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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기]인지컴퓨팅 II-인간 뇌 모방하는 뉴로모픽 칩과 새로운 프로그래밍


이럴 경우 우리에게 주어지는 도전은 막대하게 발생하는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이며, 이를 위한 고성능, 고효율의 컴퓨팅 방식이 지속적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또 다른 면에서는 이런 스마트 디바이스들에 포함된 컴퓨팅 기능이 매우 기본적인 것에서 부터 지능형의 프로세서를 포함해야 할 수도 있다.

저렴한 센서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 기기에서도 내부 프로세서를 통해 지금보다 훨씬 뛰어난 정보 처리가 가능하려면, 성능을 올리면서도 매우 적은 에너지를 써야한다는 과제를 풀어내야 한다.

인간의 뇌는 2리터도 안되는 용적에 우리 몸의 소비 에너지의 20%를 차지하지만, 그 소비 전력의 수준은 20~25와트에 불과하며, 이 정도의 적은 에너지로 엄청난 정보처리를 해 낸다. 이 에너지 소비도 2/3는 뉴론이 정보 전달을 위한 신호 전송시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세포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한다.

현재의 컴퓨터가 앞서는 계산 능력에는 뒤지지만 각종 센서로 부터 오는 막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처리하고 판단하는 능력은 인간의 뇌가 월등히 앞선다. 이런 측면에서, 많은 컴퓨터 사이언티스트는 인지 능력이 뛰어난 인간의 뇌를 모방하는 방안을 연구해 왔으며 이를 뉴로모픽 컴퓨팅(Neuromorphic Computing)이라고 한다.

이를 위한 공동의 노력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는 인간의 뇌를 모방하는 인공 두뇌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인 시냅스(SyNAPSE: Systems of Neuromorphic Adaptive Scalable Electronic)이다. 미국은 이 프로젝트를 2008년부터 추진했으며 여기에는 휴즈연구소(HRL), IBM, HP 등이 참가해오고 있다.

이 연구의 목표는 100 억개의 뉴론과 100조개의 시냅스를 갖는 인지 컴퓨팅 아키텍처를 구현하는 것이다. DARPA는 2011년에 IBM에 2,100만 불, HRL에 1,790만 불을 지원했고, 두 팀에는 모두 자사의 연구진 뿐만 아니라 스탠포드, 코넬, 콜롬비아, UC 어바인, 미시간, 보스톤 대학 등의 다양한 미국의 대학과 다른 연구소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 다른 연구로는 미국 과학 재단에서 MIT, 하버드, 코넬 대학이 구성한 새로운 연구 센터인 ‘두뇌, 마음, 기계 센터’를 2013년 가을부터 지원하기로 했다.

일단 연구의 큰 비중은 인간의 뇌와 유사한 방식의 실리콘 칩을 만드는 것이다. IBM에서는 인지 컴퓨팅의 매니저인 다르멘드라 모드하(Dharmendra Modha)의 리드로 2011년에 실험적인 뉴로시냅틱 칩을 선보였었다.

메모리, 프로세서, 통신 기능이 합쳐있는 뉴로시냅틱 코어를 기반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폰 노이먼 구조를 벗어난 새로운 아키텍처를 통해 뉴론의 기능을 흉내내고자 한 것이다. 두 개의 프로토타입 디자인은 모두 256개의 뉴론을 갖고 있으며, 하나는 262,144개의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시냅스를 다른 하나는 65,536개의 학습 가능한 시냅스를 포함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네비게이션, 머신 비전, 패턴 인식, 연상 기억과 분류 등의 기능을 데모했다.

인텔 역시 2012년에 뉴로모픽 칩 디자인을 소개했었다. 메모리를 갖는 레지스터인 멤리스터(memristor)와 측면 스핀 밸브 기술을 이용했는데, 측면 스핀 밸브는 전자의 이동 방향에 따라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작은 자석이다. 각각의 밸브는 금속 선으로 연결돼 있고, 전자에만 반응한다. 멤리스터는 플래시 메모리보다 1천분의 1 수준의 전력을 소비하면서 데이터 처리 속도는 100배나 빠른 특징을 갖는다.

측면 스핀 밸브를 이용함으로써 전자의 전달 과정에만 반응하는 스핀 밸브의 특징에 따라 매우 적은 전력을 소비할 것으로 본다. 이는 기존의 실리콘 칩들은 항상 일정 수준의 전압을 걸어줘야 하기 때문에 컴퓨터 자체가 큰 전력 소비를 한다는 점이 인간의 뇌와 비교했을 때 가장 문제점이었던 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퀄컴 역시 2014년 내에 인공 시각 센서, 로보트 콘트롤러, 두뇌 임플란트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뉴로모픽 칩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이를 통해 스마트폰의 기능을 혁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퀄컴은 이미 두뇌 활동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도구를 개발했고, 이를 뉴럴 프로세싱 유니트(NPU)를 구현하는데 사용하고자 한다. 이미 몇 년 전에 퀄컴이 투자한 브레인 코프와 함께 제로스(Zeroth)를 프로그램을 통해 로보트 제어를 하기 위한 뉴로모픽 칩의 프로토타입을 디자인한 적이 있다.

뉴로모픽 칩이나 컴퓨터에 대한 연구는 여러 대학에서도 이루어져 왔다. 2014년 조지아 공대의 제니퍼 해슬러 교수팀은 필드 프로그래머블 아날로그 어레이를 디지털과 연결해 파워 효율을 만 배 이상 올릴 수 있는 아날로그 기반의 뉴로모픽 컴퓨팅 방식을 제안했다.

스탠포드 대학의 콰베나 보아헨 (Kwabena Boahen) 교수가 리드하는 실리콘 기반의 브레인 그룹은 뉴로그리드 보드를 개발했으며, MIT에서는 2011년에 400개의 트랜지스터와 CMOS 기술을 이용해 뉴론 사이의 시냅스를 흉내내는 칩을 개발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뉴로시냅틱 칩을 기반으로 어떻게 효과적인 프로그래밍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과거 폰 노이만 기계에 포트란이라는 언어가 있었듯이 새로운 칩을 위한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가 필요하다는 것인 모드하의 얘기이다.

IBM의 경우 초기에는 각각의 코어를 일일이 프로그램해야 했지만, 나중에 이들을 조합하고 재사용이 가능한 코어릿(Corelet)이라는 블록으로 묶어냈다. 하나의 코어릿은 특정한 기능을 가질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소리를 인지하는 모든 개별 코어를 포함할 수 있다. 이런 코어릿을 다른 것과 연결해서 색을 판별하는 것과 같은 또 다른 응용에 사용할 수 있다. 현재 IBM에는 150개의 코어릿 라이브러리가 개발되어 있으며 이런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을 코어릿 언어라는 이름으로 2013년 뉴럴 네트워크 학회에서 발표했다.

2012년 슈퍼컴퓨팅 학회에서 IBM은 세계에서 두번 째로 빠른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의 블루진/큐 세콰이어(Blue Gene/Q Sequoia) 수퍼컴퓨터를 이용해 5,300억개의 뉴론과 100조 개의 시냅스를 갖는 트루노스(TrueNorth) 아키텍처를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구현했다.

이때 사용한 소프트웨어가 컴파스(Compass)이다. 이를 이용해 뉴로모픽 하드웨어를 구현하기 전에 테스트할 수 있으며, 동시에 컴파일러로서 뉴럴 경로의 네트워크를 매핑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뉴로모픽 컴퓨팅 환경은 분산처리, 매우 높은 수준의 상호 연결, 비동기성, 병렬, 대규모의 컴퓨팅 모델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고, 이에 적절한 알고리듬과 프로그래밍 언어를 개발해야 한다. 동시에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상호 관계가 매우 관련성이 높기 때문에 효율적인 프로그래밍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져야 한다.

IBM의 코어릿 언어와 트루노스 아키텍처는 이런 흐름 중에 가장 돋보이는 결과이다. 앞으로 많은 기업들이 인간의 뇌를 흉내내는 다양한 칩과 하드웨어 아키텍처를 선 보이면서 계속 도전해야 하는 영역 중 하나는 이를 어떻게 프로그래밍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양자컴퓨팅 역시 새로운 알고리듬이 개발되면서 많은 진전을 얻었듯이, 뉴로모픽 컴퓨팅에서도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계속 강조될 것이다.

한상기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을 전공하고 현재 컴퓨터과학과 인문사회학을 결합한 소셜컴퓨팅 분야의 각종 이슈를 연구하고 있다. 20여 년 동안 대기업과 인터넷 기업에서 전략 수립을 하고 두 번의 창업을 경험했으며,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사진과 영화, 와인을 좋아하며, 에이콘출판사의 소셜미디어 시리즈 에디터로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최근엔 학술과 현업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의 신규 사업 전략과 정부 정책을 자문하고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블로그(isocialcomp.wordpress.com)와 페이스북(facebook.com/stevehan)을 통해서도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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