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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중독' 등쌀, 게임업계 '한국 탈출' 위기


'사행성 규제 없는 해외로' 눈돌리는 기업 늘어…외국도 국내기업 '유혹'

[이부연기자]#국내의 내로라하는 게임 업체인 N사에 재직 중인 조모씨는 최근 해외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해줄테니 모바일 게임을 만들어 제공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적게는 10억 원에서 많게는 30억 원까지 투자를 해준다는 이야기에 그는 솔깃했다. 동료들도 창업 제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상황이나 한국이 아닌 필리핀이나 동남아 지역에 법인을 세운다는 게 조건으로 걸려 있어 그는 고민 중이다.

#미국 뉴욕에서 도박 게임 사이트를 운영하는 한국인 A씨는 지난해 매출액이 1천억 원을 넘어섰다. 10여 년 전 한국에서 게임업체에 다니다 퇴사한 그는 미국으로 가서 사업을 시작했다. 미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도박 게임 사이트를 열었는데 결과는 대성공. 하지만 미국에는 서버만 두고 실질적인 게임 개발과 서비스는 필리핀과 한국에 설립한 연구소 개념의 지사에서 진행한다. 물론 세금은 미국에 내는 엄연한 미국 회사다.

위의 조모씨와 A씨처럼 규제로 인해 한국에서 게임 사업을 하기가 어려워지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룩셈부르크는 심지어 국가가 나서서 국내 게임 업계 관계자들에게 '와서 사업하라'며 공개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한 때 게임 강국으로서 글로벌 온라인 게임 시장을 호령할 것 같았던 한국은 이제 게임 사업을 하기 위해 '피해야만 하는 나라'로 전락해 가고 있다.

주요 게임사 매출 일제 하락

NHN엔터테인먼트, 네오위즈게임즈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하락이 당연시되고 있다. 지난달부터 적용된 웹보드 게임 규제안 시행령 때문이다.

이 시행령은 웹보드 게임 내 머니를 불법적으로 환전해 돈을 버는 불법 환전상과 과도한 사행성을 규제하고자 만들어졌다. 1인당 게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을 10만원으로 제한하는 등 고강도의 규제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유명 웹보드 게임 사이트 한게임을 통해 연간 약 2천500억 원, 전체 매출의 약 40% 정도를 올려 왔다. 하지만 올해는 규제로 인해 이 매출이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까지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약 20%를 웹보드 게임에서 창출해 온 네오위즈게임즈도 매출 하락이 뻔한 상황이다. 특히 웹보드 게임이 모바일 등 다른 게임에 비해 마진율이 높아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NHN엔터테인먼트는 난국 타개책으로 북미 온라인 웹보드 게임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하락하는 국내의 웹보드 게임 매출을 상쇄시키고자 모바일 게임에 주력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페이스북 소셜 카지노 게임 등 북미 웹보드 게임은 국내와 달리 정부의 규제 없이 활발하게 서비스되면서 성장성이 높은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정우진 NHN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현재 북미 지역 서비스를 위해 소규모 소셜 카지노 게임을 개발 중"이라며 "북미 카지노 게임 시장은 약 2조 5천억 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어 국내에서 한게임이 운영해왔던 노하우와 경쟁력을 활용해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게임사들에 '탈(脫) 한국' 유혹하는 해외 국가들

지난 4일 서울상공회의소에서는 다소 독특한 세미나가 열렸다. 주한 룩셈부르크 대표부가 '왜 글로벌 IT 기업들은 룩셈부르크를 선호하는가'라는 주제로 국내 게임 및 IT 기업들에 룩셈부르크의 비즈니스적인 장점을 설명한 것. 게임 업체들에는 귀가 솔깃한 세미나였다. 이미 넥슨유럽, 모야소프트 등 국내 기업을 비롯해 밸브코퍼레이션, 빅포인트, 카밤 등의 해외 게임업체들도 진출해 있는 곳이 룩셈부르크다.

룩셈부르크에선 지적재산권(IP) 처분에 따른 자본소득과 함께 IP로 얻은 순수익의 80%까지 세금이 감면되는 등 사업 조건이 유리하다. 또한 IP 등록에 따른 부유세도 100% 세금 감면된다. 또 룩셈부르크 회사에서 국내 회사로 소득을 보낼 때 현지 세법에 따라 이자소득과 로열티소득, 배당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가 없으며, 충전식 선불카드도 국내와 달리 인지세가 면제된다.

룩셈부르크 대표부 김윤희 대표는 "넥슨유럽 법인도 낮은 세율 때문에 룩셈부르크에 법인을 설립했다"면서 "룩셈부르크는 유럽의 수도이자 핵심지이며 인구 50만명 가운데 절반이 외국인이라 차별이 없고 정치, 경제적으로 안정된 곳이니 한국 기업들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게임사들에 솔깃한 조건을 제시하는 해외 국가는 룩셈부르크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13에는 영국과 독일이 한국 게임사에 러브콜을 보냈다.

당시 게임중독법 논란으로 어수선하던 업계는 독일 정부 관계자가 "우리는 게임을 중독물질로 구분하지 않는다"는 발언에 환호했다. 영국 역시 게임과 같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한국 회사들이 자국에서 사업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게임을 '중독 물질'로 취급하는 사회적 시선도 한국 이탈 부추겨

게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게임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치명타다. 게임을 마약, 술과 같은 중독 물질에 포함시켜 규제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되는 현실은 게임을 만드는 이들의 사기를 꺾는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게임을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바라보기보다는 학업에 방해되는 저급한 사회 암적 요소로 취급하는 시선이 만연한 것이 한국이다.

올해 들어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과 손인춘 의원은 각각 게임을 중독 물질에 넣을 것이냐에 대한 토론회와 인터넷 게임 중독 실태 관련 공개 토론회를 연이어 개최했다.

신의진 의원은 지난해 발의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을 통해 4대 중독 물질 안에 게임을 넣어 논란을 불러왔다. 손인춘 의원은 게임사들의 매출 1%를 걷어 중독 치료에 사용해야 한다는 법안을 내놓고 입법 추진 중이다.

국내 대형 온라인 중심 게임 업체 관계자는 "게임이 매년 수조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인다는 점을 들어 창조 경제의 중심 산업이라고 하면서 한 편에서는 끊임없이 사회 암적 요소로 규제하는 것이 한국"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강화된 규제로 인해 사업은 점점 어려워지는데 따가운 사회적 시선까지 받으니 한국에서 게임 산업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기도 힘들다"면서 "해외에 법인을 차려 게임 사업을 시작하거나 수억 원의 연봉을 받고 해외 업체에 가서 일하는 주변 게임 개발자들도 많아지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부연기자 b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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