서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나 KT가 다음카카오 서비스에 이용하는 데이터를 월 3천원에 매달 3GB씩 주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

◆제로레이팅은 망중립성 위반?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제로레이팅'이 망중립성을 위반하는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오픈넷 포럼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최은창 예일대 정보사회프로젝트 펠로우는 "돈을 받고 더 빠른 속도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데이터를 차감하지 않는 것 자체가 엄청난 혜택이기 때문에 망중립성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망중립성 규칙에 위반되는 것은 물론 소비자의 콘텐츠 선택권 훼손하고 혁신을 저해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제로레이팅이 망중립성을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학자와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통신사들이 소비자들에게 콘텐츠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정 사업자의 콘텐츠만 데이터 과금을 하지 않으면 이용자들은 당연히 그 콘텐츠만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 새로운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와도 데이터 과금때문에 쓰던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최은창 펠로우는 "제로레이팅을 허용하면 결국 콘텐츠제공사업자가 통신사 밑으로 종속될 수밖에 없고 스타트업이나 통신사의 선택을 받지 못한 기업들은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제로레이팅' 장점은 없나

제로레이팅을 망중립성 논의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사업자간의 제휴모델이기 때문에 사업자들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통신사업자들은 이같은 제휴모델까지 망중립성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아울러 통신사들은 제로레이팅이 망중립성과 달리 통신사와 콘텐츠사업자간의 갈등 측면보다 협력적인 분야라는 점도 강조한다. 이용자들은 데이터 요금을 부담하지 않아서 좋고 통신사는 이같은 제휴로 가입자 이탈을 막을 수 있다. 콘텐츠사업자도 마케팅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구도 손해보지 않는 모델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 6월 서울대공익산업법센터가 주최한 망중립성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SK텔레콤 이상헌 정책협력실장은 "망중립성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면 새로운 혁신이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모바일 쇼핑을 이용하면 데이터를 공짜로 제공하는 모델(제로레이팅)은 이용자들에게도 혜택"이라고 말했다.

오픈넷 포럼에 참여한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사업자간 경쟁에 맡겨야 하는 제휴모델까지 망중립성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공정경쟁을 위한 것이라면 공정거래법을 적용해야지 망중립성으로 공정경쟁까지 해결하려 하면 안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주제발표를 맡은 최은창 펠로우는 "우리나라에서는 망중립성이라고 하면 인터넷전화(mVoIP) 문제만 있는 줄 아는데 제로레이팅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고민해야 한다"며 "망중립성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는데 이 법안을 논의하면서 제로레이팅 도입여부에 대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활발한 논의가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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