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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의날 특집] 대한민국 18,19세 160만명 '어정쩡한 애어른'


 

19일은 성년의 날. 매년 5월 셋째 월요일 만 20세가 되는(올해의 경우 1983년생) 청춘 남녀들이 주위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성인(成人=어른)'임을 인정받는다.

스무살이 되면 자동차 면허를 취득할 수 있고 민법상 재산의 소유와 처분이 가능해지며 선거권을 행사, 자신이 원하는 정치지도자를 뽑을 수 있다. 부모의 동의를 얻지 않고 뭐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책임 또한 자신이 져야 한다. 비로소 어른이 된 것이다.

그런데 성인은 왜 꼭 20세 이상이어야만 하는가.

요즘에는 고등학생만 되면 엄마,아빠보다 덩치가 큰 경우가 많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을 하는 나이도 만 18세. 이들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이미 성숙한 인격체이다.

조선시대 남이장군은 "남아 이십에 세상을 평정하지 못하면 어찌 대장부랴"고 했지만 요즘에는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그 옛날 남이장군보다 아는 게 많다.

선진국들은 18세로 선거연령을 낮춰 어른대접을 해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40여년전에 정한 만 20세 선거연령에서 한 발도 후퇴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선 성인에 대한 기준도 들쭉날쭉하다. 법률마다 성인에 대한 연령기준이 다르고 정부 부처마다 해석이 제각각이다.

성인영화는 18세부터 볼 수 있고 결혼도 할 수 있지만 나이트클럽이나 술집에는 19세가 되어야 출입할 수 있다. 똑같은 성인영화라도 영화관에서는 18세 '입장가'이지만 인터넷으로 접속해 보려면 19세 이상이어야 관람이 가능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기준이 다른 것이다.

이런 기준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학교 1학년생(18세)은 '미성년자'로 이들에게 술,담배를 판매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지만 그것을 가려 판매하는 매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나이트크럽도 버젓하게 출입한다. 왜 대학생이니까.

통계청이 지난 2000년에 조사한 인구조사에 따르면 국내 18세 인구는 79만9천214명, 19세는 84만4천776명. 160만명이 넘는 18,19세 '애어른'들이 제대로 어른 대접을 받지 못하고 청소년과 어른 사이에서 방황하는 것이 현실이다.

◆ 오프라인 'Yes', 온라인은 'No'..."내가 성인 맞나?"

대학교 1학년인 김영선(만 18세)양은 노부부의 신혼생활을 다룬 영화 '죽어도 좋아'을 보려고 인터넷 영화관에 접속했다가 낭패를 당했다.

'죽어도 좋아'는 지난해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신체 특정부분이 보인다는 이유로 '등급보류' 판정을 받아 논란에 휩싸인 작품. 이 영화는 결국 수정작업을 거친 뒤 '만18세 이용가' 판정을 받고 극장에서 개봉됐다.

'영화의 이해'라는 수업을 듣는 그는 세간에 논란이 된 이 작품을 보고 영상물의 사전심의를 주제로 한 레포트를 제출해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 영화를 볼 수 없었다.

인터넷영화관에서는 '만 19세 이용가' 영화로 둔갑해 있었기 때문이다. 사이트 하단에는 청소년 유해매체이므로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이용할 수 없다는 경고문이 붙여 있었다.

그가 부닥친 것은 이뿐만 아니었다. 인터넷 영화관을 가끔 찾을 것 같아 5만원을 휴대폰 결제로 충전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만 20세 이상이 아니어서 부모의 동의없이 휴대폰 결제를 이용할 수 없었다.

성인영화를 볼만큼 정신적으로 충분히 성숙했다고 스스로 판단하지만 5만원을 전화로 결제할 만한 경제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민법상 미성년자였다.

짜증이 난 그녀는 컴퓨터를 끄고 집앞에 있는 비디오가게에서 '죽어도 좋아' 비디오를 1천원 주고 빌려왔다. 오프라인에서는 이 영화를 돈을 주고 빌려볼 수 있었다. 그러나 같은 영화가 온라인에서는 '유해매체'와 '미성년자'로 판단돼 볼 수도, 결제할 수도 없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게임업계의 고민, '18세와 19세의 사이'

온라인게임 'A3'를 제공하는 게임업체 액토즈소프트. 이 회사는 'A3'를 성인용 온라인게임으로 규정하고 대대적 마케팅을 실시해 관심을 모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비공개 테스트를 제공할 때부터 만 18세 미만 청소년의 출입을 엄격히 막고 이용자 관리에 대비했다. 철저하게 성인들만 즐기는 게임으로 인식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초기 가입자를 적극 유치했던 지난해 말 가입자들의 연령을 확인하는데 만 수억원을 투자했다. 'A3'는 지난해 11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만 18세 이용가' 등급 판정을 받고 적극 홍보할 정도로 성인용 게임에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노력은 성과로 나타났다. 동시접속자 4만명을 돌파한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요즘 이 회사는 우울하다. 지난 3월말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윤리위원회로부터 청소년 유해매체로 분류됐다고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18세와 19세의 사이의 긴장감이 시작된다. 그동안 확보해온 고객을 잃어버리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청소년 유해매체로 분류되면 만 19세 미만 이용자들의 사이트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 즉 만 18세는 이용할 수 없는 셈이다.

청소년 유해매체는 나이트클럽, 안마시술소 등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출입에 제한을 두는 제도다.

A3 게임은 문화부의 관점에서는 '만 18세 이용'이지만 정통부의 시각으로는 만 19세 이상만 가능하다. 정부 부처간에 게임이용 연령에 대한 기준이 다른 사례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이 주 이용자인 온라인게임에서 만 18세의 실종은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시점:2000 인구(명) 남자(명) 여자(명)
+15 - 19세
3,691,584
1,913,885
1,777,699
15세
626,549
327,213
299,336
16세
678,573
354,377
324,196
17세
742,472
384,101
358,371
18세
799,214
411,643
387,571
19세
844,776
436,551
408,225
20세
864,780
464,067
400,713

◆ 온라인 게임 기준 나이는 무려 4개

유아용 캐주얼게임부터 성인들이 즐기는 고스톱, 맞고, 포커 등의 온라인게임을 제공하는 게임 포털은 다양한 연령 기준이 적용되는 대표적인 케이스. 이 사이트에는 연령별로 무려 네가지나 다른 성인 기준이 적용된다.

만 20세 이상 어른은 한 번에 절차를 마칠 수 있다. 하지만 10∼20대의 비율이 50% 가량 차지하는 게임포털 사이트에서는 나이 한 살 차이가 결코 무시하지 못할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이트 회원가입시의 기준은 만 14세. 만 14세 미만 아동들은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할 때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형법상 14세 미만은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형법상 미성년자가 인터넷게임에 가입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공개할 때 부모의 실명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했다.

다음으로 거치는 것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게임이용가능 등급 4단계이다. ▲전체이용가 ▲12세 ▲15세 ▲18세 이용가 등 4가지 등급으로 구분돼 있다. 영등위로부터 '심의물불량'과 '등급보류' 의외의 심의판정을 받고 제공중인 게임은 만 18세 이상 이용자라면 누구든지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윤리위원회로부터 청소년유해매체로 지정받은 경우는 나이가 한 살 올라간다.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되면 청소년보호법상 만 19세 미만 이용자들의 출입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만 19세가 됐더라도 전화결제를 하려면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만 20세부터 자유롭게 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성인도 '산업'이다...한 살 차이가 미치는 경제효과, "적지 않다"

나이는 산업에 직접적 연관을 미친다. 영화와 게임의 경우 전체관람가, 12세, 15세, 18세로 등급이 나뉜다. 이에 따른 영향은 엄청나다. 영화의 경우 가족 단위로 볼 수 있는 전체관람가 등급이 12세 관람가를 받으면 관람인원이 대폭 준다.

15세 관람가가 될 것으로 보고 영화를 제작했지만 18세 등급을 받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 영화사의 관계자는 "영화의 경우 관람 등급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흥행과 관람인원에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10대가 좋아하는 스타를 영화에 출연시켜 만든 영화가 18세 이용가 등급을 받으면 그 영화의 흥행은 보나마나 힘들어진다.

영화 홍보대행사의 한 관계자는 "영화를 보는 연령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며 "영화를 홍보하고 마케팅 활동을 펼때 주타깃을 15~23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15~23세 연령층이 영화의 주 관람층으로 이들을 잡지 않고서는 성공을 거두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영화 제작사들은 등급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웃기도 하고 찡그리기도 한다.

게임도 마찬가지이다. 엑토즈소프트의 'A3'가 '18세 이용가' 등급을 받았지만 정통부로부터 유해매체로 지정되면서 실제로는 19세 이상이 이용할 수 있다.

엑토즈소프트측은 "18세 이용가 등급이 실제로 18세는 이용하지 못하면서 이들에 대한 시장을 잃어버리게 된 꼴"이라며 "나이의 기준점을 통일시켜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만 19세 이상으로 돼 있는 기준점이 18세로 낮춰지면 79만9천명의 신규 고객을 끌어안을 수 있는 셈이다. 반대로 높아지면 그만큼의 고객을 잃어버리게 된다.

'성인연령이 어떻게 되느냐'에 민감한 업종은 영화 게임 이외에도 많다. 이들이 재산의 소유와 처분이 가능한 경제주체가 되면 경제학 교과서를 새로 써야할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선거연령을 한두살 낮추면 대선이나 총선의 판도가 달라질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래서 성인에 대한 판단기준은 정당마다 입장이 달라진다.

우리 사회에 새로운 동력을 공급해줄 진짜 '젊은피' 10대 후반의 젊은이들. 이들에게 '미성년자'라는 딱지를 붙여 아이 취급을 할 것인가, 아니면 이들에게 어른으로써의 의무와 권리를 부여할 것인가. 이해관계가 얽혀 쉽게 결론이 나기 힘든 우리시대의 화두이다.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국순신기자 kooks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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