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002년 베스트(3) 아이콘으로 뜨는 편리한 무선인터넷, 멀티팩

KTF 멀티팩은 텍스트 위주의 복잡하고 재미 없는 무선인터넷을 간편하고 다채로운 세계로 바꿨다. 아이콘으로 뜨는 모바일 세상은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한 M세대를 사로잡았다.

처음 휴대폰으로 무선인터넷에 접속하던 때를 떠올려 보자. 작은 화면에 어수선하게 나타나는 글자들, 컴퓨터로 인터넷 걸음마를 시작할 때보다 더 난감해진 기분에 얼른 종료 버튼을 눌러버린 경험을 한 번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배우고 나면 더없이 쉽고 재미있는 일이라도 배우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 무선인터넷도 그 중 하나였다.

초창기의 무선인터넷은 빈약한 콘텐츠, 사용자들의 눈을 붙들지 못하는 단조로운 화면, 길고 복잡한 접속 경로 등 이용자들을 불러 모으기에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KTF 멀티팩은 더욱 쉽고 재미있는 무선인터넷 이용 환경을 만들려는 고민 끝에 탄생했다.

멀티팩은 2001년 11월 선보인 세계 최초의 아이콘 방식 무선인터넷 서비스다. PC의 윈도우 화면처럼 콘텐츠 이용 메뉴가 아이콘으로 뜬다. 최고 144Kbps의 전송속도를 나타내는 CDMA 2000 1x 서비스를 기반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콘텐츠 다운로드 속도도 한층 빨라졌다. 컬러, 그래픽, 사운드의 새로운 콘텐츠 환경은 휴대폰 사용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살인미소 원빈이 "TV님 죄송합니다, 신문님 죄송합니다" 사죄하며 푹 빠져들었던 매직엔에 관심을 가진 이용자들은 "휴대폰 살 때 꼭 물어보세요. '멀티팩 되죠?'라고" 속삭이는 이정재의 주문에 걸려들었다. 지금은 새로 출시되는 대부분의 단말기가 멀티팩 기능을 갖고 있지만 올 초만 해도 5~6종에 불과했다.

때문에 이정재의 제안을 귀담아 들은 사용자들은 실제로 휴대폰을 살 때 "멀티팩 되죠?"라고 물었다. 2002년 1월말 기준으로 21만9,000여명이던 이용자수가 2월말에는 35만6,000여명으로 늘었고 3월 첫 주에 40만명을 돌파했다.

멀티팩은 사용한 시간에 따라 요금을 내는 서킷 요금제가 아니라 데이터량에 따라 요금을 내는 패킷 요금제를 적용한다. 이용한 내용 만큼만 돈을 내기 때문에 오랜 시간 접속해 있어도 요금 걱정이 없다. 다양하게 마련된 멀티팩 요금제 중 선택해 이용할 수도 있다.

멀티팩의 초기 순항에 탄력 받은 KTF는 드라마 제작을 지원하며 더욱 홍보에 적극성을 보였다.

소지섭의 지고지순 순애보가 절절했던 드라마 SBS '유리구두'의 주요 무대는 이동통신회사 CTF였다. 청소담당 계약직 사원 김현주가 신상품기획팀으로 합류해 기획해 낸 작품이 '아이콘팩'이다.

나중에는 대표이사(김지호 분)의 친동생이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아이콘팩 기획 당시의 김현주는 평범 축에도 못 들만큼 힘든 상황에 놓여 있었다. 말단 직원의 꿈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아이콘팩이라면 멀티팩은 모바일 세상을 새롭게 열어가는 KTF의 도전 즉, KTF적인 생각으로 탄생한 서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