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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배의 와일드카드] 아이템 매매 근절 캠페인의 노림수


 

"한 가지 일로써 두 가지의 이익을 얻음"을 뜻하는 사자성어로 일거양득(一擧兩得)과 일석이조(一石二鳥)가 있는데, "꿩 먹고 알 먹는다"라는 우리나라 고유의 속담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

온라인게임 업계에는 웹젠이 아이템 매매 근절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였던 이유에 대해 일거양득 또는 일석이조의 노림수가 숨어 있었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있다. "아이템 매매를 근절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운 캠페인이 결국 동참한 업체들의 목으로 칼의 방향을 바꿨기 때문이다.

웹젠이 돈을 대고, 한국게임산업연합회가 후원한 이 캠페인에는 동종 업체인 태울엔터테인먼트, 넥슨, 리자드인터랙티브,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유즈드림, 조이온, 엔씨소프트 등이 동참하려고 했다. 그러나, 웹젠의 노림수를 짐작한 대부분의 업체들은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포기했다.

웹젠이 주도하는 아이템 매매 근절 캠페인을 시작하던 초기에는 몰랐지만, 캠페인이 전개되면서 업계가 느꼈던 웹젠의 날카로운 비수는 무엇이었을까?

먼저, 이 캠페인을 통해 웹젠이 후발 경쟁 업체의 신규 진입을 막고자 했다는 점에 업계는 분개하고 있다. 사실 캠페인 전까지만 해도 갑자기 유료화에 성공한 일부 업체들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게임을 띄우기 위해 아이템 현금 거래를 유도해 왔다. 아이템이 현금으로 매매되느냐에 따라 온라인게임의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웹젠이 운영하는 '뮤'는 아이템의 가치를 확실하게 인정받은 온라인게임이다. 실제로 웹젠이 '악의 축' 정도로 표현하지만 역설적으로 '뮤'의 인기를 증명해 주는 '아이템베이'란 곳을 살펴보면 그곳에서 거래되는 '최고 가격 10항목' 중 4개가 '뮤'의 계정 또는 아이템이다.

후발 업체들도 빠른 시일내에 성공하려면 온라인게임을 출시한 후 아이템 매매가 이루어지도록 시장을 조성해야하지만, 이 캠페인으로 사회적 인식이 극도로 나빠져 아아템 매매 시장을 조성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따라서, 사운을 걸고 어렵사리 개발한 온라인게임의 시장 진입도 나빠진 인식만큼이나 어려워졌다.

그래서, 아이템 매매가 이미 활성화된 '뮤'를 운영하고 있는 웹젠이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려는 경쟁사의 온라인게임들을 합법적이면서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 이 캠페인을 활용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두번째 노림수는 리니지 등 성공한 다른 온라인게임과의 차별화에 있다고 한다. '뮤'의 아이템 매매 규모가 '리니지'보다 못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캠페인의 성토 대상은 '리니지'로 국한됐다.

웹젠이 돈을 대 캠페인의 방향성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뮤'를 도마 위에 올려 놓는 것은 애당초 기대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었겠지만, 웹젠은 이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엔씨소프트=리니지=더러움"이라는 등식을 각인시키면서, "웹젠=뮤=깨끗함"이라는 이미지를 심는데 주력했다.

캠페인을 벌인 시점도 절묘했다. 이 캠페인이 시작된 지난해 10월은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온라인게임 사전등급제'를 시작한 첫 달이었다. 당시 웹젠은 사업의 안정성을 위해 가능한한 어린 연령층이 사용할 수 있도록 '뮤'의 등급을 받아야 했다.

이때 웹젠은 '아이템 매매 근절 캠페인'이란 전시성 행사를 통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시책에 따르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내용 수정에서는 '엔씨소프트 따라하기' 전술을 혼용한 결과, '뮤'는 무난히 '15세 이용가' 판정을 받았다.

이처럼 두가지 측면에서 아이템 매매 근절 캠페인은 동종 업계를 희생양으로 삼아 웹젠이 이익을 극대화시키려는 행사라는 판단 때문에 당시 업계의 참여도는 영에 가까울 정도로 떨어져 버렸다.

그러나, 아이템 매매 근절 캠페인에 웹젠의 노림수가 있었다는 지적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아이템 매매의 폐해를 줄이려는 웹젠의 진심어린 노력을 있는 그대로 봐줘야 한다는 의미다. 아이템 매매라는 민감한 문제를 한 업체에 지우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충고도 있다. 동감한다.

그러기 위해 아이템 매매 근절 캠페인이 진행됐던 과정을 여러 모로 논의해 업계에 퍼져있는 오해를 풀고, 발전적인 결론을 얻어 우리나라 온라인게임 산업을 한단계 올리는 밑거름으로 활용하길 바랄 뿐이다.

게이머클럽(www.gamerclub.org)에서 '아이템 매매에 관한 웹젠의 이중성'을 주제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박형배 칼럼니스트 elecbass@shinbi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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